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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Sep 23. 2020

사별 선배들의 조언 (인터뷰 Q1~Q8)

사별 선배들의 조언 (인터뷰 Q1~Q8)

사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가장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사별을 경험한 분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별의 아픔을 겪은 분들 중 사별의 슬픔과 난관에 대해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별자들(총 18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장에는 그분들의 경험과 조언 중에서 사별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추려서 (중복되는 것은 배제하고) Q&A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본인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고 나이 등은 1년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별자의 나이는 인터뷰 당시의 나이이며 사별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사별연차로 표시하였고 자녀의 나이는 사별 당시의 나이입니다. (인터뷰는 2020년 7월~9월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강수진) 여 58세, 사별 5년차, 자녀: 여 18세

(박채원) 여 49세, 사별 13년차, 자녀: 남 7세, 여 4세

(이민준) 남 43살, 사별 5년차, 자녀: 남 11세, 여 8세

(김현우) 남 42세, 사별 3년차, 자녀: 남 10세, 여 6세 

(조서연) 여 42세, 사별 6년차, 자녀: 없음

(황지수) 여 49세, 사별 7년차, 자녀: 여 12세, 남 11세

(윤지은) 여 39세, 사별 4년차, 자녀: 아들 6세

(문현진) 여 53세, 사별 7년차, 자녀: 남 13세,  여 8세

(한지현) 여 49세, 사별 10년차, 자녀: 여 7세 

(전유진) 여 40세, 사별 4년차, 자녀: 딸 8세, 5세

(하지영) 여 46세, 사별 5년차, 자녀: 없음

(배정훈) 남 61세, 사별 4년차, 자녀: 여 21살, 23세

(신도현) 남 50세, 사별 8년차, 자녀: 없음

(정서윤) 여 50세, 사별 8년차, 자녀: 남 16세, 남 13세 

(유상호) 남 76세, 사별 31년차, 자녀: 여 15세, 여 13세, 남 9세

(홍지우) 여 49세, 사별 8년차, 자녀: 여 14세, 남 11세

(임영호) 남 59세, 사별 3년차, 자녀: 여 23세, 여 20세

(송은주) 여 61세, 사별 5년차, 자녀: 여 32세    

    

       

Q1) 사별 후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셨습니까?    


(하지영) 처음 겪은 일이었고 주변에 사별 경험자가 없어서 그때 내 감정이나 생각, 판단들이 정상인지 아닌지 물어볼 곳이 없어서 힘들었다. 또 내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가장 가까운 가족(부모님)이라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라 이해해 주시지 못함이 많이 서운했다. 

  사별자 온라인카페에서 사별을 겪으신 분들의 경험을 읽으며 그 당시 내 감정과 모습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자기계발서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려고 노력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황지수) 사별 이전 나는 전업주부로 살았고 남편의 그늘이 컸다. 남편이 사고로 죽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고, 남편 없이 살아야 하는 인생의 불안감과 혼자 아이들이 바르게 키워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부담과 걱정 때문에 힘들었다. 

  사별 후 나는 어떤 일이든 (맞든 맞지 않던 따지지 않고) 사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하고 봤다. 이사를 했고, 무작정 외국으로 도피도 했었다. 집안을 정리한다며 물건들을 왕창 버리기도 했고, 소송과 심리치료도 받았으며 집도 매매했다.  

    

(한지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할 미래가 사라져 버린 것이 너무 슬펐다. 이 슬픔이 정말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아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인 도움으로 겨우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새롭게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고 다른 사별자들과의 만남도 큰 힘이 되었다.     


(박채원) 아이들이 아빠라는 커다란 존재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남편을 잃은 나 자신의 외로움, 그리고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부담감이 제일 힘들었다. 

  사별 후 내적치유에 관한 독서 모임과 성경 말씀을 묵상하는 큐티모 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인들과의 이 모임을 통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고민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기도하면서 나와 아이들에 관한 염려에서 벗어나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이민준)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고, 심한 우울증을 겪었으며 자살 충동을 자주 느꼈다. 

  우울증이 심할 때는 신경정신과 진료 후 우울증약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좋아졌다. 슬픔에도 시간이 약이 된다.      


(신도현) 사별 후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지난 기억과 외로움이었다. 

  기억은 딱히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나의 경우는 시간이 해결해 주었던 것 같다. 외로움은 하루가 짧을 정도로 정신없이 살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유상호) 아내와 상의하여 결정할 일도 혼자 생각하여 결정해야하니 부담되고 힘들었다. 한번 생각할 것도 두세 번 생각해야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엄마 잃은 딸들을 어떻게 해야할 지 너무 난감했다. 이겨냈다기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데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살다보니 세월이 가고 아이들이 자랐다.

