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제이 May 23. 2017

60 스승의 날 선물

2010.5.15  작성(초등 3학년)

오늘은 스승의 날이네요.
아들이랑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다가 싸고(!) 정성이 들어가는 것으로 하자해서 선택된 게 카네이션 볼펜이에요. 볼펜이야 많지만, 하나쯤 더 있다고 해서 나쁘지 않을 거 같고, 선생님들은 볼펜이 많이 필요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네요.

발품 대신 마우스품을 팔았어요. 인터넷에서 주문했고요, 한참을 비교, 분석, 고민하다 아래 제품을 주문했어요. 총 7개를 만들 수 있는 세트를 팔더라고요. 아래 사진은 볼펜 하나만  들어가면 1개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에요.  이런 구성이 7개가 있는 셈이죠.



판매처에서의 광고문구도, 인터넷 후기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네요. 쉽다는 말에 만드는 걸 잘 못하는 제가  용기를 냈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들고 힘드네요. 

바느질도 해야 하고, 글루건도 필요하고, 볼펜을 따라 리본을  돌돌 말아야 하는 것도 생각보단 어렵고요. 


무엇보다 예쁜 카네이션이 안 만들어져요. 꽃이 한쪽으로 삐뚤어지거나 자연스럽게  되지가 않더라고요. 

리본도 자꾸 한쪽으로 기울고요. 아무리 쉬운 거여도 '꽝손'은 티가 나나 봐요. ㅠㅠ

바느질과  글루건 쏘는 일은 주로 제가 하고, 양면테이프로 붙이고 볼펜을 돌돌~ 말고 하는 것들은 아들이  했어요. 회사에서만 분업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일의 효율성과 노하우 측면에서 분업은 옳은 일이었어요. 

계획을 행동에 옮기는 것과 책임감 훈련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2차 효과예요. ^^

아들과 뭔가를 함께 한다는 즐거움이 있고, 뿌듯함과 보람도 있어요.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장점이 많네요. 


며칠 전에 1차 시도, 중간에 포기를 했다가 결국은 어젯밤에 다시 한 개만 제.대.로. 만들어보자 해서 다시 전력을 불태웠죠. 



지금까지 만든 것들 중에 제일 그럴듯하게  나왔어요. 

거기다가 아들이 편지를 한 장  써서 넣었고요.

짜잔~!  드디어 완성된 모습입니다.  


p.s : 너무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안 됩니다. 
최소 50센티미터 이상 떨어뜨리고  감상하면 볼 만합니다.  ^^

오늘 아침에 신나 하면서 선물 들고 등교하는 아들이 참 행복해 보입니다. 



※ 2010년 스승의 날 후일담 : 선생님께서 원래는 선물을 안 받겠다고 사전에 공지를 했고, 실제로 선물을 들고 온 친구들것은 모두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주연이 선물은 꽃이니 받겠다고 하면서 받아주셨대요. 다행히 저희 진심이 받아들여진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놀이처럼 재밌게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고생한 게 물거품이 되었으면 속 많이 상할 뻔했어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도 전 이야기지만, 그때부터 학교에서는 예민한 사항 이었던가봐요. 김영란법이 아쉬운 점은 껌 한 조각, 음료수 한 잔도 안 받겠다고 거절한다는 거예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상처받지나 않을까 우려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59 분홍색 옷 많이 입고 다니는 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