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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나 Sep 12. 2024

돼지를 사람으로 보는 사람부터 사람이 물건인 사회까지

사회 건강 헌사

사람은 어느 정도로 죄책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생각나는 건 비거니즘입니다 동물이 어떤 식으로 평생을 착취당하고 죽는지 과정을 알고 비건을 시작하는 사람은 큰 죄책감에 시달려요 동물권과 관련한 책에서는 한 동물을 한 명이라고 정의합니다


누군가에게 동물은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일상에서 사람이 사람을 평생 학대해 식인을 하는 문화를 보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도 평생 사람을 먹었고 사회는 내가 죽기 전까지는 평생 학대한 사람을 먹을 것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돼지는 어릴 때 생으로 이빨이 뽑히고 꼬리가 잘리고 커서는 조금 움직이기도 힘든 쇠틀에 갇혀 몇 개월 동안 누워서 수유만 하고 밑이 뚫린 바닥에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배설물를 뒤집어쓰고 평생 살다가 도축장으로 전기를 맞으면서 끌려갑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지만 한국 사회는 육식주의가 95퍼센트를 넘기고 프리랜서가 아니기 때문에 돼지를 먹습니다 학대가 조금도 보이지 않고 그저 음식으로 존재하는 고기를 봅니다


제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사회에 떨어지고 보니 그런 환경이 공고히 존재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회에서 배양육이 보편화되고 논비건 메뉴가 있으면 비건 메뉴의 선택지도 있어서 논비건과 비건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존을 바랍니다 환경과 동물, 건강을 위해 이틀에 한 끼 정도 비건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한 명의 완벽함보다 수십 명의 불완전함이 사회를 더 낫게 바꿉니다


비건뿐만 아니라 다른 권리도 관심을 가지기 쉽고 내가 당사자라면 삶은 더 복잡해집니다 차별받는 사람과 생명, 환경의 권리를 생각하고 저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의 권리를 생각하면 차별은 다층적으로 겹쳐져 있습니다


최근에 전문가 선생님의 상담을 받으면서 저는 사회 운동과 정치를 해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초진에서 저도 모르게 90퍼센트를 사회 현상과 차별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사회 권리 운동을 하는 사람은 저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 그 사람들이 운동가가 되는 이유는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의무를 느끼고 내 일상에 그것만 보이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그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 운동과 관계된 사람은 너무 적습니다 내가 아니면 한 단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혼자 많은 책임과 죄책감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운동 단체에 속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조차 죄책감과 강박에 시달립니다


많은 한국인은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주의는 우리를 가장 덜 완벽하게 만듭니다 시작도 못하게 해서 모든 가능성을 없애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도 내가 어떤 차별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아주 급격히 발전했고 집단주의가 큽니다. 그래서 내 의견의 피력이 집단 따돌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쉽습니다 또한 페미니즘, 성소수자와 장애 인권, 비거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보통의 한국인은 윤리성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합니다 사회의 관심사는 윤리성이 아니고 얼마나 수익을 더 벌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과도기입니다 전쟁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물질적으로 아주 나아졌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저는 여성 범죄 사건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폭행/강간/성착취 당했겠다고 느낍니다


저는 숏컷으로 몇 년째 살고 있고 저는 어떤 편의점에서 일했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 말, 경남 진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일하던 20대 여성 김영주(가명)씨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 손님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구속 기소된 박 아무개(25)씨에게 올해 4월 9일 창원지법 진주지원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징역 3년이었습니다. (‘숏컷 폭행’ 피해자 “판결문에 ‘여성혐오 범죄’ 없어 유감” 기사 인용)


여성 혐오라는 단어는 없고 심신 미약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며 김영주 씨는 청력 손실을 진단받고 두 사람은 커다란 트라우마를 오랜 시간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직도 사건은 진행 중입니다 재판은 피해자에게 매우 힘든 과정이며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도 피해자의 어떤 삶은 돌이킬 수 없지만 가해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빠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제 일상은 계속됩니다 저는 공중 화장실을 쓰며 내가 불법 촬영당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전 세계 딥페이크의 절반이 한국 여성이 피해자라는 기사와 한국 성착취 시장이 커피 시장의 4배라는 기사를 접하며 내 친구와 여성을 매일 걱정합니다


