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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Feb 12. 2024

단편소설 슈퍼 강속구 대통령 2화

2화 충격요법치료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주에 뵙지요."

"네, 그럼 이만."



친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와 아들을 앉혀 놓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대통령의 아버지는 얘기를 듣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어머! 너무 무서워요! 호호호"


여자처럼 웃으며 부끄럽고 무서워했다.


 "저는 못해요. 어머니, 저는 이대로도 괜찮은 걸요. 동네 꼬마들이 돌멩이를 던지고 놀려대도 저는 저의 모습을 사랑해요. 호호호호호"


남자의 얼굴을 하고 처녀들이나 입는 색동저고리와 한복치마를 입고 수줍게 이야기하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친할머니는 복장이 터져 가슴을 두들겼다. 며칠 동안 아들을 설득했지만 이미 겁쟁이 아가씨가 돼버린 아들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었다. 수요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친할머니는 화요일 저녁에 한약사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 아들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내일 치료약속을 취소할까요?"
"아닙니다. 혹시 내일 여기로 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출장비는 드리겠습니다."

"출장은 가능합니다. 대신 현금으로 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몇 시까지 갈까요?"

"내일 밤 12시에 오세요."

"밤 12시요?"

"네, 제가 아들에게 술을 잔뜩 먹이고 재워놓겠습니다."

"아, 그런 작전이었군요. 네 알겠습니다. 다만 야간 할증비가 추가됩니다."

"돈걱정은 하지 마세요. 치료만 된다면야...."


 대통령의 아버지의 엄마는 한약사 늙은이가 돈독이 올랐나 왜 이리 돈타령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흥부에게 박 씨를 물어다 준 제비마냥 귀한 양반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12시에 뵙겠습니다."


다음날 저녁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누룽지백숙, 막걸리를 잔뜩 준비했다.


"어머머머! 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백숙과 막걸리네요.!! 어머어머! 너무 행복해요."


대통령의 아버지는 대통령의 친할머니를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하고 애교를 피웠다. 다 큰 사내자식이 여자옷을 입고 애교를 떠는 모습이 그렇게 밉지만은 않았다.


'그냥 딸로 키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지금 나 좋자고 그러면 안 되지! 가문을 생각해야지!"


친할머니는 자신의 딸 같은 아들에게 고기와 술을 진탕 먹였다. 아들은 11시 45분에 결국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다. 친할머니는 술상을 치우고 아들을 바르게 눕혔다. 누우면서도 여자처럼 다리를 오므린 아들이었다. 잠시 뒤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마당으로 나가보니 백발의 한약사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방금 곯아떨어졌어요."


친할머니가 긴장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 됐군요."


그런데 백발의 한약사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런데 치료도구가 없는 거예요.?"

"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는 의심의 눈초리로 한약사를 보았지만 한약사는 여유로워 보였다.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여자옷을 입은 체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은 안타까운 마음에 쯧쯧하고 혀를 찼다.


"치마를 입고 있군요. 치마와 팬티를 벗기시죠."

"네"


치마와 팬티를 벗으니 목표물이 보였다. 한약사는 윗도리를 벗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새하얀 한복 윗도리를 벗었는데 더 새하얀 피부의 근육질 몸매가 드러났다. 깜짝 놀란 친할머니가 말했다.


"왜.... 옷은 벗고 그러세요? 남사스럽게..!"

"제가 먼저 정권법으로 해보겠습니다."


그리고는 권투선수처럼 자세를 취하더니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중에 잽을 여러 번 날렸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쉐도우 복싱을 하니 땀이 흘렀다. 백발의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날렵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먹을 친할머니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시죠? 주먹 중앙에 있는 손등과 손가락을 연결해 주고 툭 튀어나와 있는 부분!"

"네"

"그 부분으로 아드님의 고환에 충격을 가할 것입니다."

"아 네..... 성공할까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건 연습게임 같은 것입니다. 실패한다고 해도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하면 원래 쓰려고 했던 정통충격요법을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약사는 다시 쉐도우 복싱을 10분 했다. 숨을 헐떡이는 한약사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무에타이 선수처럼 무릎을 꿇고 천천히 대통령의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외쳤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힘이 모이면 캡틴 플래닛, 캡틴 플래닛!"


그리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기합을 넣고 외쳤다.


"캡틴! 플래닛!"


