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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Dec 26. 2016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살고 싶다.

관계에서 벗어났을 때






바람이 불었다.
조용했던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
잃게 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서로를 이해한 적이 있었어?"

그 물음이 참 많이 아팠다.
살면서 나 아닌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니까 이해하려 노력한다.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받아들이고 힘든 부분들은 보지 않으려 애쓴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은 어땠을까?
나는 당신의 마음을 멋대로 판단했고 내 방식대로 해석했고
당신은 나를 당신의 삶에 동화, 그래 동화시키려고 했었다.
결국 우리 둘 다 맞지 않는 사람을 속으로 탓하고 욕하면서도
사랑하니까 애써, 굳이, 힘겹게 관계를 이어왔던 게 아닐까

나는 당신에게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한다면서 늘 제약을 두었다.
나는 표현의 자유를 잃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었다.
글을 쓰고 싶어도 예전만큼 자유롭게 또 속 시원하게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고
표현의 방식 또한 자꾸만 답답하고 갑갑해져만 갔다.
탈출구를 잃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를 잃었다.

이상하리만큼 차가워지고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다.
친구들은 나를 걱정했다.
왜 이렇게 사람이 한없이 독하게만 생각하고 비관적으로만 생각하냐며 고개를 저었다.

글을 쓸 때마다 답답했다.
당신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곤 했다.
그러다 그런 내가 싫어서, 미워서 울었다.
그래도 당신이 있으니, 당신이 이런 나를 좋아하니까 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난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내가 되어 그런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했었다.




언젠가, 나에게 왜 그런 자질구레한 감정이 담긴 글들까지 공개하냐고 물었다.
자랑을 하고 싶은 거냐고, 누가 봐주었으면 좋겠는 거냐고 따지듯 캐물었다.
당시 나는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작아졌고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다.
맞다고, 누가 봐주었으면 좋겠고 모르는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들어와 내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해주는 것도, 아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내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해주는 것도 다 좋다고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거라고 말했어야 했다.

유치하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내듯이 따지던 때
그때 나는 현명한 선택을 했어야 했다.
애써 이해시키려고 이해하려고 이해받으려고 발버둥 치며 나를 잃어가선 안 되는 것이었다.


이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내가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를 만나기 전, 그를 만나는 동안, 그리고 지금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되었고 변해왔다.
그러니 돌아갈 수 없다.
그저 앞으로는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뿐이다.


큰 경험을 했다.
2년 간 
이런저런 감정을 겪고 
여러 가지의 일들을 마주하며
이해와 오해가 공존하는 시간들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부디 이 관계에서 알게 된 것들 만큼은 
반복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변하고 희생하는 것을 무용지물이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잃어가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나의 불행이고 관계에서도 큰 독이 된다.
못난 부분, 잘못된 부분은 고치되
각자가 사랑하고 소중히 하는 부분만큼은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선택이 너무나도 달랐고
이해라는 단어로도 해결할 수 없었기에
나는 그 선택에 우리 관계의 끝을 엮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차츰차츰 깨달아왔을 뿐이다.
사랑하더라도 내겐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당신에게도 지켜야 할 것이 있었고
그것들이 너무나 달랐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자기화" 시키려고 노력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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