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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Feb 13. 2024

단편소설 슈퍼 강속구 대통령 4화

한일전 역전 드라마!

야구공이 왔다. 오른손으로 공을 잡아봤다. 역시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뿜어 나왔다. 청와대 숙소 앞마당에 섰다. 온 힘을 다해 던졌다.


"피융!"


소음기가 장착된 총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70년 된 소나무가 박살이 났다. 산산조각이 났다. 주위에 경호하던 10명의 경호원이 총소리에 놀라 대통령을 둘러쌌다.


"괜찮아요."


 야구공을 있는 힘껏 잡아보았다. 야구공이 점점 눌리더니 실밥이 툭툭 뜯어졌다. 야구공은 콜라캔처럼 뜯어져 버렸다.


"김실장 속도계 구해서 속도를 한번 재봐 주세요."


김실장이 야구공 속도계를 구해서 밤마다 대통령이 던지는 야구공의 속도를 쟀다.  점점 속도가 올라가더니 최고속도고 500km까지 올라갔다. 벽에 걸어놓았던 고무판이 너덜너덜 해지고 돌벽이 산산조각이 났다.


밤마다 청와대에서 '따악! 따악 쾅! 쾅!' 굉음이 들렸다. 푸다 다닥 새들이 날아갔다. 대통령은 잠이 오지 않았다. 야구공을 잡을 때의 느낌은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쾌감이었다. 야구공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쇠구슬로 된 공을 준비했다. 대포처럼 날아가는 쇠구슬의 파괴력은 굉장했다. 고무판 10개를 겹쳐놓은 포수자리에는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따아아악! 따아아악!"


5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한일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체부 박장관에게 한일전 국가대표팀 박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각하께서 와일드카드로… 잠시 뛰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박감독! 미쳤나? 지금 각하께..! 그게 무슨 회개 망측한 말인가?”


"아… 니…. 각하가 워낙 강속구 셔서…. 한 회 만이라도.... 한일전에서 활약하시면 국민들에게 인기도 많을 거고.... 정치적으로도 긍정적이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서요...."


"느낌적인 느낌이 그러긴 하지...."


"맞아요. 느낌적인 느낌이 그렇다니까요...."


"그래, 박감독의 느낌적인 느낌이 그렇다니까 나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각하에게 말을 해보겠네...."


박장관이 대통령에게 한일전 참가에 대해 의중을 물었다.


"저는 그날 관람만 할게요…"


대통령이 체면을 생각해서 한 번 튕기면서 예의상 거절을 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눈치 없는 박장관은 바로 알겠다고 했다.


'저.... 씨....'


대통령은 눈치 없는 박장관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각하."


"박장관! 잠깐! 뭐 일을 그 따위로 해! 요즘 문화체육 쪽이 엉망이야! 엉망! 아주 개판이라고! 이런 썩어 문들어질 문화체육! 으아아아아아아! 진짜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네!"


"각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말이야! 지금! 답답해서 그래! 그런데 말이야! 박장관! 잘 들어! 내가! 지금! 어! 내가 한일전에 와일드카드 선수로! 말이야! 나가고 싶어서! 말이야! 어! 진짜! 너무너무너무 나가고 싶어서! 어! 그러는 게 아니야! "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대통령은 바닥에 주저앉아서 뒹굴기 시작했다.


"내가 어! 정말 너무너무너무 한일전을 뛰고 싶어서..... 이런 게 아니라고.... 진짜 너무너무 야구가 하고 싶어서 이런 게 아니란 말이야! 엉엉! 왜 내 마음을 몰라줘!"


박장관은 바닥에 뒹굴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대통령을 보며 짜증이 몰려왔다.


"각하.... 와일드카드에 넣어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대통령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아침해가 활짝 핀 얼굴로 윙크까지 하며 박장관을 바라봤다.


"역시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 박장관이 장관 중에 최고야! 최고! 영의정이야! 영의정! 하하하하하하"


'하.....'


5월 5일 어린이날 맞아 한일전이 잠실운동장에서 열렸다. 홈경기라서 이겨야 하는데 시종일관 쫓기는 분위기였다. 일본에 '올타쿠나'라는 괴물투수가 있어서 한 점도 못 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3:0으로 뒤지다가 8회 말 더그아웃에서 쉬고 있는데 국정원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007 가방을 조심스럽고도 비밀스럽게 열었다. 007 가방에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약초들이 들어있었다. 그것은 산삼이었다.


"반드시 이기라는 각하의 지시입니다. 한 뿌리에 천만 원짜리 산삼입니다. 하나씩 드시죠!"


