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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Feb 12. 2017

오래오래 해맑았으면

조금은 우울했던 날



오랜만에 네이버 클라우드 사진 정리를 하다가 2년 전, 3년 전, 4년 전의 나를 만났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만 사진 찍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외모에 콤플렉스가 좀 심한 편이라, 내가 원하는 각도가 아니면 사진을 찍지 않는다. (셀카쟁이)

그런데 몇 안 남은 누군가가 찍어 준 내 모습이 오늘은 왠지 마음에 들었다.

못난 표정을 하고 있는 데도 웃음이 나왔다.

찍히는 순간순간을 떠올리니 전부 추억이었다.


부모님과 자그마한 마찰이 생기면 마음이 금세 가라앉는다.

죄송스러운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과

그래도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라는 조금 어설픈 낙관들이 뒤엉켜서

무엇이 진정한 나의 마음인지 헷갈리게 된다.


한 살, 두 살 내 나이는 점점 더 많아지는데

나는 여전히 내 인생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백수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었을까?

아, 지금 시대가 아니라면 나도 취업을 했을까?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망상들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많이 모자란 사람이지만

그래도 잃고 싶지 않은 게 있다.

언젠가 내가 내 몫을 할 수 있을 때가 되더라도

너무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

웃음에 인색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시답잖은 농담에도 호탕하게,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그마한 것들에 감사하고

소박한 것들에 기뻐하는

사진 속 해맑은 나를 잃고 싶지 않다.




오늘은 조금 우울한 하루였다.

스스로에게 실망을 많이 한 날.

매일매일이 실망의 연속이지만

꾹꾹 눌러 두었던 실망들이

펑! 하고 터져버린 날.


영어 단어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일본어도 귀에 안 들어오고

책을 읽어도 내용이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날.


내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날.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야?"

하며 이미 놓쳐버린 시간들을 후회하고

지나간 기회 들을 아쉬워하는

바보 같은, 미련 곰탱이 같은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을 이대로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다.

26일엔 토익시험이 있고

넣은 서류들이 다 탈락하게 된다면

잠시 한숨 돌리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

부족한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았으니

또 메꿔나가면 될 것이다.



해맑은 나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3년 뒤, 오늘을 후회하며 또 울고 싶진 않으니까

내일은 좋아하는 일을 하나 해야겠다.

한동안 손에 쥐지 않았던

소설책을 한 권 읽어야지.



늘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한마디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조금은 한심스러운 지금을 즐기며

 지나간 과거를 또다시 미래로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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