한약사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어깨와 팔, 주먹으로 연결되어 정권에 집중되었다. 주먹은 직선으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주먹 중앙에 솟아있는 단단한 뼈는 정확하게 아들의 죽어가는 고환을 가격했다. 볼링공이 들어있는 물풍선처럼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아들의 고환이 놀이동산 바이킹처럼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고 하늘로 솟구쳤다가 곧바로 내려왔다.


'딱'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은 숨죽이며 고환의 상태를 관찰했다. 짙고 어두운 고동색깔을 한 고환에 점점 피가 흘러 생기를 띄어야 성공이었다. 10분이 흘렀을까 상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실패였다. 생각보다 현재 고환의 상태가 심각했다. 죽어가는 고환을 살릴 수 있는 기회도 오늘밤 이 순간 단 한 번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한약사는 마른 수건과 선풍기를 요청했다. 마른 수건으로 땀을 닦은 후 선풍기에 얼굴을 대고 눈을 감은체 5분을 바람 쐬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아가씨처럼 누워있는 아들과 소녀처럼 선풍기 바람을 즐기는 백발의 노인을 보고 있자니- 할머니 마음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할머니의 분노가 느껴졌는지 한약사 할아버지는 다시 진지한 표정과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쇠구슬을 꺼냈다. 달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쇠구슬은 눈으로 보기에도 무게감이 상당히 느껴졌다. 한약사는 쇠구슬의 지름은 15센티미터, 무게는 1.5킬로그램이고 쇠가 아니라 은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해 주었지만 은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쇠구슬 위쪽에는 고리모양이 달려있었다. 한약사는 다른 쪽 주머니에서 가죽끈을 꺼내 고리에 연결하고는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쥐불놀이를 하듯 쇠구슬을 돌리니 방 안에서 휙휙 하는 바람소리만 들렸다. 쇠구슬의 위압감에 친할머니도 공포감이 밀려와 침을 꿀떡 삼켰다. 한약사는 쇠구슬을 빙빙 돌리며 위치와 타이밍을 잡으려고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아들의 주위를 돌았다.


"우가! 우가!"


소리를 내며 초집중을 하고 있었다.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렇게 15분을 넘게 보내고 있었다. 긴장했던 할머니도 너무 지루한 나머지 팔짱을 끼고 하품을 하며 백발의 한약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준비운동이었다. 방안은 고요함을 넘어 아득한 적막감 속에서 고속 프로펠러처럼 돌아가는 쇠구슬 소리로 가득했다. 친할머니는 졸음이 밀려와 눈꺼풀이 점점 내려앉았다. 결국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드려는 순간! 아까보다는 느린 속도로 한약사가 말했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힘이 모이면 캡틴 플래닛! 캡틴 플래닛!"

 "하아아압!"


기합을 넣고 쇠구슬의 원심력이 최대가 되어 이때다 싶었던 한약사는 각도와 속도 타이밍에 맞춰 가죽끈을 놓았다. 강력한 원심력에 의해 쇠구슬은 시속 97km 속도로 날아갔다. 아들이 야구연습장에서 맞았던 야구공과 거의 비슷한 속도였다. 다만 이번에는 재질이 쇠였다. 쇠구슬은 아들의 고환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갔다.

 

'따아아아아아악!'


쇠구슬과 고환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폭탄의 공이가 뇌관을 치고폭발이 일어났다. 다만 그 폭발이 세포가 재생되는 폭발이냐, 아니면 세포의 마지막 불꽃이 꺼지는 폭발이냐가 관건이었다. 충돌이 일어나자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아들은 눈을 번쩍 뜨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급소를 맞은 이유 때문일까 아들은 바로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곧바로 기절을 하고 말았다.

성공이었을까? 실패일까?


'따악'


소리와 함께 고환이 깨졌다면 실패다. 한약사가 서둘러 고환을 어루만졌다. 다행히 깨지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쪼그라들었던 고환이 서서히 볼륨을 찾기 시작했다. 짙은 검은색도 붉은 핑크빛을 띠며 살색이 돌아왔다. 드디어 성공이었다!


"하하, 성공입니다."


백발의 노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감격에 젖은 친할머니는 벅차오르는 가슴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서있었다. 그리고 몇 분 뒤 아들의 고환부위를 덮고 있던 이불이 서서히 솟아오르더니 텐트를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친할머니는 환호하며 소리쳤다.


"서... 섰다... 섰다! 섰어! 드디어 섰어!!!"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외쳤다.

땀으로 흠뻑 젖은 한약사도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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