  혼자 살게 되니 내 이웃들이 나와 내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혹 우습게 보이거나, 초래해 보이는 것도 싫었고, 좋지 않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행동거지를 매우 조심하면서 살아야 했다. 주변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내 자신이 나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매우 어렵고 힘들었다.     




Q2) 사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데 가장 도움(위로)이 된 것은 무엇입니까?     


(송은주) 사별자 모임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다. 나 혼자만이 사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위로가 되었고 다른 사별자들과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사별자 모임 에서 나보다 훨씬 나이 어린 젊은 엄마들도 많다는 사실에 ‘나의 사별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채원) 신앙과 이성 친구이다. 나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돌보시는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일수록 싱글맘으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의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나와 아이들의 삶에 대한 소망과 기쁨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이성 친구를 통해 남편을 먼저 보냈지만, 인생에서 내 사랑이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던 삶에 대화상대가 있음으로 해서 당시 아이들을 키우며 어려운 점을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었고 엄마일 뿐 아니라 여자인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충실할 수 있었다.  

    

(배정훈) 일(직업)이었던 것 같다. 장례식을 치르자마자 출근해서 누구보다 많이 늦게까지 일하고 헬스, 사우나로 가능한 귀가 시간을 늦추고 혼자 있는 시간을 줄였던 게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전유진) 여행과 지인들과의 만남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과 일 년에 두 번(한번은 국내, 한번은 해외) 여행을 가려고 노력했고, 해외여행은 자유여행보다는 일부러 패키지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여행을 했다. 문득 외롭고 힘이 들 때면 언제든지 전화 한 통으로도 10분 안에 달려와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저녁도 같이 먹고, 공동육아도 하고, 맥주도 한 잔씩 하는 시간들이 위로가 되었다. 사람들과의 대화와 만남이 나에겐 가장 도움이 되는 치유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하지영) 사별을 겪은 사람들을 만나 신랑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사별 초나 지금까지도 되도록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들과 하지 않는다. 아직은 남편과의 추억이 많은 사람들과는 죽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말하기 어렵다.)     


(신도현) 사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데 가장 도움이나 위로가 된 것은 아픔을 같이 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글이었던 같다. 그리고 기억을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유상호) 어린 시절부터 믿어온 신앙과 믿음이 힘든 시절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다. 지금 나는 몇 가지 이유로 매주 교회에 출석하진 않지만, 나의 믿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입으로 떠드는 신앙보다 삶으로 말씀을 실천하는 신앙과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외롭고 힘든 시절 앞날이 깜깜할 때 나를 잡아주고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다.     


(홍지우)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운동과 산행에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몸이 건강해지면서 마음도 건강해진 것 같다. 하루 4~5시간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고 주말이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등산을 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Q3) 사별 이후 삶을 살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별자에게 이런 것은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강수진) 나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면서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나의 과거는 나의 성향과 성품이 만들어 낸 것이고 내가 내린 중요한 결정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서 그리된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과거의 나의 판단과 행동을 후회하면서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민준) 후회는 없다. 자살 충동을 이기고 지금도 살아 있기에, 지금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절대로 삶을 포기하지 맙시다!      


(윤지은) 가족들 앞에서 너무 씩씩한 척한 것을 후회한다. 가끔은 힘든 티를 냈어야 했는데 혼자 너무 씩씩했더니 안 힘든 줄 안다.      


(전유진) 지금도 후회하면서 잘 못 하는 것이 있는데,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한다. 아빠에 대해서 그리고 아빠가 없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과 진지한 대화를 못 했던 것이 후회된다. 아이들에게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주지 못한 것도 아쉽고 아빠의 빈자리를 억지로 채워주려는 노력한 것도 후회가 된다.     


(박채원) 너무 섣부르게 서두른 연애나 투자 활동은 낭패가 되기 쉽다. 사별 후 적어도 1년은 지나야 평상심을 조금이나마 되찾으니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영) 많은 분들이 사별 1년 동안은 판단력이 흐려지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참으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말이 가장 객관적인 조언이기는 하나 그로 인해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으니 개인이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되면 무엇이든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무언가에 열정과 성의를 다하다 보면 시간도 빨리 흘러가고 성취감도 생길 수 있으니 사별의 슬픔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  

   

(배정훈) 사별 초기 너무 깊은 자기 연민과 불안, 슬픔으로 자녀들의 감정을 외면하였던 것이 가장 큰 후회가 된다. 시간이 지난 후 자녀들의 감정 불안, 슬픔이 나 못지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정서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별자라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사별의 경험만 같을 뿐이고, 사람의 타고난 성격은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개인 인격이다.     


