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각자의 환상을 품고 살아간다

SNS와 정신병,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

by 햄짱
모두 각자의 환상을 품고 살아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들었던 사회문화 과목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각종 '집단' 개념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선생님은 입시를 압둔 우리들에게 이런 식의 잔인한 예시를 들었다


" 사람은 누구나 집단 속에 속한다. 이 때 이러한 집단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내집단/외집단, 혹은 소속집단/비소속집단으로 분류된다.


만약 너희가 대학에 간다면 그곳은 너희의 소속집단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대학은 네가 원하는 곳일수도, 원하지 않는 곳일수도 있다. 너네가 만족한다면 그곳은 너의 내집단이 되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너는 몸은 그곳에 소속되어 있는데, 마음으로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할 거다. 왜냐면 그곳은 소속집단이지, 내집단이 될 수 없으니까. "


일련의 과정을 거쳐 나는 대학에 갔지만, 솔직히 말해 썩 마음에 드는 결과는 아니었다. 결국 나의 대학은 온전한 나의 내집단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결핍이 환상이 되고, 환상이 콤플렉스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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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내가 정의하는 환상은 결핍이다. 사실 대부분의 행위는 결핍에서 기인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욕망은 결핍과 동의어로 치부되고, 사람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가지지 못했을 때 불행을 경험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라는 말이 격언처럼 반복되는 이유 또한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결국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결핍된 부분을 충족하고자 시도할 것이다. 이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SNS이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세컨드 라이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무기명 인터넷 세상 속에서 모두 현실적인 제약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자아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두 짐작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결핍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SNS 속 자아를 창조한다.


자기전시의 욕구는 정체성 창조 과정에서 등장한다. 어떠한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또한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각인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 라는 이상적인 틀을 만들고 이에 자신을 끼워맞추곤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틀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가 등장하고 이러한 이미지에 맞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일단 SNS에 올리고 나면 이는 불특정 다수(혹은 특수한 경우 특정 사람들에게만)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해당 이미지를 접한 사람들은 해당 게시물에 기반하여 게시자의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시자는 SNS에 자신이 보여지길 원하는 모습을 공유함으로서 타인으로부터 실제로 해당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SNS를 통해 환상을 성취하는 대략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바로 타인은 자신을 그대로 평가할지언정, 자기 자신만큼은 실제 자신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결핍이라는 것은 본능에 가깝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주체는 자신의 결핍과 관련된 주제에 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SNS에 특정 이미지를 더 많이 게시할수록 타인이 시선 속에서 해당 이미지는 강화되고, 고착화된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미지는 점차 결핍된 무언가를 암시하고, 게시자는 누구보다 민감하게 타인의 반응을 포착한다. 타인이 자신의 결핍을 '결핍된 줄 모르고' 언급하게 되는 순간, 게시자는 자신이 구축한 제 2의 정체성과 실제 자신의 결핍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두 정체성 사이의 간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실제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 정신병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가상적으로 충족된 결핍이 오히려 실제 존재하는 결핍의 존재를 부각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다. SNS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핸드폰은 이미 외장형 두뇌가 되었고 각종 SNS는 그에 포함된 기본 기능이 되었다. SNS 팔로워가 많을 수록 부자가 되고, SNS 하나 하지 않으면 취업하기 힘든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모두가 결핍과 마주하고 상실감을 겪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이야기가 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터넷 디톡스, SNS 탈퇴 운동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요즘, 과연 이것이 'SNS 중독자'들의 이야기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혹시 당신도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평소 자기 자신이 어떤 게시물을 주로 올리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어떤지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이를 통해 어쩌면, 당신 자신도 몰랐던 당신의 내면적 결핍을 어렴풋이 느끼게 될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