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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나 Jan 18. 2024




S# 1. 낮은 산


연령대가 무관한 사람들이 서 있다. 같은 방향을 응시한다. 모두 침묵한다. 바람이 분다.



S# 2. 좁은 방


피곤해 보이는 듯한 누군가 씻고 나온다. 그는 문득 알아차린 듯한 얼굴을 만든다. 고개를 숙이고 손에 얼굴을 묻는다. 그는 자신에게 사는 운이 있다고 사는 형이 있다고 그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그는 제 삶이 수치스러워 눈을 덮고 얼굴을 가려도 상처를 덮고 가릴 수 없다고 말한다. 정면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는 아픔에 대응하지 못해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을 때 죄책감이 들고 싶지 않다고 독백한다. 그는 이 바람마저 다시 수치가 된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날은 간다. 그가 웃는다. 그가 운다.



S# 3. 병원


환자가 긴 얘기를 한다. 환자는 체념을 얘기하지 않지만 삶에 대해 체념한 얼굴을 한다. 환자는 덤덤히 가벼운 일상을 말하듯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환자는 간간히 웃기도 한다. 환자는 이야기를 잇다가 잠시 목소리가 흔들린다. 환자는 눈물이 들어찬 얼굴을 한다. 환자는 웃는다. 눈물이 들어찬 눈과 올라간 입꼬리. 환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문을 닫는다.



S# 4. 바닷가


그가 달리다가 넘어진다. 그는 머리를 모래에 처박는다. 그가 크게 웃는 소리를 낸다. 그는 바닷물에 몸을 처박는다. 그가 크게 웃는 소리를 낸다. 그가 운다. 그가 웃는 소리를 낸다. 그가 운다. 그가 웃는 소리를 낸다. 그가 우는 소리를 낸다. 그가 웃는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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