(유상호)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매 순간 진실하게 살아라. 그것이 후회를 적게 하는 삶이다. 되도록 이웃을 적으로 만들지 말고 베풀며 덕을 쌓고 살아라. 가진 것이 없어 나눌 물질이 없다 해도, 마음 하나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 덕을 쌓는 일이다. 물질이란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라 손에 쥐었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빈손 뿐 일 때가 있고 어느 날은 둑이 생긴 강처럼 쌓일 수도 있다. 살다 보니 물질은 모여지는 날도 있고, 없는 날도 있다. 살아보니 어떻게든 살아지고, 신은 특별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 주신다. 그러니 물질이 없다고 너무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재물은 물 같은 것이다.     

 

(송은주) 옛사람에 대한 미련을 두지 마라. 함께해온 일상들은 감사하지만 이젠 없어진 사람에게 미련을 두지 말고, 현재의 나의 삶에 충실해라. 먼저 떠난 그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남은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먼저 가신 분의 몫까지 더 행복하도록 나 자신을 위해 살아라.  

        



Q4) 사별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린 적이 있으십니까있었다면 그 죄의식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전유진) 남편은 백혈병이었는데 주변에서 어쩔 수 없다 했지만 그가 암에 걸린 것이 내 잘못 같았다. 집안일 시키며 스트레스 준 일, 말다툼했던 일, 평소 영양제를 챙겨주지 못한 것 등 모든 것이 후회가 되었다. 백혈병은 원인을 모른다지만 내가 스트레스를 주고 잘 돌봐주지 못해 남편을 그런 병으로 죽게 만든 것 같아서 그의 죽음이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한 기회에 생명 존중 및 자살 예방 사이버 연수를 들으면서 가족과 사별한 다른 사람들도 나 같은 생각들을 한다는 걸 알고 위안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죄책감도 조금씩 무뎌졌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박채원) 남편이 암으로 투병하는 동안 그의 건강 상태를 잘 살피지 못했고 제대로 내조하지 못한 듯해서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생명은 절대자의 주권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유함을 얻게 되었다.  

  

(홍지우) 남편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했더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초기에는 잠도 자기 쉽지 않았고 눈물만 나왔지만 아이들에게 집중하면서 죄책감을 지워나갔던 것 같다. 나도 애들을 잘 돌봐주기 위해 집중했고 애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사별의 슬픔을 잘 이겨 나간 것 같다.     


(하지영) 사별 초에는 신랑에 대한 나의 병간호와 정성이 부족하여 하늘나라로 보낸 것 같은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사소한 일에도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전에는 가지 않았던 사주를 봐주는 집이나 점치는 집도 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신랑의 운명이었으며 당신을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하지 말라는 말을 해 주었다. 그렇게 말해주는 낯선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또 책을 읽으면서 자존감을 높이려고 노력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사별 초에는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나를 사랑하도록 도와주는 아주 쉬운 책부터 읽었다. 그리고 나는 사별자 모임에 자주 나갔는데, 거기서 듣게 된 나보다 경험이 많으신 분들의 조언도 죄책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배정훈) 나는 아내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아직도 완전히 극복되지는 않았으나 자녀들이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었을 때 가장 큰 위로를 받았다.     

(임영호) 꼭 낫게 해주고 싶었는데 병의 치료 방법 선택을 잘못해서 아내를 떠나보내게 된 것 같아 그 부분이 너무나 힘들고 죄스러웠다. 처가 식구들을 봐도 내가 잘못해서 아내를 보낸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많이 괴로웠다. 죄책감 문제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내겐 시간이 약이었다.




Q5) 사별 후 당신에게 특별히 상처가 되었던 말이 있습니까? (사별자에게 주의해야 할 언행이 있다면?)     


(김현우) 죽음에 대해서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에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모르고 하는 말이려니 하고 그냥 넘겼다.

     

(황지수) 나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불쌍한 눈빛이 내 마음을 힘들게 했다. 그리고 친구가 울면서 “네가 죽고 싶어도 애들 때문에 어찌 죽겠냐?”고 했던 말과 문상을 오신 분이 자기 직장에도 젊어서 혼자된 분이 계시는데 자식들 다 잘 키웠다고 나도 할 수 있다며 조언이라고 해 준 말도 상처가 되었다.

