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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 K Jan 04. 2021

스페인 경제의 저생산성 문제

경제가 나빠져야 생산성이 올라가는 특이한 경제구조 

스페인의 낮은 경제생산성 

생산성은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이다. 인구는 무한정 늘어날 수 없고 스페인처럼 고령화가 심한 국가라면 경제활동 인구당 생산성 향상이 더욱 절실하다. 스페인 경제는 80년대 EU가입 이후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며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를 줄여나갔다. 그 사이 EU 내 스페인의 위상도 올라갔다. 그렇지만 스페인은 여전히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스페인 경제가 해결해야할 큰 숙제 중 하나이다. 스페인 경제의 저생산성과 관련된 원인과 분석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미국이나 다른 EU선진국에 비해 낮은 생산성의 경제구조를 유지해왔다. 지난 20년간 총요소생산성(PTF) 지표는 평균 0.2% 상승에 그쳐 유로존(0.4%)의 절반, 독일(0.6%)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총요소생산성(PTF) :
 한 경제가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산출량을 증가시키는지를 측정


2019년 BBVA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저)생산성; 스페인의 고질병)’이란 보고서에 따르면1995년 스페인의 시간당 부가가치생산(VAB)은 27유로로 EU경제통화동맹 평균보다 14%가 낮았는데 2018년 그 격차는 22%까지 확대되었다.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는 영세한 기업구조 

스페인 경제의 생산성이 낮은 첫번째 이유는 영세한 평균 기업규모이다. 보통 국가 경제의 생산성은 기업규모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기업은 규모・범위의 경제를 통해 신규시장, 기술혁신, 우수인적자원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 스페인에서도 대기업의 생산성은 중소기업에 비해 2~3배 높다. 문제는 스페인 중견・대기업의 고용비중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2016년 OECD기준 제조・건설・비금융서비스 기업의 평균 고용인원은 4.4명으로 독일(11.8명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5년 BBVA경제연구소는 스페인과 독일의 생산성 격차 중 73%가 기업 규모에 기인한다고 분석하였다.


2019년 BBVA재단과 발렌시아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스페인 제조 경쟁력, 규모의 중요성’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스페인 전체 제조업 총부가가치생산(VAB)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7%로 독일(68.4%), 프랑스(58.8%), EU평균(58.6%)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인이하의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6%로 유로존 평균(20.1%)을 크게 상회하였다. 

경기와 역행하는 스페인 경제의 생산성 

주요 선진국들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이 이뤄졌던데 반해 스페인에서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반경기적(counter- cyclical) 움직임을 보여왔다. 과거 추이를 보면 스페인의 경제생산성은 경기침체기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확장국면에 있었던 1996~2007년 기간동안 GDP는 55% 성장했으나 근로시간당 GDP는 2%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경제적 자원이 덜 효율적인 활동과 기업에 투입되었다는 뜻이다. 주로 급속한 내수의 증가, 부채에 의해 경기가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근로시간당 GDP는 11% 가까이 상승하였다. 생산성은 수동적(forma pasiva)으로 향상되어 왔다.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비효율적인 노동시장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에선 부가가치 높은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가 경제성장을 이끌어 낸 반면에스페인에선 주로 노동생산요소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었다. 스페인 경제가 전반적으로 건설, 호텔요식업, 도・소매상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들 분야의 일자리는 대개 경기에 민감하고 생산성이 낮으며 경기가 회복될 때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여타 유럽국가들에서는 제조업이 생산성 변동을 주도하는 반면 스페인은 건설업, 부동산업, 도소매업이 큰 영향을 끼쳤다. BBVA경제연구소는 노동 생산성은 크게 산업내적요인(intrasectorial)과 산업관계요인(intersectorial)에 의해 움직이는데 스페인은 생산성은1990년대 후반과 2013년 이후를 제외하고는 90% 이상이 산업내적요인(intrasectorial)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분석하였다. 고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대한 고용 및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경기에 따른 산업 내 노동의 수요공급에 의해 경제 생산성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산업내적요인(intrasectorial) 
경기에 따른 각 산업 내 생산효율성의 변화를 측정
산업관계요인(intersectorial)
경기에 따라 각 산업들간 구성요소(고용, 품질 등)의 변화를 측정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비효율적인 노동시장도 생산성에 영향을 끼쳤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로 해고가 어렵다. 유로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스페인의 비정규직 비율은 EU27개국(영국 제외) 평균 11.9%의 두 배에 가까운 21.9%로 EU에서 가장 높았다. 고용보호 측면에서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존재하는 큰 격차로 경기에 따라 고용의 변동폭이 크다.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대외 수요 변화가 있을 경우 기업들은 급여나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대신 노동수요를 직접 조정하며 대응한다. 비정규직 일자리는 일반적으로 낮은 숙련도, 혁신에 대한 소극적 자세로 생산성이 낮으며 기업들은 비정규직 인원에 대해선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비용을 쓰지 않는다. 경기가 좋을 때 늘어난 비정규직 일자리가 경기침체 시 대량으로 소멸하면서 전체 근로시간은 크게 하락하지만 부가가치의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아 생산성은 오히려 상승하는 논리이다. 


