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폴란드로 돌아올 때 새해계획으로 세운 금주계획. 지금까지 한 달 동안은 잘 지키고 있다. 남편은 건강상의 이유로 단주를 의사에게 명 받았고, 나는 남편이 술을 끊는 김에 나도 술을 끊기로 했다.
폴란드에서 생활하면서 저렴한 맥주와 와인가격에, 그리고 육아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로 나는 술을 자주 마셨다. 거의 매일 먹었다. 24년 폴란드에 오기 전 병원에서 처방받은 우울증 약을 여기 와서 다 먹었지만 여기서 새로 처방받지 않았고, 우울증 약을 끊었는데 아이 둘을 돌보며 숨이 턱턱 막힐 때마다 술에 의지해온 것이다. 몸에 좋지 않은 것도 알고, 나이 들어서 알콜성 치매도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남편이 술을 끊는 김에 나도 같이 술을 끊음으로써 서로를 붙잡아 주고 있다고 해야 할까.
폴란드에서 단조로운 생활을 하면서 우울증이 이제 거의 없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 아이들도 이제 제법 커서 만 3세와 만 5세가 되니 둘이 곧잘 놀아서 예전보다 손이 덜 가니까 말이다. 24년 폴란드에 오기 전, 내가 다니던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아이들이 좀 크면 약을 끊자고 했었기 때문에 이제 괜찮겠거니 했는데, 한국에 갔을 때 공단 건강검진을 받을 때 우울증이 나오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꽤 놀라며, 우울증으로 기록에 남아도 되겠냐고 거듭 물어보셨는데, 나는 이미 병원에서 약을 먹은 기록도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나도 사실 검사에서 아직도 우울증으로 나왔다고 해서 조금 놀라기는 했다. 그때서야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2월까지 풀부킹으로 결국 약을 못 타고 폴란드에 돌아왔다. 그래서 지금은 약도 술도 끊은 완전 맨 정신으로 살고 있다.
지난 1주일이 사실 나에게는 큰 고비였다. 우리 아이들이 전염성 질병에 걸려서 유치원에 못 가고 가정보육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셋이서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같이 있으니 아이들도 답답하고, 나도 답답했다. 하루에 밥 세끼 해먹이고, 간식 먹이며, 집안일하고, 시간 맞춰서 약 먹이고, 호흡기 치료하고, 약 안 먹는다는 아이를 설득하고, 둘이 싸우는 거 말리고.. 오늘에서야 아이 둘이 모두 등원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지난 1주일 동안 술을 안 먹고 버틴 나를 칭찬한다.
한두 달 이후면, 공원옆의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날씨가 더 따듯해지고, 공원에서 산책도 하게 되면 내 마음의 병을 좀 더 다스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