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배우 애나 켄드릭이 주연과 감독을 맡은 작품인 <오늘의 여자 주인공>. <트와일라잇>, <인 디 에어>, <피치 퍼펙트> 등으로 필모를 단단히 굳히고 있는 애나 켄드릭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로드이 제임스 알칼라라는 실제 연쇄살인범이었던 범죄자의 행각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오늘의 여자 주인공>은 2023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초연되어 지난 10월 중순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스트리밍 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오늘의 여자 주인공>은 한 데이팅 프로그램에 섭외된 연기자 지망생 셰릴(애나 켄트릭)으로부터 시작한다. 연기자로 데뷔하고 싶지만 심사 과정에서 과도한 노출을 요구하는 풍속에 지쳐가는 셰릴에게, 누군가 '데이트 쇼' 출연을 제안한다. 여러 명의 남자를 두고 그중에 하나를 고르는 리얼리티 쇼이자 짜여진 각본 대로 움직이는 쇼이기 때문에 셰릴은 별다른 생각 없이 승낙한다. 이 데이트 프로그램은 197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 남성중심적 사고, 그러니까 연인의 관계에 있어 남성의 우위를 기본적으로 놓고 진행되는 이성애적 사고로 점철되어 있다. 불편한 상황의 연속이 이루어질 무렵, 능수능란하게 말을 건네는 로드니(다니엘 조바토)가 나타난다. 문제는 이 로드니가 여성혐오 범죄를 기반으로 하는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이다.
영화의 첫 장면, 이 연쇄살인범 로드니의 얼굴이 명명백백히 밝혀진 상태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때문에 살인, 강간, 추행 등 가리지 않고 여성 대상 범죄를 저지르며, 그 범죄의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로드니가 셰릴이 참가한 데이팅쇼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긴장은 시작된다. 로드니가 다른 남성출연자들을 제치고 셰릴의 마음에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여러 번의 플래시백을 통해 그가 저지른 범죄, 여성들을 대상으로 행위들이 중첩된다. 피해자 중심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오늘의 여자 주인공>의 장점은 이 모든 범죄 행위들의 우위에 '가해자'가 없다는 것이다.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지 않은 채 오로지 여성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여성들이 당한 범죄의 면면을 자극적으로 살피는 것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있다. 로드니가 계속되는 신고에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까닭은 결국 경찰의 무능과 나태 때문이기도 한데, 이런 현실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역시 여자들의 몫이다.
130명 이상의 피해자를 낳은 '로드니 여성혐오 살인 사건' 혹은 '데이팅 킬러 사건'은 피해자 중 하나였던 두 명의 여성들에 의해 종지부를 찍는다. 사이코패스 남성 범죄자라고 하지만, 특유의 우월감과 이성 관계의 위계를 사회를 통해 온몸으로 습득한 한 남성이 순간적으로 쎄해지는 그 장면, 그러니까 그 쎄함을 감지하고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웃고 화기애애해야 하며 달음질치거나 도망가지 못하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하는 여성들의 보편적 시선을 입은 주옥같은 영화다. 이 영화 속에 잠시 등장하는 '로만 폴란스키'에 대한 대사가 나름의 킥(...)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