뒤쳐지는 교육경쟁력도 문제 

파블로 헤르난데스 데 코즈(Pablo Hernández De Coz)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또 다른 요인으로 국제사회에서 뒤쳐지는 스페인의 교육경쟁력을 꼽았다. 스페인의 조기학업 중단율이 EU최고 수준이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낮은 편이다. 그는 인적자원의 질이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산업 투자유치의 핵심이며 양질의 인적자원이 혁신에 최대한 투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페인의 R&D 투자 활동은 빈약하며 그 결과 여타 EU국가들과의 기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U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스페인의 GDP대비 R&D활동 투자비용은 1.24 %로EU평균 2.11%에 크게 뒤쳐져 있다. 현재 스페인의 경제구조 속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경기가 좋으면 일찍 학업을 그만두고 생산성이 낮은 건설업, 요식업 등으로 진출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숙련된 인재로 성장하기 전에 섣불리 노동시장으로 중도 이탈하면서 R&D투자나 자본집약형 산업발전을 위한 인적 기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들 

국가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름길은 없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효율적 회사경영 및 인적자원관리, R&D투자, 디지털화,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의 완화 및 철폐, 내수시장 확대, 경쟁 강화, 공공부문 효율성 증대, 경제적 기회 보장 등이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는 정책적 장애물을 제거해 영세한 기업구조를 개선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내적 유연성을 확대시켜 노동생산성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육 시스템도 개선하여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조기 학업중단율은 낮춰야 한다.   


변화의 기회  

2012년 노동개혁이 단행된 이후 최근 희망적인 변화가 있었다. 2012년 이후 2018년 1분기까지 실업률은 10%이상 낮아진 반면에 근로시간당 GDP는 3% 이상 상승하였다. 동 기간 수출의 GDP성장 기여도 역시 10% 이상 상승했다. 2013년 생산성이 높은 부동산, IT분야의 고용비중이 늘어난 반면, 상업, 교통, 요식업, 공공, 예술 등의 비중이 줄었다. 파블로 헤르난데스 데 코즈(Pablo Hernadez De Coz) 중앙은행 총재도 2000년대 초반에는 저금리를 활용한 투자가 건설분야에 집중되었지만 최근 들어선  점차 생산성이 높은 곳에 효율적으로 투자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여전히 높지만 비정규직 비중도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이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2018년 2분기 이후 동력을 잃고 있어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페인이 겉으로는 EU 4대 경제대국이자 유럽의 선진국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네임벨류에 맞지 않는 후진적인 경제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스페인 내 자조섞인 비판이 많다. 이들은 스페인 정도의 국력을 갖춘 나라라면 관광, 요식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고, 좀 더 혁신적인 경제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코로나 19로 전 세계 경제가 크게 휘청거렸다. 스페인도 주요 선진국들 중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EU는 경제회복을 위해 각국에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스페인 정부는 EU의 재정지원을 기반으로 친환경, 디지털 경제 등의 미래 핵심 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하였다.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하여 생산효율을 높히고, 신재생에너지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여 전반적인 산업선진화를 이루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고질적인 고용문제도 개선되길 희망하고 있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코로나 19가 위기이자 그동안의 낡은 체제를 뜯어고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얼마나 기회로 잘 활용하느냐는 스페인 정부와 국민의 몫이다 


el.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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