     

(윤지은) “대단하다. 너니까 이렇게 잘 견디는 거다.”라는 말이 상처였고 듣기 힘들었다. 아픔을 이겨내려 애쓰고 있는데 칭찬도 욕도 아닌 이런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민준) 애들 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상처가 되었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상태에서는 애들도 삶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하지영) 다른 사별자로부터 “~해서 좋겠다.”라는 말에 참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이가 없다 보니 “아이가 없어서 좋겠다, 혼자 살아서 좋겠다.”라는 말을 처음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세상 모든 일은 상대적인 건데 아이가 없음을 경험해 보지 않고 어찌 부럽다고 쉽게 말하는 건지... 또 “아파서 죽었으니 마지막 인사라도 해서 좋겠다.”라는 말에는 진짜 어이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지 않고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 보이는 이면에 또 다른 아픔이 있을 수 있으니 같은 사별자라도 서로의 아픔과 현실을 비교하는 말은 삼가고, 서로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서 서로를 위로해 주면 좋겠다.

     

(홍지우) “너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거야.”같은 위로를 해준다고 한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말은 전혀 위로나 용기가 되는 말이 아니었다.     

(임영호) “재혼해야지”하는 말이었다. 모두 나를 위로한다는 심정으로 하신 말이겠지만, 사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아직도 앞길이 창창한데, 아직 젊은데, 남자는 혼자서는 못 살아”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는데 그 말이 상처가 되었다.     

(송은주) 죽은 사람은 잊고 잘 살라고 했던 말. (시어머님과 딸, 그리고 남편과 가장 가까웠던 친족에게서 들었는데 이 말이 큰 상처가 되었다.)     

(전유진) 진짜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닌 가십처럼 궁금한 거 툭 내뱉는 말이 듣기 싫었다.




Q6) 사별자임을 항상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황지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굳이 감출 필요는 없지만 필요 없는 곳에서 굳이 밝힐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답변하신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강수진)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사별하지 않은 척 거짓말을 해도 상관없다. 사실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냥 오가며 만나는 가벼운 인연들은 가볍게 대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진심을 아무에게나 내어 보이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내가 사별자가 아니라고 말해도 피해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 재혼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사별자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문현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녀 학부모 상담 시에는 꼭 밝혔고, 직장과 이웃에게는 말해도 된다는 확신이 있는 분에게만 이야기하였다.    

  

(유상호) 꼭 밝힐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 대해 깊은 관심이 없다. 배우자에 대해 말해야 할 때 적당히 상황을 넘어가거나 가볍고 다소 코믹하게 돌려 말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나는 36년째 배우자는 어디 두고 혼자 다니냐는 말을 듣고 사는데 구렁이 담 넘듯 대충 넘기곤 한다. 그러면 다들 대충 알아듣는다.      


(임영호)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편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그에 따라 대처를 할 수 있다. 굳이 밝히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남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송은주)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 사별자임을 밝히는 순간 타인이 나를 불쌍하게 보는 시선들이 있다. 난 남편이 없을 뿐 불쌍한 사람은 아닌데 측은지심으로 돌아오는 시선들이 싫다.   

  

(하지영)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도 편파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요에 의해서 나의 상황을 꼭 밝혀야 하는 경우에는 밝히고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에는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    




Q7) 사별자에게 권하고 싶은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송은주) 등산, 운동, 헬스 등의 몸을 사용하는 운동이나 사별 전에 가졌던 취미가 있다면 그 취미생활을 계속하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쉽다. 사별 전 취미가 없었다면 새로 시작하시기를 바란다.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무작정 걷기도 좋다. 걸으면서 울기도 하고, 생각 정리도 할 수 있다. 몸이 피곤하면 잠도 잘 오니 운동은 꼭 하라고 권하고 싶다. (운동과 등산은 거의 모든 답변자가 추천한 취미 활동입니다.)    

 

(박채원)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나 독서 모임이 좋을 것 같다. 사별자가 깊이 느끼는 고통과 외로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건강한 모임이 감정 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 등산이나 걷기 모임처럼 운동과 대화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건강해질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될 것이다.      


(김현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무엇이든 시작하라. 절대 집에 있지 말고 사람들과 소통의 관계를 가져야 한다.   

  

(한지현) 혼자 하는 취미 활동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취미 활동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영) 나는 사별 후에 걷기(등산)를 시작했다. 조용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햇님 등 자연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산 정상에 올라가려는 노력을 통해 목표 의식이나 성취욕도 발생한다. 딱히 다른 취미가 없고 여건이 된다면 걷기(등산)를 진심으로 추천한다.      


