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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히는 잡생각들
by 벳책 Apr 12. 2018

성장은 못하지만 시험 점수는 잘 받는 법

나는 점수만 높이면 된다라는 분들에게 주는 작은 팁

성장 X, 점수 O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생명공학과 1년, 수의학과 6년. 19년 동안 공부만 했다. 나름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으니 그래도 준전문가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쓸데없이 공부만 하다 보니 '공부'라는 몹쓸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은 보이게 되었다. 


성적만 잘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 번째는 익숙함이다. 시험이라는 것이 결국은 '외워서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써내는 일련의 프로세스'이다. 자신이 매일 가는 등굣길에 보이는 건물들을 외워낼 수는 있어도 딱 한 번가 본 생소한 길에서 만난 건물을 외워낼 수는 없다. 일단은 익숙함이다. 


익숙함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업 듣기일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시험들은 대개 수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반려자를 찾는 일이라던지 상사와의 인간관계 같은 것들은 비슷한 일(연애, 선배와의 인간관계)들로 예행연습은 할 수 있을지언정 누군가 교실에 앉혀놓고 A부터 Z까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일단은 익숙함이다!

그에 비하면 학교 공부는 참으로 쉬운 공부라고 생각한다. 수업 때 딴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눈에 익히려 노력하자. 외우려는 노력은 일절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자신의 배경지식을 최대한 떠올리며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익숙함은 익숙함을 낳는다. 핸드폰이나 태블릿 혹은 녹음기를 이용해서 수업을 모두 녹음하자. 사람이 모든 것을 필기할 수는 없다. 남녀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지만(필자가 남자이며, 남자의 열등함을 얘기하는 것이니) 남자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할 때 집중도가 심하게 떨어진다고 생각한다(혹은 나만 그럴 수도). 실제로 나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멀티태스킹에 취약한데 길을 걷다가 전화가 오면 멈춰 서서 전화를 끝내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필기 자체에 몰두하게 되면 들어야 되는 내용을 듣지 못하게 된다. 중요한 내용만 필기하고 나머지는 녹음하도록 하자.


시험 2주 전부터 1.5~2.0배속(자신이 집중해서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으로 빠르게 들으면서 처음부터 과목당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며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없도록 훑어본다. 외우기 위해서 이해가 안 되어서는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녹음된 강의를 듣는 것은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이미 들은 내용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 속도가 상승하고 자신의 강의 내용 중에서(text 밖) 시험을 내시는 교수님의 문제를 맞힐 가능성이 현저히 올라간다. 내신시험을 준비할 때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인강을 들어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지엽적인 문제를 맞힐 수 없다. 출제자는 교실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 회독을 마치고 나면 단순 반복을 통한 암기를 시작한다. 기출문제를 풀어도 좋고 플래시카드를 사용해도 좋다. 결론은 암기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때부터는 시험 때까지 자신이 얼마나 공부에 시간과 집중력을 투자하느냐에 달려있다. 물론 수학과나 공대의 계산문제를 풀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만.


'나는 점수만 얻으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뺏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그렇다면 성장은?

 성장 O, 점수 O

지금부터 본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앞서 말한 방법을 사용하면 시험은 잘 볼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의미의 성장은 이뤄내지 못한다. 다들 크고 작은 시험을 쳐보며 느껴본 것처럼 시험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의 욱여넣었던 지식은 휘발되어 버린다. 누군가는 A라는 지식을 실제로 입밖에 내거나 사용하지 못하지만 또 누군가는 실생활에 사용하며 그러한 지식을 사용해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한다.


학과 공부 외에도 몇몇 친한 친구들과 스터디를 한다. 교과서 외의 약간 어려운 책을 하나 골라서 공부하며 자료를 준비하고, 발표를 구성하고, 결과를 공유했다. 생리, 조직, 병리, 내과, 외과 등 분절되어 배웠던 절편들을 끌어모아 하나의 질병 CASE의 원인과 치료 그리고 예후를 추정했다. 아무 상관없어 보였던 과목들은 하나로 융합되어 나의 머릿속에 쌓이기 시작했다. 


내가 점수만 아니면 공부 안 했을 거라 치부했던 과목들이 사실은 한 환축(병든 동물)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참고자료로 변모하는 순간은 동시에 '성장'이란 무엇인지 나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만들어준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것들을 공부한다. 그것은 모두 분절되어 보이고 얼핏 보기에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목들의 숙련도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서 우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재료로 사용하여 통합이 가능해지며 다른 의미로 '성장'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생길 변화보다 수없이 많은 동/식물이 상호작용하는 정글에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것처럼. 우리의 성장 역시 비옥한 토양 위에서만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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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수의사
동물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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