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생, 로스쿨에 도전하다 (3)
대학교에 입학한 지 어언 8년, 나는 다시 입시 지옥에 휘말리고 있다. 서울대 입학에 성공했고 개발자 취업도 가장 원하던 회사에 쉽게 되었으니 이제 이런 경쟁에는 익숙해질 법 한데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는 걸 보면 입시는 역시 해악이다.
"떨어진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떨어질 필요도 없어, 마음이 불안하면 실수하기도 쉽다, 그렇지만 남들만큼은 준비해야지, ..."
이번에는 내 불안의 원천인 '로스쿨 입시 정보'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다만 독학을 좋아하는 성향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입시 정보에 빠삭한 이른바 대치동 키드(또는 그들의 학부모)와는 거리가 멀다. 혹시 로준생이라면 이 글이 유용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의미로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로스쿨도 법학전문'대학원'이니까, 구조적으로 대학(원) 입시와 딱히 다를 게 없다. 그리고 로스쿨에 원서를 넣는 사람들은 (예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모두 학사 학위를 취득했을 것이기에, 대학 입시라는 경쟁을 겪어 본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로스쿨 준비생이 대입 경험을 되살려 입시에 임할 것이라는 가설은 합당해 보인다. 메가스터디 산하에 메가로스쿨이라는 로스쿨 입시 전문 교육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이러한 가설을 강화한다.
대졸을 앞둔 대부분의 대학생은 입시의 본질은 사실 운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수요에 비해 TO가 적으면 누군가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선발 기준을 뽑기 위해 대학은 노력한다지만 애초에 '누가 로스쿨에 적합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의 해답도 없는 게 현실이다. 어떤 입시 제도는 나에게 유리하고 다른 입시 제도는 나에게 불리할 것이다. 설령 대부분의 평가 요소에서 유리한 지점을 취했다 한들 합격을 100%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불행은 이 운을 나의 행복과 결부시킴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돈, 명예, 정의, 적성 무엇이 되었든 로스쿨(또는 대학)을 향한 그 욕망은 현재의 나를 결여자로 격하시킨다. 그 와중에 시장은 "합격 확률을 높여줄지도 모르는 정보"에 비용을 지불하라며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건넨다...
로스쿨 입시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참고할 만한 자료는 크게 공식(기관), 사설(기업), 여론(개인)으로 삼분된다. 물론 이 용어는 내가 그냥 적당히 지어낸 것이다.
공식이란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또는 각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개하는 정보로, LEET 기출문제나 'XX대 신입생 선발결과 안내', 입학설명회 등이 그 예시이다. 신뢰도는 가장 높지만 그만큼 정확성과 공정성에 대한 압박을 받기 때문에 그만큼 정보의 형태가 두루뭉술하다는 한계가 있다.
사설이란 대입에서의 학원가와 같이 로스쿨 입시를 주제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뜻하고, 메가로스쿨이나 법률저널이 대표적이다. 많은 표본에 기반을 둔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공식 자료에 비해서는 정보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과금 유도가 심하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란 기관과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정보를 뜻한다. 나무위키의 법학전문대학원/입시 문서, 브런치에 올라오는 이런 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등. 잘못된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심지어 악의적인 거짓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장 쉽게 그리고 자주 접할 수 있는 종류의 정보다 보니 개별 정보의 신뢰성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여론의 경향이 드러나고, 그것이 로스쿨 준비생의 입시 전략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그 영향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공식 정보는 취득 비용도 적고 신뢰도도 높은 만큼 활용할 수 있다면 무조건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XX대 신입생 선발결과 안내'는 작년에 선발된 출신 대학, 학과, 나이, 성적 등 꽤 의미 있는 통계량이 많기 때문에 입시 정보가 완전히 백지 상태라면 한 번쯤 정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설 정보의 경우 본인의 경제력과 희망 성향을 고려하여 구매할지 말지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그만이다. 솔직히 현재는 로스쿨 입시 시장이 과점 상태라 가격의 협상 여지도 거의 없어 사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면 된다. LEET 시험 비용이 25만원, 두 장의 대학 원서비에 대략 50만원, 만약 합격을 한다고 했을 때 들어갈 학비의 범주를 생각하여 결정하면 된다. 별개로 이른바 '합격예측 서비스'는 금전-정보의 교환이 아닌 (개별)정보-(통계)정보의 교환이기 때문에 보통 무료이니 가볍게 해볼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길 바란다.
이제 남은 것은 개인이다. 일부 개인은 합격 자소서, LEET 과외, 입시 상담 등 본인만의 자료를 토대로 일종의 미니 사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많은 정보는 그보다는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니는 무료 찌라시들일 것이다. 이런 글을 배포하는 동기는 다양할 것이다. 선의도 있고 악의도 있고, 아니면 나처럼 뚜렷한 의도 없이 자기 성찰을 위해서 또는 그저 사람들한테 주목받는 게 좋아서 같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관점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정보 제공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그 정보가 나한테 유익한지에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입시 정보가 삼분된다고 했지만 사설은 공식에, 여론 또한 공식과 사설 정보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는다. 즉 여론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론은 가능한 한 가지 해석을 제안하는 가이드이자, 나의 판단과 비교 분석하면서 불안감을 낮추는 수준에서만 의의를 갖는다고 본다. 그러나 과다한 정보는 불안감을 낮추기는커녕 높이는 경향이 심하다. 어떤 게시물은 내 의견을 지지하고, 다른 게시물은 내 의견을 반박한다. 숏폼이 무서운 이유가 보상과 '무작위로' 주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99%의 콘텐츠가 저질이더라도 1%의 잭팟을 터뜨리기 위해 무한 스크롤하는 것이 인간, 아니 동물의 섭리이다. 새로고침할 때마다 새 글이 올라오는 커뮤니티 또한 같은 구조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나는 에브리타임 커뮤니티가 싫다. 익명성에 근간을 둔 혐오 표현의 온상지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에타보다도 그런 표현을 보며 가끔 통쾌함을 느끼고 내부 정보가 필요할 때는 제일 먼저 에타를 찾는 내 모습이 더 싫다. 물론 내가 복학 이후로 주로 접하는 익명 커뮤니티가 에타였을 뿐 다른 SNS라고 그 실상이 다르진 않기 때문에 굳이 에타만을 나무라는 것은 정당하진 못할 것이다.
그렇게 방황하는 와중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고충을 털어놓게 된다. 어떤 친구는 "너 너무 커뮤에 찌든 것 같다는" 충격 요법을, 다른 친구는 "실질적으로 커뮤니티가 도움이 되었는지 생각해보라는" 통찰을 건네주었다. 안정되긴 글렀지만 그래도 덕분에 약간은 낯선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래, 이쯤 알아봤으면 당분간 에타는 잊어버리자.
이번에 사설의 존재를 논한 김에, 다음 글에서는 사설 모의고사의 실효성에 대한 관견을 펼쳐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