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때때로 힘든 일들이 잽- 훅-하고 치고 들어와 우리를 K.O 시키고 만다. 예상도 못 한 공격에 대처하기도 급급한데, 일상과 책임의 쳇바퀴는 회복할 틈도 주지 않는다. 직장 생활, 실업, 각종 재난, 재정적 위기, 이별과 상실, 질병, 대인관계 등등 삶에 찾아오는 고난이 한 둘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강철 멘탈'을 꿈꾸며, 삶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사실 이런 보편적인 기대와는 다르게, 심리학에서 보는 진정한 강철 멘탈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어떤 사람을 강철 멘탈로 여기며, 어떻게 하면 힘든 상황에서 강철 멘탈로 거듭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첫 번째로 힘든 일이 생겼다면, 담대하게 내려놓고 응급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병가나 조퇴 등을 사용하고, 그럴 수 없다면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 평소 하던 것을 모두 내려놓고 보는 것이다. 힘든 일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무지막지하게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다. 휴식도 휴식이 아닐 수 있다. 힘든 일을 받아들이기 위해 온 마음과 몸이 방어 기제를 총동원할 테지만, 진정한 멘탈 갑이란 이 고통의 시간을 온전히 마주하고 견뎌내는 것이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은 일단 엉엉 우는 것이다. 혼자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곳에 휴지 한 통 가져가서 목 놓아 울어젖히자. 눈물 콧물에 고통과 슬픔을 다 씻어 보낸다고 생각하고 우는 거다. 강철 멘탈이 되는 법을 알려준다면서 무슨 울라는 이야기냐고 황당해할 수 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취약함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은 가장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사회가 눈물은 아동기까지만 허락하고 그다음에는 강제로 졸업시키기 때문에 다 크고 운다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고 상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힘들 때 힘들다고 인정하고, 슬플 때 슬피 울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강철 멘탈이다.
또한 힘든 시간 속에 온전히 '잘' 해내지 못하는 것들에 관대해질 수 있어야 한다. 평소보다 10-20% 밖에 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가능하다면) 삶에 큰일이 있음을 믿을 만한 주변 사람에게 살포시 언질을 주고, 당분간 다소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할 수도 있음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들이 미리 알고 있으면 덜 당황하고, 불가피한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중요한 일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믿을 만한 소수에게만큼이라도 미리 귀띔을 주는 것이 났다. 서로 힘들 때 티 나지 않게 커버해 줄 사람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힘들 땐 도움도 넙죽 받을 수 있는 유연함 또한 '강철 멘탈'의 필수 요소다. 실제로, 아주 많은 연구들에서 일관되게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지지'라고 불리는 정서적 교류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움받는 것이 익숙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받는 것도 연습하다 보면 더 잘 받게 된다.
다만 주의할 것은 위의 응급 회복의 시간 동안에는 어떠한 의사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판단력이 좋지 않다는 데에 있다. 힘든 일을 받아들이기 위해 온 정신이 방어란 방어기제는 총동원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하는 생각들이 생각보다 건강하지 않은 결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일주일, 이 주일만 지나도 이때 내린 결정을 후회할 것이다. 때문에 스스로 고통의 한복판에 있다면, 빨리 해결해서 치워버리고 싶겠지만, 결정이나 행동은 보류하자.
폭주하는 스스로를 멈출 수 없다고 느껴지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가서, 결정을 내려버리기 전에 그 사람과 공유하고 멀쩡한(?) 생각인지 점검해 보는 것도 좋다. 당시에 스스로 딴에는 대단히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 남이 들으면 영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결정은 보류하되, 주체할 수 없다면 누군가에게 검증은 꼭 받아보자. 나중에 돌이켜보면 놀랄 만큼 이상한 결정이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때에는 그저 고통 속에 뒹굴며 울며 버티기만 해도 충분히 잘하는 것이다.
시간이 몇 주 정도 흐르고 응급의 고 통감으로부터 조금은 회복되었다면, 스스로 다독여주며 나만의 '마음의 정원'에 다녀가 보자. 사람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가상의 정원이 하나씩 있다. 이 정원에는 삶의 다방면의 좋은 것들이 군데군데 심어져 있다. 나라는 존재 그 자체의 귀중함, 삶의 가치와 가치관, 삶의 이유나 목적, 소중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마음들, 내가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 사랑하는 활동들, 좋아하는 일, 일궈온 성취, 개개인의 능력치, 장기 등등이 고루 심어져 있다.
이 정원의 힘은 외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짓밟히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데에 있다. 그 이유는 이 정원은 온전히 나의 정신과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에 있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들어올 수도 없기에, 훼손할 수도 없다. 어떤 세파가 불던 이 정원만큼은 온전하게 존재할 것이다. 잠시 이 마음의 정원에 출근해서, 삶의 여러 작물들을 한 번 휘이 둘러보자.
마음의 정원에 다녀가는 것이 잘되지 않는다면, 가만히 앉아서 써내려가 보면 된다. 어떤 수식어 없이도 스스로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나의 삶의 가치는 무엇이고 무슨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런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은 누가 누가 떠오르는지, 그 사람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 것 같은지, 어떤 말들을 해줄 것 같은지, 내가 챙겨야 하는 존재가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여기까지 일궈 왔는지,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등등을 천천히 다 써보는 것이다.
다시금 세상으로 복귀할 힘을 얻을 것이다.
자존감은 긍정적인 상황보다 힘든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다. 자존심과 다르게 자존감은 안 좋은 상황에 있는 스스로에게 힘듦과 눈물을 허락하고, 평소보다 못함을 관대하게 포용해 준다. 그리고 고통을 마주하고 견딜 힘을 발휘한다. 고난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스스로의 가치와 강점을 상기시킨다.
진정한 '강철 멘탈'과 '높은 자존감'이라 함은은, 취약함을 허락하고 과감히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날 스스로를 믿는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