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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14.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대망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가 막을 내렸다. 보통 드라마는 한 번에 풀어버리는 넷플릭스 답지 않게 매주 사람들을 기다리고 긴장하게 만드는 순차 공개 방식을 선택해 더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서바이벌 방식의 예능이기 때문에도 있지만,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때문에 이 순차 공개 방식에 매우 분노하면서도 십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첫 공개일에 오픈런하듯 기다려서 챙겨본 건 아니었으나 이후 매주 자연스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를 기다리게 되었고 12부작의 길면 긴, 짧으면 짧다고 할, 정말로 온국민의 마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서바이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드디어 끝났다. 


원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빠져 살지 않는 편이고 그런 방식의 예능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차용 방식은 기존의 불호를 호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백종원과 안성재, 각자의 분야에서 탑 그 이상을 달리는 요리와 음식의 고수들이 심사위원으로 배정되었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면서도 묘하게 케미가 맞는 심사방식은, 이 모든 판을 금세 '극호'로 빠질 수 있도록 바꾸어 놓았다. 그중에서 대결요리를 펼치며 블라인드 심사를 받는 방식은 정말 파격적이었으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흥미를 자아내는 회차들이었다. 아무래도 이 예능이 낳은 최고의 아웃풋 밈은, 바로 아래 캡쳐가 아닐까 싶다. 

초반 회차들인 1~4화에서 아주 속도감있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후반의 다소 느슨해지거나 혹은 팀전 매치 중에 나타나는 이해할 수 없는 전개 방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과 기대 속에 마무리되지 않았나 싶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가장 큰 장점은 각계에서 정말 탑 오브 탑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독특한 요리 열전을 보인다는 것에 있다. 초반 회차들에서는 이 장점이 크게 부각되는 동시에 기존의 예능들처럼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지 않는 아주 빠른 전개방식을 택한다. 오로지 음식, 그리고 맛으로만 평가받는 방식들이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큰 요소가 될 것이다.


한국 요식업계의 침체 현상이나 쿡방의 사장 현상에 있어 이 서바이벌이 도대체 어디까지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너무나 큰 주목을 받고 각자 사연이 있는 쉐프들이 기존으 수 배를 넘는 관심을 한번에 모으게 되어 결과적으로 코로나 이후 계속 하향선을 타고 있다 일컬어지는 요식 업계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장점을 낳았다. 물론 이건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어떤 성공 전략이 아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한 각각의 셰프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매력 때문일 것이다.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레스토랑 미션이었는데, 하루를 꼬박 새다시피하며 음식을 준비하고 메뉴를 연구하는 모습, 그리고 매출과 오픈 당일 즉각적으로 들어오는 리뷰, 손님들의 동태와 반응을 살피는 그 모든 것들이 이 업계의 커다란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피곤과 피로에 찌들어 음식을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그리고 이 레스토랑 미션에서 갑자기 방출 미션이 벌어짐으로 인해 구성원이 바뀌고 판이 복잡미묘하게 진행되는 아쉬움도 남고, 진정한 맛으로 승부하기보다 많은 양을 먹는 데 익숙해진 먹방 유튜버들이 나와 심사를 진행했다는 방식도 비판을 받고 있지만, 협업해서 음식을 만들고 재료 발주를 넣고 가격을 고민하는 그 모든 퍼포먼스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에드워드 리 쉐프와 이모카세로 불리는 김미령 쉐프, 그리고 정지선 셰프다. 에드워드 리는 외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다른 두 쉐프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워낙 여성이 살아남기 힘든 차별적 직종으로 유명한 요리 시장 내에, 반짝이며 자신의 신념 그대로를 밀고 올라가 말 그대로 별이 된 여성들인 김미령, 정지선 쉐프를 마지막까지 응원했다. 그중에서 정지선 셰프의 '시래기' 미션 때 만든 시래기 빠스는, 방영분을 본 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그 맛을 상상하며 군침을 흘릴 정도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음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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