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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똥을 기대했는데 핏방구만 보고 끝난 <쿵푸팬더4>

by 차돌

<쿵푸팬더> 시리즈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입니다.

첫 번째 시리즈에서 재밌네? 라고 생각했고 두 번째 시리즈에서부턴 완전히 푹 빠져버렸죠.


그래서 이번에 <쿵푸팬더4>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듣지 마자 바~로 다녀왔습니다.

이 후기를 본 글을 통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쿵푸팬더4>는

'용의 전사'로도 꽤 익숙해진 포, 사부인 시푸는 그런 그에게 이제 용의 전사가 아닌 영적 지도자가 되어 사람들을 이끌어 주기를 이야기하며 후계자를 찾아라 명합니다.


하지만 포는 자신이 영적 지도자로서 자격이 충분한지 의심하는 동시에 아직 용의 전사로서 활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부의 명에 반발하는데요.


이러던 중 포는 영계에 있을 타이렁이 현계에 등장해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출발하려 합니다.

이때 '제이드 궁전'에 보물을 훔치기 위해 들어온 여우 '젠'을 만나 타이렁의 정체는 변신 마법을 사용하는 '카멜레온'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를 길잡이 삼아 길을 떠나면서 <쿵푸팬더4>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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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하는 포 그리고 관객

제가 <쿵푸팬더> 처음 본 건 20대 초반이었을 때 입니다.

그때 포는 그저 '쿵푸'를 좋아했을 뿐인데 용의 전사로 선택받아 어쩔 줄 몰라하는 팬더였고 저는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망설이고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포는 시리즈를 거듭해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또 용의 전사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줬고 저는 취직을 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며 성장했습니다.


<쿵푸팬더2>를 볼 때 저는 과거의 아픔 때문에 힘들어 했었습니다.

<쿵푸팬더3>를 볼 때 저는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다 저는 <쿵푸 팬더>를 보고 가슴 속에 큰 울림을 얻었고 그 울림은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절 살게 해주었습니다.


<쿵푸 팬더4>의 주제는 '성장' 입니다.

어쩌면 전작들과 같은 주제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차원의 성장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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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에서 말한 '성장'은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허허 벌판에서의 성장이라면 이번엔 무언가를 이뤄낸 (용의 전사) 상태에서 다음 차원으로의 성장을 이야기 하기 때문이죠.


어쩌면 이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성장일겁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성장한다는 건 그저 얻기만 하는 즐거운 일이겠지만, 이미 일가를 이룬 상태에서 또 한 번 성장을 하기 위해 이룬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저도 지금 비슷한 상황이라 그런지 그런 포의 고민을 진지하게 지켜봤습니다.

고민하는 모습, 실패하는 모습 그리고 결국 극복하고 해내는 모습.


이 모든 순간이 제겐 너무나도 벅차오르는 장면들이었고 너무나 좋았습니다.


- 맥 빠지는 빌런

이번 시리즈의 빌런은 카멜레온 입니다.

카멜레온은 자신의 특성을 이용해 누군가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죠.


전작들의 빌런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변하고 그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와 이번 보스 진짜 겁나 쎄겠는데!?' 라는 기대감이 절로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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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영계에 있는 빌런들을 소환해 그들의 쿵푸 능력까지 뺏는 모습을 보면 '이번 시리즈가 마지막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그녀의 위압감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은 너무 허무합니다.

역대 모든 빌런들의 모습과 능력을 가진 역대급 빌런임에도 불구하고 액션씬의 과정과 결말 모두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좀 더 격렬하게 싸우고 극적인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모든 게 지나치게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작품 초반부터 결말 직전까지 '난 아주 거대한 똥을 쌀거야!' 라고 관객들에게 엄청 긴장감을 심어줬는데 막상 나온 건 '핏방구' 인 상황이었죠.

4.jpg 이때가지만해도 역대급 빌런이 될 줄 알았지..

- 걱정되는 다음 시리즈

어찌됐든 <쿵푸팬더4>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결말을 봤을 때 다음 시리즈는 무조건 나올 분위기 입니다.(물론 결정은 흥행도가 하겠지만요)


그런데 결말을 보면 다음 시리즈가 너무 걱정됩니다.

5.jpg 새로운 용의 전사가 된

일단 새로운 용의 전사가 된 '젠' 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왜 얘가 용의 전사가 된 건지 서사도 부족합니다.


젠이 처음 등장하자마자 '쟤가 새로운 용의 전사가 되겠구나' 라고 예상이 되긴 하는데, 작품을 끝까지 봐도 얘가 왜 용의 전사가 되는건지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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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에서 드래곤 전사에 대한 중요성을 그렇게 열심히 설명했으면서 범죄자가 갑자기 새로운 용의 전사가 된다고..??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도 아닌데??


아마도 다음 시리즈 부턴 '젠' 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전 그 이야기가 그리 기대되지 않습니다..

7.jpg 이 둘의 캐미가 참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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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좋긴 좋았다.

<쿵푸팬더4>의 후기를 좋다, 안좋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된다면, 전 좋았다 쪽 입니다.


특히 쿵푸팬더 특유의 명언들은 여전히 마음 한 곳을 관통하는 명언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쿵푸팬더4 볼까 말까?" 라고 물어본다면 보라고 이야기해줄 겁니다.


"아무도 네 슬픔엔 관심 없어. 그러니까 웃어"


제가 생각하는 이번 시리즈 최고의 명언 입니다.

내가 놓인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남들은 그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웃기라도 하면 그 상황이 조금은 덜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저와 여러분들의 내일이 조금 더 힘들지 않길 바라며, 본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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