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갈등으로 몰아넣은 건 바로 나였다
갈등 공부는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나에게 닥쳐왔던 관계의 문제, 그 문제로 인해 벌어지는 마음의 혼란과 고통이 갈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책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갈등이 다 없어지진 않지만, 그 모든 것이 ‘결코 없어질 수 없다’는 뼈저린 현실은 제대로 알게 되었다.
‘갈등의 정의’를 배울 때부터 ‘갈등은 일생에 계속 이어진다’, ‘갈등은 삶에서 필연적이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갈등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우다 보면, 갈등을 겪되 그것으로 마음이 괴로워지는 일이 줄어든다.
나는 갈등 관리에 참으로 서툰 사람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갈등에 대해 배우기 전에는 더욱 그랬다. 학교에서 배웠던 과목 중에 ‘인간관계’가 없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리 능숙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되는대로 하던 방식대로 사람을 만나고 문제에 대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방식을 언제부터 알게 되었고, 왜 그렇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래도 사람을 만나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참으로 많아서 만나고 만나는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시행착오를 몸으로 겪으면서 배우고 또 배웠던 것이다. 인생 공부라는 건 이런 식으로 직접 부딪혀가면서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갇혀서 무언가를 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대학원에서 갈등 공부를 시작하며 관련 서적과 논문을 접하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깨졌다. 세상엔 별의별 주제가 다 연구되어 있었다. 세계의 학자들은 이미 대인 갈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 두었던 것이다.
갈등에 대해 배우다 보니 똑같은 관계를 맺더라도 내가 갈등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는지에 따라 그 양상이 꽤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나는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가’, ‘긴장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는가’, ‘어려운 문제를 나는 어떻게 이겨나가는가……’. 갈등에 대해 공부한다는 건 곧 나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과정을 의미했다. 갈등은 내 인생에서도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으니, 나의 생각과 행동 패턴을 알아내고 분석하는 시간을 한참 가졌다.
그렇게 보니 ‘나’라는 존재가 갈등에 일조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니 꽤 많은 부분이 ‘나’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그 말인즉슨, 나라는 요소 하나를 바꾸면 내가 마주하게 되는 많은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 말인즉슨, 그동안의 많은 괴로움은 내가 자초했다는 말.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많은 책임을 떠넘겼다. 갈등이 생겼을 때 ‘화’가 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요인으로 불편해졌으니 화를 내는 것이 정당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나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갈등을 일으킨 장본인이 나라는 것을 인정하면, 자책을 하게 되거나 부끄러움 때문에 몸 둘 바를 모를 것만 같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것에도 미숙했지만, ‘갈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나도 모르게 뿌리깊이 박혀있다는 걸 몰랐다. 나에게 갈등 상황을 견딜 힘이 없어서 알게 모르게 갈등으로 인해 빚어진 불편하고 낯선 감정을 외부로 마구 던져 버리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갈등을 배우는 시간은 이러한 나의 측면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가진 보편적인 특성이라는 것도 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