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모르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우울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울증인지 진단을 받아보진 않았지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했다.
생각을 하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고 아무것도 연상이 되지 않았다. 잠을 자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다 핸드폰을 보았다. 계속 실수를 했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성취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해낼 수 없었고 참는 법을 잊어버려 금세 포기하였다. 시간이 흘러가는 게 못 견디게 고통스러웠다. 무기력했다.
이러한 감정의 이유가 단순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 때문에 그런 줄 알았고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려 했다. 내가 우울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며칠 동안 혼자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시간이 남아 가보고 싶었던 카페도 가보고, 먹고 싶었던 것들도 먹고. 흘러가는 대로 걷고 생각했다.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내일이 기대된 적이 요즘 들어 한 번도 없었는데, 분명 사는 것이 벅찼는데, 이제는 기분이 좋아 마음이 벅차오른다.
감정도 내 마음대로 되는 줄 알고 살아왔는데 사실은 항상 감정이 나를 휘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