(배정훈) 땀을 흘릴 수 있는 모든 운동을 추천한다. 불면과 슬픔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 내가 무기력증에서 빠르게 회복이 되었던 것도 운동 덕분이라 생각한다.  

    

(유상호) 음악을 듣거나 악기를 배우는 것, 그리고 운동을 하거나 등산 및 걷기를 추천하고 싶다. 조용한 시간에 혼자 있으면 슬픈 추억이 많이 떠오르니 혼자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자꾸 찾아서 해라. 나는 이제 나이도 많고 혼자 살고 있지만 지금도 자주 걷는다.      


(홍지우) 등산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몸도 건강해지고 좋은 경치를 바라보면 마음도 상쾌해진다. 나는 다른 사별자들과 소규모로 함께 등산할 때가 가장 좋았다. 소규모라 서로 친해지기도 쉬웠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도 있어서 좋았다. 

     

(임영호)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데 운동보다 좋은 것은 없다. 운동을 할 수 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명상을 해보라. 명상은 내게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깊이 있게 하는 것을 권한다.      


(조서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싫다면 혼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등산, 운동, 여행, 악기연주, 자격증 공부 등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Q8) 사별 초기인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강수진) 본인 자신에 대해, 인간에 대해 공부를 해보라. 여기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삶이 더 평안해질 수 있다.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뭔가를 기대하지 마라. 내가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궁극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타인의 배려와 보살핌에 기댈 생각을 하지 마라.   

   

(한지현) 지금까지 맺고 있던 인간관계를 끊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쓸데없는 자존심 또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기존의 인간관계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주위 사람들에게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를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다. 기존의 관계를 멀리하지 말고 오히려 그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받아들여라.     


(전유진) 지금 너무 힘들겠지만 시간은 간다. 혼자 울지만 말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든,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 가입하든, 일단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소통해야 한다. 혼자서 아픔을 되새기지 말고 당신의 아픔을 꼭 세상과 나누길 바란다.

     

(김현우) 나도 사별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사별은 당신 탓이 아니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사별은 죄가 아니다. 당당히 본인의 삶을 살아라. 그리고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의 많이 교류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황지수) 시간이 지나면 슬픔과 아픔이 조금씩 옅어지고 언젠가 좋아진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유연하고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당신의 자녀는 지금 당신이 염려하는 것보다 더 잘 자랄 것이다. 사별 초기에는 모든 것이 절망스럽지만 다 살아갈 방법이 있다. 혼자 된 삶이 힘들긴 하지만 또 다른 계획으로 주어진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면 된다.     

 

(박채원) 너무 많은 문제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하루에 한 가지씩 해결하면 좋겠다. 그리고 큰 사랑을 잃었지만 여전히 자신이 사랑받는 사람임을 일깨워주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교제, 영적인 탐구, 좋아하는 취미활동 등 자신을 토닥여주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낯선 상황에서 혼자 살아남은 자로 남은 생을 대할 때, 희망과 새 힘을 끊임없이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신앙인으로서 당신이 하나님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면 좋겠다. 특히 아이들을 가진 사별자라면 한 부모를 잃은 자녀에게 그들을 영원히 사랑하고 도와줄 절대자를 알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자라가며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지은) 나만 이런 거 아니냐고 자책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면 좋겠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소중한 사람이다.     


(하지영) ‘왜 나에게만’ 이란 생각을 빨리 지워야 한다. 사별을 겪으신 분에게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라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랬고 누구나 그런 일을 겪으면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시기만 다를 뿐 누구나 겪을 일이다. 사별은 내가 겪지 않았다면 나의 배우자가 겪었을 일이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만 하다 보면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과거의 나는 행복했는데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는 불행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우리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살아야 한다. 오늘을 살아야 내일도 어제도 의미가 있다.    

  

(송은주) 사별이 슬프긴 하지만 조금만 슬퍼하고 자신을 위해 살도록 애써야 한다. 나 자신의 행복을 찾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이전보다 더 행복하게 사시길 바란다. 먼저 떠난 배우자를 잊을 수는 없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을 오래 붙잡고 있다는 것은 나 자신만 힘들게 할 뿐이다. 이후의 삶은 나를 위해, 나만의 행복을 위해 살아라.     

(정서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그랬듯이 당신의 이 힘든 시간도 지나간다.     


(유상호) 지나간 시간은 자꾸 회상하지 말고 가슴에서 내려놓고 떠나보내라. 슬프고 무거운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각오로 살아가라. 현재가 제일 중요하니 현재를 즐겁게 살아라. 코믹하게 사는 것도 좋다.     


(홍지우) 없는 것은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너무 빨리 잘하려고 하지 마라.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경제적인 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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