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바다의 포효 속에서, 타이타닉 호 위의 승객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거대한 그 물살을 덜덜 떨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아무 말없이 손에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치고 묵묵히 현을 켜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현악 동료들은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들의 악기를 가져와 그 순간 삶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그들의 연주는 결코 맹렬한 바다를 잠재우지도, 가라앉는 배를 막지도 못했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에는 그저 삶의 마지막 순간을 활과 현으로 연주하며 버텨낸 이들이 서 있을 뿐이었다.
망망대해와 같은 인생을 표류하는 우리에게, 때론 수많은 풍파와 침몰이 들이닥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글을 쓴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실은 여전히 풍랑으로 휘청거리는 배 위일 테니.
우리 모두의 인생은 저마다의 속도로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 호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삶의 밑바탕에는 슬픔의 빛깔이 서려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그냥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삶은 그저 절망이란 이름으로 남을 수밖에. 거듭 밀려오는 풍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우리의 영혼은 끝없는 침몰만을 경험할 수밖에. 그러나 글로쓸 때, 나는 나를 침몰시키는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고, 그 모든 이름 모를 감정의 찌꺼기들을 나만의 리듬과 선율로 정화시켜, 마침내 나 자신을 치유하고 타인을 위로하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이왕 시작된 항해 가운데, 불시에 들이닥치는 바람과 파도를 글로 연주하며, 나는 그렇게 이 항해를 즐기기로 했다. 타이타닉 호 위의 연주자들이 주어진 활과 현으로 풍랑 속에서도 고독하게 연주했듯, 내게 주어진 분량의 고난이 내 삶을 연주하는 활과 현임을 알기에. 저마다 돛을 달고 힘겹게 망망대해를 지나고 있을 이 땅의 많은 항해자들에게 나의 연주가 잔잔한 위로로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살기 위해, 주어진 오늘을 버티기 위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