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에 대하여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오랜 꿈이었던 일본에서의 생활을 현실화시키고 싶어서
일본 현지 취업을 목표로 여기저기 서류를 넣었고, 감사하게도 최종면접까지 올라와서
오늘은 그 최종면접을 위해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새벽 6시 첫차를 타기 위해서
혹시나 늦을까 봐 4시까지 꼬박 밤을 새워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면접장으로 향했어요.
면접장 앞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위해 혹은 자신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이 된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제가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났거든요.)
면접장에 들어서기 전
많은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중,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한 문장.
ジンソル らしくやったら、きっと 大丈夫!!
진솔이 너답게 하면 분명 괜찮을 거야!
그래, 나답게 잘 웃고 내 생각을 잘 전달하고 오자!
두 주먹 불끈 쥐고! 면접장으로 들어섰습니다만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함께 들어간 분들의 경력이 꽤나 화려했거든요.
저는 관련 업종의 경험이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것 말고는 없었습니다.
일본어도 그분들에 비하면 뛰어나지 않은 수준이었어요.
영어는 크게 필요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소통, 제가 그렇게 강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소통 역시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괜찮겠어요?
물어오는 그 한마디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나는 괜찮지 않은 거구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들이
여기선 아닌가 보구나.
웃으면서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사실 무엇에 대해 괜찮냐고 물으신 건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분들에게 저는 잘 안 보이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참 좋은 말을 많이 해줍니다.
왜 그렇게 자신이 없냐부터 시작해서
내가 인사부면 너 무조건 데려가고 싶을 거야
너는 정말 사랑스럽고 괜찮은 아이야
솔이 너는 너만의 것을 가지고 있는 아이야
정말 그런 걸까요?
제가 그 말들을 너무 철석같이 믿었던 걸까요?
제가 순진했던 걸까요?
온갖 의문이 드는 밤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방식에 고집이 꽤 있었습니다.
정형화된 자기소개서는 쓰고 싶지 않았고
자격증 같은 스펙이 조금 부족해도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호기로운 마음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장점들이 정말로 내 것인지
그것들이 보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나를 어떻게 어필하면 되는 것인지
아, 이 글을 쓰다 보니 '연습'이라는 것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직 저만의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인가 봅니다.
내게 어울리는 옷이 어떤 스타일인지도 요즘은 헷갈려요.
가장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었네요.
무엇을 좋아하나
무엇을 하고 싶나
아니, 무엇을 할 수 있나
오늘 깨달은 것을 자신 있게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확신이 없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리고 만다"입니다.
저는 오늘 많이 흔들렸습니다.
제가 누군지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생각하고 정리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마음의 응어리들이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