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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베이비 레인디어>

by 강민영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베이비 레인디어>. 2024년에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과 2025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 리미티드 시리즈/TV 상을 수상하며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국 출신의 감독 리처드 개드가 각본과 제작, 그리고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리처드 개드가 겪은 실제 사건인 '스토킹'을 모토로 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주연이기도 한 제시카 거닝은 <베이비 레인디어>로 인해 에미상, 크리틱스 초이스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로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와 평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모든 방면에서 주목받은 시리즈이기도 하다.


<베이비 레인디어>는 잘나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고 싶지만 매번 고전에 고전을 반복하는 도니(리처드 개드)에게 어느 날 마사(제시카 거닝)라는 이름의 여자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바텐더를 생업으로 하면서 코미디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도니는 자신이 일하는 바에 방문한 마사에게 친절을 베푸는데, 이 한 번의 친절로 인해 마사는 도니에 대한 망상에 사로잡혀 스토킹하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스토킹 범죄'라 주된 소재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므로 7화로 이루어진 짧은 에피소드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의 망상과 그로 인해 분출되는 잘못된 감정들이, 어떻게 사람을 망가지게 하고 또 그 감정을 고스란히 껴안는 상대방이자 당사자의 마음을 얼마나 피폐하고 자기파괴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고찰이 돋보이는 플롯으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이 시리즈는 전혀 유쾌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혐오나 파괴 혹은 감정적인 자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내기 때문에 일종의 공포영화처럼 보인다. 심지어 <베이비 레인디어>의 연출과 구도조차 공포영화의 기법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불안한 음향과 서스펜스가 가득 담긴 구도, 그리고 그걸 뒷받침하는 주조연들의 배치는 범죄 혹은 호러의 전형성을 떠오르게 만든다. 잔인함과 연민, 희망과 절망 등 상극으로 대치되는 수많은 기이한 단어들을 떠오르게 만들며, 이 모든 것은 '트라우마'라는 한 단어로 엮인다. 더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을 보여주면서도, 그 밑바닥을 기어이 파내고야 마는 불안성과 잔인함이 <베이비 레인디어>를 매력적으로 만들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테다. 이를테면 이 작품은 시청자로 하여금 자기학대의 '길티 플레져'를 느끼게 한다고도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각본가이자 주연을 맡은 리처드 개드는 <베이비 레인디어>가 절대적으로 현실에 맞닿아있으며, 이 모든 이야기가 전부 실화임을 여러 번 강조했따. 몇 개의 자잘한 에피소드만 허구로 꾸며졌을 뿐 전부 자신이 겪은 이야기임을 강력하게 표출했는데, 넷플릭스에 이 시리즈가 공개된 이후 리처드 개드의 스토커이자 이 사건의 실제 가해자인 여성이 이 시리즈를 제작한 넷플릭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한다. <베이비 레인디어>가 넷플릭스에 방영되고 난 직후 사건의 당사자에게 즉시 소송을 당했다는 것마저도, 너무나 이 작품의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설명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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