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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y 28. 2017

64 뜨개질 숙제

                                                                                     

2011년, 4학년 겨울방학


오랜만에 뜨개질을 했다.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언제쯤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목도리 뜬다고 뜨개질 한 기억이 있긴 하는데, 다 뜨긴 했는지 기억이 없다. 까마득한 과거를 머릿속 지우개가 빡~ 빡~ 열심히도 지웠다. 


아들이 겨울방학 숙제로 본인이 직접 써넣은 미션 중에 하나가 [목도리 뜨기] 라 한다. 


"너네 반에 뜨개질하는 친구 있어?"

"아니"

"그럼 최근에 뜨개질에 대해서 누구랑 얘기했어?"

"아니"

"그럼 웬 뜨개질? 뜬금없이?"


생뚱맞았다. 뜨개질에 대해 어떤 정보가 입력되었길래 숙제를 하겠다는 건지 궁금했지만 여전히 갸우뚱하다. 

숙제를 위해 실과 대바늘을 사야 했다. 다행히 집 근처에 뜨개질하는 곳이 있다. 실도 사고, 대바늘도 사고, 목도리 뜨는 방법도 같이 가서 배워왔다. 동네 '뜨개방'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아지트로 보였다. 두세 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세 명이상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수다와 함께 손에서는 바쁘게 뭔가가 완성되고 있었다. 쭈뼛쭈뼛 아들과 함께 들어가 실을 고르고, 처음 코 잡는 법등을 배운다. 꼬맹이가 들어오니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아들에게 쏠린다. 귀여움을 받으며 방법을 배워온다.   


처음에 코를 잡아주고 한 두 단은 시범을 보이며 떠주고 아들 손에 맡겨두었다. 처음 며칠은 신기한지 재미있게 뜬다. 초반에는 실의 강약 조절을 못해서 뻑뻑하게 바늘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뜨더니, 시간이 지나 한단 한단 올라가면서는 요령이 생기나 보다. 실의 간격을 느슨하게 조절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러워진다. 




아들이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제법 길이가 나온다. 그런데 딱 요기까지다. 여기에서 멈춤 상태로 진도가 안 나간다. 설마 이거 내가 해줘야 하는 숙제는 아닌지 모르겠다. 아들 숙제는 아들 스스로 하는 걸로. 



아들이 뜨개질하는 걸 보고 있자니 손이 심심하고 나도 하고 싶어 졌다. 털실을 추가로 사서 시작한다. 

주연아, 어쩌니? 엄마는 벌써 다 떴다. 마무리만 하면 된다. 뜨개질이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한번 손에 잡으면 허리가 뻐근해도 '한 줄만, 한 줄만 더 하고 내일 하자' 하게 된다. 



생각보다 며칠 안돼서 완성했다. 처음엔 엄마보다 더 먼저 뜨겠다고 경쟁처럼 하더니 격차가 벌어질수록 따라올 생각을 안 한다. 순식간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 천천히 뜰걸 그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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