국정원 직원이 말을 하는데 입에서 산삼향기가 진동을 했다. 그리고 산삼 뿌리 중에 유난히 작은 게 있었다.


"어? 그런데 여기 하나는 왜 1/3이 없어요? 혹시 드셨어요?"


얼굴이 새 빨개진 국정원 직원은 절대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국정원 직원이 말을 할 때마다 진한 산삼향이 더그아웃에 가득했다.


천만 원짜리 산삼을 한뿌리씩 먹은 우리 팀은 9회 초 기적적으로 점수를 내서 4:3 역전을 했다. 하지만 산삼의 효력은 1회밖에 가지 않았다. 막판 뒷힘이 약한 우리나라 대표팀은 9회 말 무사 만루의 상황이었다. 일본의 4번 타자가 타석에 올라서자 4천만 대한국민이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꿀꺽!"


비서실장도 긴장한 상태에서 경기를 보는 사이에 경호원과 대화를 하다가 각하를 보니 각하가 없어졌다. 신속히 무전을 쳤다.


"각하를 찾아라!"


그런데 갑자기 중계방송 영상을 보니 대통령이 마운드에 올라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와일드카드 투수를 소개합니다! 프레지던트 킴! 대통령 각하십니다."


"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대통령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정장차림에 대표팀 야구모자를 쓰고 유니폼 반팔을 정장 위에 입었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관중들이 초강속구를 던지는 대통령을 보자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대통령은 있는 힘껏 공을 던지지 않기로 했다. 그랬다가는 포수의 손가락이 다 부러질 수 있으니까.

자신의 힘 50 퍼센트만 준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지만 야구공을 잡자마자 도파민이 폭발하여 던지는 최선을 다해 발사를 하고 말았다.



"피유유유유유유유유유유융!"


초고속 총알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다행히 제구가 되지 않아 포수를 넘어 뒤쪽에 있는 경기장 펜스 쇠기둥에 야구공이 박혔다. 포수의 얼굴이 시퍼레져서는 더그아웃으로 도망을 쳤다. 저공을 잡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죽음의 두려움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도망을 치는 포수를 대표팀 감독이 필사적으로 쫓아갔다. 둘은 술래잡기를 하듯이 야구장을 여기저기 달렸다. 야구장을 꼬불꼬불 달리는 둘의 모습이 유치원생들 갔았다. 결국 포수는 도망을 쳤고 예비 포수가 올라오게 되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각하…. 저 죽기 싫어요…. 제발 살살…. 맥시멈 시속 180킬로미터만요…. 그 정도도 충분해요."


"알겠어요…"


"약속이요… 새끼 걸어요…."


"약속.."


"도장 복사. 사인."


그리고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시구로 몇 번 던졌다.


"시속 237킬로"


포수는 손이 아픈지 인상을 찡그리고 손을 밑으로 내리는 시늉을 하며 속도를 낮춰달라고 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구를 던졌다.


"쉬이 이이 이익!"


 피융 총소리는 아니지만 화살 날아가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속도계에는 시속 199km가 찍혔다.


"스트~~~~~~~~~라이크!!!!!!!"


완벽한 제구였다. 일본 타자는 멍하니 서있었다.


"쉬이이이익! 스트~~~~~~~~~라이크!!!!!!!"

"쉬이이이익! 스트~~~~~~~~~라이크!!!!!!!"


삼진.


5번 타자.


"쉬이이이익! 스트~~~~~~~~~라이크!!!!!!!"

"쉬이이이익! 스트~~~~~~~~~라이크!!!!!!!"

"쉬이이이익! 스트~~~~~~~~~라이크!!!!!!!"


"삼진!"


6번 타자는 용기를 내서 휘둘러봤지만 이미 공은 포수의 글러브에서 있었다.


"쉬이이이익! 스트~~~~~~~~~라이크!!!!!!!"

"쉬이이이익! 스트~~~~~~~~~라이크!!!!!!!"

"쉬이이이익! 스트~~~~~~~~~라이크!!!!!!!"


"삼진!"



온 경기장이 환호를 했다!


4:3 역전승이었다 대통령은 기쁨에 넘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더그아웃에서 나온 선수들이 일제히 대통령을 번쩍 들어 올려 헹가레를 했다. 관중들이 펜스를 뛰어넘어 운동장으로 우루루루 내려왔다. 30여 명의 경호원들이 막아보려 했지만 수천 명의 관중들을 막을 수 없었다. 경호실장이 소리쳤다.


"비서실장님! 어떻게 할까요? "


비서실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두세요. 어쩔 수 없지요."


대통령은 국민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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