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리우스 Oct 28. 2024

작사의 세계 2

두 번째 이야기

한 달 동안 4번의 작사수업이 끝났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과제를 제출해야 했다. 르세라핌의 퍼펙트나이트를 한국어 가사로 작성하는 것이 과제였다. 영어로 된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아니라 멜로디에 맞는 새로운 한국어 가사를 만드는 과제였다. 새로운 가사의 내용을 쓰는 것도 어려운데, 악보의 음절에 맞춰 글자수를 계산해서 가사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라 어려웠다.


음악을 듣고 몇 글자로 작사를 해야 하는지 파악을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막혔다. 멜로디와 영어 가사만 들어서는 도무지 글자수 계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악보를 구매하고 출력해서 음절수를 파악했다. 음표 하나에 한국어 단어는 한 개가 들어가는 게 보통이고, 영어인 경우는 음표 하나에 단어 하나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음표가 네 개 있다면 한국어 가사는 네 글자가 들어가고 영어라면 네 단어가 들어간다.


15명이 수업을 들었고, 마지막 4주 차에 과제를 제출하게 되어있었다. 나는 서둘러서 먼저 과제를 제출하고 싶었다. 내 작사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받고 싶었다. 2시간 동안 집중해서 작사를 했다.

'나는 작사의 천재인가?'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완전히 자아도취에 빠져서 곧바로 단체톡에 과제를 제출을 했다. 다음날 내가 작성한 과제를 다시 보니 등줄기에 서늘한 땀이 흐르면서 창피함이 밀려왔다. 연애편지는 밤에 쓰면 안 된다는 말처럼 정신이 또렷할 때 읽어 보니 온몸이 오글거렸다. 특히나 가사는 멜로디와 함께 읽어야 느낌이 오는데, 가사만 읽으려니 창피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로켓


예, 오늘 한번 놀아 보자!

나 맘먹고 왔어. 오늘.

내일 몰라, 오늘만 생각해.


오늘 밤 어차피

집 갈 차비까지 다 썼어.

내 뒤에 붙어, 우리 만의 Boat, Get in our boat!


우, 우-우-우

내일 NO my work, only tonight.

오늘뿐이야, 우리 보트가 뜰 수 있는 건

think about our link, we never sink!

로켓을 달고 끝까지, 태양까지 날아가,

지구로 돌아올 생각 따윈 없어,


오늘밤,

문제 될 건 없어, 오케이 싸인해,

나 못 말려, all time. 올라타,

신호 따윈 신경 안 써,

겁낼 필요 없어,! 레츠 고 투 더 music!


네 날개에 매달려, 오늘은

소리쳐도 돼. 크러쉬 한 우린

이미 크로스 체크 했어,  

쿵쾅 대는

음악 소리 보다 더 큰 우리 로켓,

리듬 위를 날아,

오늘 밤은 내가 여길 비출 거야,


우우우우,

밤이 깊을수록 우린 더 빛나니까!

오늘뿐이야, 우리 보트가 뜰 수 있는 건

think about our link, we never sink!

로켓을 달고 끝까지, 태양까지 날아가,

다시 돌아올 생각 따윈 없어,


오늘밤,

문제 될 건 없어, 오케이 싸인해

나 못 말려, all time. 올라타,

신호 따윈 신경 안 써,

겁낼 필요 없어,! 레츠 고 투 더 music!


첫 번째 작사 작업물


부끄러움이 몰려왔지만 제출을 했기 때문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제를 미리 낸 사람은 15명 중에 나밖에 없었다. 3주 차 수업 시간이 다가왔다. 강의실에 들어가며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표정을 봤는데, 선생님 표정이 뭔가 좋지가 않았다. 진도를 나가고 수업이 끝날 때쯤에 선생님의 피드백이 시작되었다. 완전한 혹평을 받았다. 가사가 멜로디와 하나도 맞지 않으며,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용 연결도 되지 않고, 단어선택도 이상하다고 지적을 많이 받았다. 워낙 솔직하게 피드백을 해주시는 분이셔서 하나부터 끝까지 지적해 주시는 것을 감사하게 받아 적었다. 2시간 만에 작성한 숙제라서 큰 기대는 안 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가사라고 생각했는데, 프로가 보시기에는 엉망진창인 가사였다.