기름을 붓고 몸을 태워서 죽을 용기까지는 없겠지만 내가 죽어서 많은 여성 범죄가 개선된다면 저는 죽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제 목숨보다 여성 인권 운동은 제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제가 죽어도 여성 범죄가 개선되지는 않고 제가 살아야 조금이라도 여성 범죄가 개선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여성에 속해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말 잘 살고 싶습니다 지금 제 목적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평생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여자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여자 이야기를 하고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 건강에 더 신경을 쓰면 합니다 정신 건강의 기준은 일상에 지장이 있는가에서 시작합니다 감기만 걸려도 병원 가는 것처럼 내가 아픈지 아프지 않은지 궁금하면 병원 가는 것처럼 (정신과에 전화해서 평균적으로 검사 예약 날짜를 잡고) 정신과를 가야 합니다 특히 여성은 더 가야 합니다  


요즘은 정신병이라는 단어가 밈(유행어)가 됐습니다 심지어 정신병 진단을 받은 사람조차 그 말을 씁니다 내가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일시적인 감정을 정신병이라고 정의하고 발화하면 안 됩니다 단어는 언어입니다 언어는 습관적이고 강력해서 우리는 단어 사용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표현하거나 일상을 살 때 평균적으로 예민하다를 민감하다고 바꾸는 예시처럼 부정적 느낌을 주는 단어를 긍정어로 바꾸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떤 특성은 분명히 장단점이 공존하고 그걸 말해야 할 때는 부정적이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 게 자기 긍정과 일상의 긍정과 맞닿아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말하거나 표현할 때 단어 하나하나 신경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단어를 쓰는 건 주의해야 하고 자제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만 해도 됩니다 빈도는 천천히 줄이면 됩니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해도 시행하고 완수하는 것입니다 불완전이 완전의 1000으로 가고 완벽함은 허상이기에 계속 0이 됩니다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마이너스입니다


그렇기에 헬스장과 정신과를 한 번 가기 시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과 우선순위를 나누고 내가 해야 할 공부가 있으면 강제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폰만 눈앞에 있어도 뇌의 집중력이 저하됩니다 그렇기에 '일정' 시간에 무언가를 '5분이라도 하는 패턴'이 반복되어야 운동처럼 몸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장소를 지정하는 게 제일 도움이 됩니다 시공간을 몸이 인식하게 해서 여기서는 내가 공부할 장소고 집의 침대는 쉬는 장소가 되게 하는 것도 장소를 예약하고 약속을 만들고 돈을 내는 것도 좋습니다 내게 맞는 방해 요소가 제한된 환경을 찾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ADHD라는 걸 오랫동안 몰라서 저에 맞는 환경을 찾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ADHD는 장애가 아니라 뇌가 다른 선천적 기질이라고 생각합니다 ADHD가 받는 차별성을 제외하고 얘기하면 ADHD는 기질이기에 MBTI와 일정 부분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내 MBTI를 합리화 수단으로 쓰면 안 되는 것처럼 ADHD 특성을 부정적으로 쓰거나 합리화 수단으로 쓰는 것을 주의하고, 어떤 유형은 주요 특성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으며 사람마다 다르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말하는 저의 특성은 모든 ADHD를 얘기하지 않지만 주요 특성입니다 저는 소음에 무척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조용한 도서관에 가도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와 바람에 블라인드가 부는 소리 때문에 무언가에 집중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에 한 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과집중이 되기 쉽습니다 저는 10시간을 내리 글만 쓴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독에 취약하지만 건강한 일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보통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는 특성인데 현대 사회는 평균 인간도 집중력 부족으로 만들어서 직장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5분도 안 됩니다 매초마다 알림이 울리고 SNS가 존재하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ADHD는 다층적으로 집중력 방해에 어려움을 겪는데 많은 ADHD는 자신이 ADHD인지도 모르고 왜 남들이 어렵지 않은 걸 나는 너무 어렵고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나조차도 왜 내가 어려운지 이유를 모릅니다


