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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y 22. 2017

59 분홍색 옷 많이 입고 다니는 애

2009년 3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


1학년 봄방학을 끝으로 3월 2일에 개학했다. 올해는 입학식과 같은 떠들썩한 행사는 없고, 아들만 2학년 교실로 바로 등교하는 형태였다. 나 때도 그랬던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에 없다. 

퇴근하는 길에 집에 전화를 한다. 마침 아들이 전화를 받는다. 


(엄마) 주연아~! 학교 잘 갔다 왔어? 
(주연) 어~. 잘 갔다 왔어. 
(엄마) 선생님은 어때?  
(주연) 뭐가? 
(엄마) 잘 웃으셔? 아님... 잘 안 웃는 얼굴이야? 
(주연) 어. 잘 웃으시는 편이야. 근데 잘 모르겠어. 
(엄마) 왜. 느낌이 있잖아. 첫인상이라고 해야 할까?  
 무서울 거 같다든지, 좋을 거 같다든지.. 그런 첫 느낌 말이야.

(주연) 어. 그런 거? 음… 80%는 좋을 거 같고, 12%는 무서울 거 같고, 어. 나머지 8%는 모르겠어 


 누가 수학 좋아하는 아들 아니랄까 봐, 이런 비유도 백분율로 표현을 하네.


(엄마) 아 그래? 80%가 긍정적이면 나쁘지 않네? 다행이다. 잘 됐네. 

참. 짝꿍은 누구야? 

(주연) 엄마. 나 번호 몇 번인지 알아? (내 질문은 자꾸 씹힌다. OTL) 


(엄마) 아니? 몇 번이야? 
(주연) 2학년 2반 2번이야.
(엄마) 1학년 때는 3반 3번이었는데, 이번엔 2자랑 엮였네? 크큭
(주연) 신기하지? 내년에는 3학년 3반 3번, 3월 3일 생일. 이럴 수도 있어. 흐흐 
(엄마) 큭크 33333, 22222, 1학년 1반 1번, 1월 1일생도 있겠네? 주연이 후배 중엔? 
(주연) 1111년에 태어난 사람은 1111년 1학년 1반 1번 1월 1일생. (숫자에 꽂혔다. 흠...) 
(엄마) 1111년생이 초등학생이야? 그럴 일은 없지. 
(주연) 아. 그렇지. 지금 말고, 그 당시에 조선시대도 아니겠고, 고려나 고조선 뭐 그 시대에 말이야.
(엄마) 엉. 크크크 근데 짝꿍은 누구야? 
(주연) 어. 김민하야. 
(엄마) 김민하? 김. 민. 하? 1학년 때 3반 아니었지?
 


(주연) 엄마 몰라?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잖아! 
(엄마) 어. 그래? 우민하는 아는데, 김민하는 모르겠다. 처음 들어보는데?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주 등장하는 친구 이름 정도는 외워야 한다. 

집에 놀러 오거나 얼굴을 본 친구는 금방 외워지는데 말로만 들었던 친구는 기억하기 어렵다.


(주연) 왜 있잖아. 김민하 생각 안 나? 머리 길~고, 분홍색 옷 많이 입고 다니는 애.
(엄마) 어.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_-; 
(주연) 그 애랑 제일 친한 애잖아.
(엄마) 헐~ 뭐라고? 머리 길~고 분홍색 옷 많이 입는 애랑 제일 친한 애라고? 
  하하하. 걔가 아니라, 걔랑 젤 친한 애? 
(주연) 어. 크크큭
 (제가 말해놓고도 우스운가 보다.) 


무슨 개그 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웃긴다. ㅎㅎ 

아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웃음을 준다. 기발한 생각도 귀여운 발상도 다 좋다.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편하고 즐겁다. 이러니 전화를 자주 할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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