수업이 끝나고 마지막 수업까지 1주일의 시간이 남게 되었다. 남은 시간 동안 가사를 잘 쓰고 싶었다. 칭찬을 받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순수하게 작사를 잘하고 싶었다. 오랜만이었다. 무언가를 순수한 동기로 열정이 생겨서 좋았다. 일주일 동안 하루에 3시간 정도 작사에 힘을 쏟았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악보를 보고 글자수를 계산하고, 내가 쓰는 가사와 맞춰보는 작업을 반복했다. 3주 차 때 받았던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작사를 배우려고 했던 이유는 노래 가사를 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암호 같기도 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쓰기 때문에 시의 표현법에 배워보고 싶었다. 시에 멜로디를 입힌 것이 노래라고 생각하고 작사를 배우면 시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작사를 할 때 시처럼 쓰고 거기에 힙합적인 요소를 추가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가사에도 기승전결의 서사가 있어야 하고, 캐릭터, 배경설명, 멜로디와의 어울리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최고의 단어와 표현들로 작성해야 했다.


일주일 동안 어느 정도 최선을 다한 결과물을 들고 마지막 수업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약간 놀라신 듯 보였다. 지난번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지난번이 30점이라면 이번에는 70점 정도라고 하셨다. 2번 정도 수정하면 음반시장에 내놔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칭찬을 잘 안 하시는 스타일이신데,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칭찬 후에는 역시 거침없는 비판을 해주셨다. 사실 선생님의 칭찬은 중요치 않았다. 내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작사를 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 게 전부였다. 70점이었다. 최선을 다한 점수였다. 더 더 노력해서 9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힘과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80점 정도를 목표로 한다. 그 이상의 노력을 잘하지 않는다. 내 능력은 그 정도 수준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 작업물에서 2번이나 나의 한계를 뛰어넘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고 기운이 빠졌다.



Perfect Birthday Night


오늘 내 생일인데

친구들은 바쁜가 봐

약속 없이 혼자 집으로 가


내 방에 불을 켜니

불꽃같은 폭죽소리

친구들의 깜짝 파티


oh-oh-oh-oh

순식간에 눈물이 나


내 이니셜 풍선들 반짝이는 가랜드

그 안에 적힌 Happy birthday & we're loving you


하얀 케이크 위에 파스텔 촛불들이

까만 우주 속 별빛처럼 반짝여


Tonight

혼자일 줄 알았어

회색 같던 내 생일

팝콘같이 나타난 my girls  

나를 위한 Birthday Party Night


빙글빙글 미러볼

멈추지 않는 나만의 미니 갤럭시

우리의 스테이지가 돼버린 my cube room

우리의 프라이빗 클럽 베베-


우-우-우-우

나를 위한 Party Night

레몬컬러 상자 안 선물과 편지들  

그 안에 담긴 Love of my girls


Perfect Birthday, yeah,

영화 같은 오늘밤

I fearless blue you,

really cherish to me


Tonight

혼자일 줄 알았어

회색 같던 내 생일

팝콘같이 나타난 my girls

나를 위한 Birthday Party Night


아-오-오-오-오, 오-오-우-우-우-우-

나를 위한 Party Night

내 이니셜 풍선들 반짝이는 가랜드

그 안에 적힌 Happy birthday & we're loving you


Perfect Birthday, yeah,

영화 같은 오늘밤

I fearless blue you,

really cherish to me


Tonight

로켓처럼 신이 나

오늘밤은 my universe

나를 비쳐주는 shining star

오늘은 최고의 Birthday Night


두 번째 작사 작업물


일주일 동안 최선을 다해서 그랬는지, 내 작업의 피드백이 끝나자, 급격하게 힘이 빠지고 기운이 없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 같았다. 지친 상태로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의 책에 사인을 받는데, 선생님께서 계속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적어주셨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작사학원에 등록해서 프로 작사가가 돼 볼까? 더 열심히 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작사학원을 여럿 알아봤다.



작가의 이전글 바이올린 버스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