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us>와 <AGI의 시대>에서 영감 받은 단편 과학소설
성준은 다급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날'과 KSTAR의 접속을 끊어야 합니다. KSTAR 같이 완성에 가까워진 핵융합로를 날이 가지게 되면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KSTAR에서 성준의 상사인 동호는 뭐 그리 호들갑을 떠냐는 투다.
"성준 님이 뭘 걱정하는지는 이해할 만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짜리가 날에게 2000년 후의 미래를 그려달라고 했는데, 날이 그려줬다는 것이 태양계 일러스트였다는 것, 그리고 그 일러스트에서 태양계를 마치 쌍성계인 양 그렸다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거죠? 저도 그 기사 봤습니다. 항성이 두 개가 돌고 있는 태양계라니, 그것도 또 하나의 항성이 지구 자리에 있다니! 누군들 놀라지 않을 수 없겠죠. 하지만, 그건 일러스트일 뿐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저 우리의 지구를 강조하려고 좀 더 눈에 띄는 색을 쓴 것으로 볼 수도 있어요. 날처럼 슈퍼휴먼 레벨의 AGI에게도 할루시네이션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지만, 할루시네이션도 아마 한몫했겠죠."
'날', 즉 NHAL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컴퓨터 이름인 HAL에서 따온 AGI 머신의 이름으로, Neo HAL의 약자라고 한다. 서구의 언론들은 NHAL을 언급할 때 'he'라는 인칭 대명사를 쓰기 시작했고 - 물론 남성 대명사보다는 중립적인 대명사를 의도적으로 쓰는 매체도 많았지만 -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잇는 천재 물리학자의 계보를 인공지능이 이어받게 되었다고 놀라워하기도 하고 환호하기도 했다. 이러한 언론들의 뜨거운 반응을 촉발시키게 된 계기는, 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라 여겨졌던 상대론과 양자론의 통합을 이뤄낸 날의 논문이었다. 이미 '그'는 해당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수학의 발전을 20년은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 일련의 수학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성준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드디어 KSTAR가 성공하는 순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날과 KSTAR를 연결하면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플라스마 안정성의 마지막 실마리가 순식간에 풀리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날과 KSTAR를 연결하면 KSTAR의 핵융합로는 꺼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5)에서 계속...
* 커버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