ADHD는 집중력 방해 요소가 남들보다 많아서 집중의 시작이 평균보다 어렵다 보니까 집중하고 있을 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집중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조절이 평균보다 어려운 기질인 것입니다


정신 질환은 신체 질환처럼 범위가 넓고, 우리는 모두 감기가 걸리는 것보다 높은 빈도로 삶에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습니다. 또한 모두가 소수성이 있으며 차별받고 상처받고 차별하고 차별을 인지하고 무지합니다


어린이와 노인, 특정 나잇대를 의도치 않게 차별할 수도, 어떠한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도, 몰랐는데 검사하고 보니 내가 장애인이었을 수도, 어떠한 사람을 만나서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인식할 수도(실제로 현재 미국 Z세대 3분의 1은 자신이 이성애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조사가 존재하고 내가 10퍼센트라도 동성에게 로맨틱함을 느낀다면 당신은 이성애자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했는데 약한 처벌이 내려져서 보복을 당할 수도, 해외에서 살면서 동양인 인종 차별을 당하거나 내 국적, 종교가 이해받지 못할 수도, 비정규직이 되고 제대로 된 노동 환경과 동일 임금을 법으로 보장받지 못할 수도, 한국에서 본 티브이 채널에는 보이지 않던 장애인과 성소수자가 비행기 몇 시간만 타고 가는 외국에서는 너무나 쉽게 보일 수도, 가족과 친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한 전문가의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인지입니다 사회의 차별에 대해 계속 모르면 나는 결국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줄 것입니다 입문서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사회의 다층적인 차별을 말하는 책을 추천합니다


저는 한국 사람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필수적으로 정신 건강 검사를 받고 심리 상담을 했으면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있는지 몰랐던 사회의 다양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그렇기 위해 계속 이야기를 쓰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피부색이나 종교, 성적 정체성 등을 이유로 그를 공공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 때 당연히 느낄 모멸감, 좌절감, 수치심이 그들의 삶을 만성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지 않도록 사회 차별을 인지하기 위해 저는 계속 배울 것이고, 몰랐던 지역에 갈 것이고, 당사자라 시달리는 강박과 죄책감에 대한 정신 건강을 자기 관리할 것이고, 운동과 좋은 식습관에 대한 불완전한 시도를 늘려서 제가 더 많은 일을 오래 할 수 있도록 신체 건강을 신경 쓸 것입니다


이왕 삶을 사는 거 건강하게 살아 봅시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미디어 추천 목록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커버링> 켄지 요시노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 멜라니 조이


<네 명의 완벽주의자> 이동귀,손하림,김서영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사이보그가 되다> 김원영, 김초엽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더 게임 체인저스> (2018)


<따님이 기가 세요> 하말넘많


<노년기, 자기결정권> 제철웅 , 김현철 , 박승호 , 이정은 , 이민홍 , 박은혜 , 연석정


<지금 바로 써먹는 심리학> 리처드 와이즈먼


<핑커 씨, 사실인가요?> 이승엽


<가부장 자본주의> 폴린 그로장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뇌 과학> 가토도시 노리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신지수


<익스플레인 : 뇌를 해설하다> (2021)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스콧 허쇼비츠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허휘수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이브 헤롤드


<아니 근데 그게 맞아?> 이진송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벌새> (2018)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하미나


<요즘 애들> 앤 헬렌 피터슨


<스톱 씽킹> 리처드 칼슨


<소년이 온다> 한강


<프레임> 최인철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전홍진


<우정의 과학> 리디아 덴워스


<극락왕생> 고사리박사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굿 이너프> 다니엘 S. 밀로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추천 목록은 제가 전부 다 안 본 것도 있고, 2시간 쓴 글인데 퇴고 안 했다는 점 감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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