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그리고 인도 적응 중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델리를 거쳐야 한다. 쫄보인 나의 인도 여행 목표는 짜이 공부와 안전하게 여행하기. 오로지 2가지뿐이었다. 관광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짜이를 어디서 먹을지만 찾아뒀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크로스백이 끊어졌다. 당장 메고 다닐 가방이 없는데.. 별 일 다 있다 생각하며 인도로 출발. 비행기가 한 시간가량 일찍 도착해서 운이 좋다 생각했는데 도착 비자 발급받는데 3시간이 걸렸다. 다음부터는 꼭 e비자 받아와야지..
델리에서의 나날은 내 계획을 부수는 일의 연속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3월의 인도는 너무 더웠다. 기온이 37도까지 솟구쳤고, 유난히 더위에 약한 나는 하릴없이 더위에 졌다. 아침 일찍 나가서 점심에는 피신해 있다가 해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인도에는 아이스 음료가 잘 없다. 물이 귀하기도 하고, 깨끗한 물은 더 귀해서겠지. 한낮의 더위에 뜨거운 짜이를 먹는 일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짜이는 팔팔 끓여서 나오는 거니까 배탈 위험에서 좀 더 안전하다고 하는 말을 믿고 먹었다. 아직 배탈은 안 났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스타벅스에 더 자주 가는 것 같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시원한 곳, 충전이 가능한 곳, 화장실을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스타벅스여서 그렇다. 전 세계 체인이라는 건 생경한 도시에서 생각보다 큰 위안을 주는 곳이었다.
어디에나 달콤한 음료와 디저트들이 있어서 그런지 백설탕, 황설탕, 비정제 설탕인 재거리가 컨디바에 구비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저것 마셔보면 아예 노 슈가로 나온 음료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달아서 설탕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기차를 타도 짜이를 주는 나라. 데일리 크리머라는 게 있는데 쉽게 말하면 우유 대용으로 만든 달달한 가루다. 굳이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맛을 찾자면 매일우유 분말 스틱..? 그리고 믹스커피에 에이스를 찍어먹듯이 짜이에도 곁들임으로 비스킷이 많이 나오는데 이걸 찍먹하는게 아주 별미였다.
직접 끓여 본 짜이. 우유와 향신료 배합을 주어진 재료 한도 내에서 했는데 내가 원하던 맛보다는 조금 밍밍했다. 배워나가는 걸 바탕으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가야지.
내가 만들 가게의 모습, 짜이의 맛이 모호한 상태라 이걸 뾰족하게 만들고 싶어서 인도에 왔다. 짜이를 이렇게 마시다가 당뇨가 걸리겠다, 싶은 정도로 죄다 시도해보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조금은 가닥이 잡힌다. 이 나라에 관광객으로 온 게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온 거라 그나마 심지를 굳게 하고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낮에는 더워서, 밤에는 무서워서 활동하지 못하고 설상가상 다리 수술 후유증으로 많이 다니지도 못하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너무 몰아세우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