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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Dec 09. 2020

시테크(時Tech) 시대의 출판 콘텐츠 전략

출판의 새로운 도전

지난 10여 년 동안 네트워크와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데이터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많은 기관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데이터 전환 속도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교(University of Portsmouth)의 물리학자 멜빈 봅슨(Melvin Vopson) 교수는 “오늘날 존재하는 데이터의 90%는 지난 10년 동안에만 생성됐으며, 앞으로 150~350년 사이에 지구상의 원자(atom) 수보다 디지털 비트(bit)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IBM은 ‘오늘날 글로벌 데이터 전송, 데이터 센터, 모바일 컴퓨터가 하루에 약 25억 기가바이트(Gigabyte)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씨게이트(Seagate)는 2025년 전 세계 데이터량이 연간 175 제타바이트(Zettabyte)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규제나 데이터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 제타바이트(Zettabyte)는 10의 21제곱을 의미하는 제타(zetta)와 컴퓨터 데이터량을 표시하는 단위인 바이트(byte)의 합성어이다.)


‘시간이 곧 돈’인 시대다.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 사용자는 다양한 콘텐츠의 소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단순한 정보 형태 보다는 흥미와 재미를 제공하는 콘텐츠로, 텍스트 보다는 영상이나 음성 콘텐츠로, 긴 내용 보다는 짧은 내용의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다. 모든 산업에서 이러한 콘텐츠 소비 변화에 맞춰 콘텐츠 생산자나 서비스 사업자는 소비자의 시간을 붙잡기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음악 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전 세계적으로 노래 재생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경제지 쿼츠(Quartz)에 따르면 빌보드 HOT 100의 노래 평균 길이가 2013년에 약 3분 50초에서 2018년에는 약 3분 30초로 20초가량 짧아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주요 원인을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트리밍은 음악 재생 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급하는데 음악 창작자는 노래 길이와 상관없이 스트리밍 건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받기 때문에 굳이 노래가 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콘텐츠가 너무 많다보니 대중이 짦은 것을 선호하고 있고 음원 시장에서 대중의 성향 변화에 맞춰 노래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새로운 소비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요약과 구독 서비스가 떠오르고 있다. 러닝타임이 긴 콘텐츠일수록 이러한 서비스를 더욱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미 스트리밍 기반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고 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주요 뉴스만을 요약해 뉴스레터나 음성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 경기가 끝난 뒤 인공지능(AI)이 바로 주요 하이라이트를 요약해 주기도 한다. 이제는 누구든지 유튜브로 영화, 드라마, 도서,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왼쪽부터, < 블링키스트(Blinkist) 서비스 >,  < 얀(Yarn) 서비스 >


출판 산업에서도 구독 서비스나 도서 요약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틱톡(TikTok), 넷플릭스(Netflix), 유튜브(Youtube) 등 동영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영상을 통해 책을 소개하거나 주요 내용을 읽어주는 북튜버(Booktuber)가 등장하였다. 영향력 있는 북튜버가 소개한 책들은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유튜버셀러 현상이 일어나자 출판사는 도서를 홍보하는 마케팅 방안으로 북튜버를 활용하고 있다. 

(※ 틱톡(TikTok)은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15초~1분 사이의 짧은 영상만 올릴 수 있다.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는 10대~20대에게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북튜버(Booktuber)란 책을 뜻하는 영어 북(Book)과 유튜버(Youtuber)를 합성한 단어로, 책을 소재로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말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오디오북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독서 경험을 통해 미래 독자를 확보하기에 좋은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북 콘텐츠는 주로 도서를 완독해주는 형태이지만 도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주는 형태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블링키스트(Blinkist), 사운드뷰(Soundview), 겟앱스트랙트(getAbstract) 등과 같이 요약 형태의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다. 국내에서는 밀리의서재가 도서의 핵심 내용만을 간추려 약 30분 내외로 제공하는 리딩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들을 위한 채팅형 서비스도 나타나고 있다. 채팅 방식을 차용한 웹소설 형태인 챗픽션(chat fiction)은 2015년부터 등장했다. 등장인물들이 채팅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텍스트뿐만 아니라 비디오, 사운드, 이미지까지도 제공이 가능하다. 화면을 터치할 때마다 이야기가 채팅 말풍선 안에 담겨져 차례로 나타난다. 주로 텍스트는 짧게 나타나고 묘사는 이미지 형태로 제공하는데 독자들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스마트폰을 계속 터치해야 해서 마치 게임하는 느낌을 주어 몰입도를 높인다. 대표적인 챗픽션으로는 얀(Yarn), 훅트(Hooked), 탭(Tap), 클리프행어(Cliffhanger)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아이네블루메의 채티(Chatie), 밀리의서재의 챗북 등이 있다.


도서는 무수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다매체를 수용하며, 이용 기반을 넓히고, 다양한 주제를 발굴해, 도서의 질적 품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부족해 책을 읽지 않는 미래 독자들을 붙잡기 위해서 뉴미디어 환경 속에서 구독이나 요약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추천과 체험은 중요한 요소이다. 책을 읽지 않는 독자에게 책을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요약 시장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는 도서를 소개하는 보조적인 수단이며 상세한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존 도서와 상호보완적인 접근방법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영상과 음성 매체에 익숙한 독자들의 시간을 붙잡기 위해서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요소들을 제공해야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책의 본질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20년 11+12월호 (통권 520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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