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by 엄서영


내일 아침에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기로

했다. 방사선 부위가 아직 완전히

치료가 된 건 아니지만 완전하게 낫기를

기다리려면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해서, 이쯤에서 집에 돌아가 약을 바르며

몸조리를 하기로 했다.

어쨌든 처음 입원할 때보다는 기력이

많이 회복되어서 다시 자신감도 생겨나는

듯하다.


내일 퇴원한다는 말에 누구보다 남편이

뛸 듯이 좋아한다. 짝지가 없는 빈자리가

못내 허전하였던가 보다. 젊었을 땐

천방지축이던 사람이 늙어가면서 나를

더 의지하는 것 같다. 그런 남편을 보며

옛날 일을 떠올리면, 내가 말년에 무슨

복이 터진 걸까 싶다. 그래서 인생은

다 살아봐야 한다고 했던가.


내일 집에 돌아가면 캐나다에서 아기를

낳으려고 한국에 온 딸과 사위, 그리고

백일이 조금 넘은 손자(테오)와 두 돌이

지난 손자(테드)가 반겨주겠지. 손자들은

너무 귀여워 밖에 나가면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곤 한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가족사진을 보고 어느 방송국에서

외국인과 결혼한 부부의 스토리를 찍는

프로에 나와 줄 수 있냐는 섭외를 받았는데,

둘째가 너무 어려 다음에 연락드리겠다고

했다나. 아무튼 딸은 지금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행복한 육아 중이다. 그 행복의

중심에는 외국인 사위가 있다. 사위는

공동육아를 하면서 청소와 설거지뿐

아니라 빨래도 도맡아서 하는 충실한

성품을 지녔다. 나는 그런 사위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지만

그걸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사위가 너무 독립적이기도 하다.


아들도 퇴근하면서 전화가 왔다. 정말

퇴원해도 되는 거냐고 걱정을 한다.

나는 괜찮다고 안심을 시키고,

나중에 둘이 점찍어 놓은 맛집에

단 둘이 가기로 했다.


퇴원하면 바빠질 것 같다.

먼저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손질해야 하고,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만나 봐야

하고, <독서토론모임>에도 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500점이라도 나올 수 있을까

걱정되는 토익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올해는 어쨌든 700을 꼭 넘겨야 할 텐데.

아무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면 된다는 믿음만이

나를 지켜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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