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게임 피칭이 실패하는 30가지 이유

게임 업계 20년 차가 말하는, 진짜 피칭의 디테일

by 엘렌

게임 마케터는 보통 시장과 플레이어 중심의 전략을 고민한다. 어떤 타겟층을 설정할지,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할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콘텐츠의 도달 범위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와 같은 부분 등등.


최근, 이런 익숙한 마케팅 사고 흐름과는 결이 조금 다른 발표 영상을 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LTtr45y7P0&t=66s

30 Things I Hate About Your Game Pitch

GDC 유튜브 채널에서 인기순으로 정렬될 영상 중 조회수가 도 번째로 높은 콘텐츠였고, 주제는 의외로 '게임 피칭(Game Pitching)'에 관한 것이였다. 영상의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었다.


당신의 게임 피칭이 실패하는 30가지 이유

자극적인 표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내용은 게임 개발자들이 외부 파트너와 협업을 논의할 때 흔히 놓치는 부분들을 매우 실질적인 시각에서 정리한 발표였다.


개인적으로 '피칭'이라는 단어는 마케팅 캠페인을 제안하거나 내부 보고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만 인식해왔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게임을 외부에 소개하고, 가능성을 설득하는 자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임 피칭은 언제 필요할까?

이번 발표를 통해 처음 명확히 이해하게 된 부분은, 게임 피칭이 단순한 아이디어 발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개발 초기 단계든, 데모가 어느정도 완성된 시점이든, 퍼블리셔나 투자자에게 이 게임이 시장성 있는 프로젝트인지, 그리고 이 팀이 실제로 개발을 완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즉, 게임 피칭은 단순한 발표를 넘어 '비지니스 파트너와의 첫 접점을 만드는 세일즈 활동'에 가깝다.


피칭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 30가지

해당 발표를 진행한 연사는 20년 이상의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자들이 피칭 과정에서 자주 반복하는 실수 30가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어떤 항목들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게임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들이기도 했다.


1. 불필요한 세계관 설명은 줄이기

핵심 설정만 간단히 언급하고, 5분짜리 캐릭터 서사는 피하자.


2. 기본 시스템은 간략하게, 독특한 시스템은 강조

체크포인트나 인벤토리는 한 줄이면 충분. 핵심 메커니즘에 집중해야 한다.


3. 상대방에게 선택지를 묻지 말 것

"1인칭일까요? 3인칭일까요?"가 아니라, 당신이 만들고 싶은 방향을 정확히 말하자.


4. 기둥(Pillar)은 후킹이 아니다
‘이 게임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핵심 재미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5. 플레이어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라

컨트롤, 행동, 상호작용—플레이어 경험을 중심으로 피칭하자.


6. 현실성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디자인 실수나 불편함을 '현실적이니까'라고 말하면 설득력을 잃는다.


7. 굳이 프레임 스토리(Game Show) 넣지 말기

틀에 맞추기 위한 억지 스토리는 오히려 방해된다.


8. 패러디 게임이라면 독립적인 재미도 확보해야

농담만으로는 게임이 성립되지 않는다. 패러디는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


9. 기술적 위험요소는 정면 돌파해야

도전적인 기술을 쓴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설명하자.


10. 프로토타입은 ‘차별점’ 중심으로 만들기

위험 요소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11. 조악한 아트는 되려 역효과

저퀄리티의 아트 수십 장보다, 잘 만든 이미지 한 장이 낫다.


12. 어설픈 최종 이미지보다 ‘티 나는’ 플레이스홀더가 낫다

임시 이미지라는 걸 드러내는 편이 혼동을 줄인다.


13. 초기 퀄리티는 정적인 이미지로도 충분
움직임은 없어도, 팀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게 낫다.


14. 샘플 대사는 실제처럼

임시 대사라 해도 퀄리티가 떨어지면 피칭 전체 신뢰도가 무너진다.


15. 최신 기술은 이유가 있을 때만

화제의 기술이더라도, 게임과 무관하면 억지처럼 보일 수 있다.


16. 상대방의 플랫폼·장르 취향 파악하기

퍼블리셔가 다루지 않는 플랫폼이라면 관심조차 안 가질 수도 있다.


17. 기존 성공작을 따라 한다면 ‘차별점’은 반드시 설명해야

Gone Home 같은 게임을 만든다면서 ‘다른 점’을 말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18. IP 협의는 미리 끝내고 피칭하자
IP 관련 권리 협의 없이 피칭에 들어가면 신뢰를 잃는다.


19. 수익 모델보다 게임성 중심으로 설명하자

과금 시스템은 간단히 언급하고, 게임 메커니즘에 집중하자.


20. 예산, 개발 기간, 인원 규모 정도는 준비해 가자

막연한 아이디어보다 현실적인 계획이 훨씬 설득력 있다.


21. 팀 구성은 가능성까지 포함해 설명

팀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누구를 채용할지 구체적인 방향은 있어야 한다.


22. 비즈니스 플랜은 ‘운 좋은 성공 사례’ 말고 평균적인 기준으로

어떤 예외적인 성공 사례를 기준으로 삼으면 현실감이 없다.


23. 예의는 기본이다

불친절하거나 태도가 나쁘면, 게임이 아무리 좋아도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24. ‘내가 누군지 알지?’는 금물
상대방이 당신을 모른다는 가정에서 시작하자. 소개는 직접, 간결하게.


25. 질문을 불쾌해하지 말 것

피칭 중 질문이 나온다면, 오히려 관심의 표시로 받아들이자.


26. 시연 장비는 제대로 준비하기

핸드폰으로 보여주는 건 한계가 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준비하자.


27. 사운드가 중요하다면 헤드폰을 챙기자

현장에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으니, 청음 환경을 준비하는 것도 피칭의 일부다.


28. 정신은 맑게, 술은 피칭 후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29. 타인을 깎아내리는 말은 하지 말자

경쟁작을 폄하하면, 퍼블리셔는 당신이 그들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걱정하게 된다.


30. 기본 중의 기본: 샤워하고 오기

말 그대로. 프로페셔널함은 외모에서도 드러난다.


게임 마케터로서 얻은 인사이트 7가지


이번 발표에서 다룬 '게임 피칭 실수 30가지'는 단순히 개발자만을 위한 조언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케터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도 충분히 유효한 시사점이 많았다. '게임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소개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고민은, 기획과 마케팅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1. 무엇을 말할지보다, 무엇을 빼야 할지를 먼저 고민한다.

피칭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이것도 말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빼면 안될 것 같은" 과잉 설명이다. 마케팅에서도 모든 기능을 나열하기보다는, 유저가 기억할 단 하나의 포인트에 집중하는 설계가 더 강력하다.


2. 후킹 포인트는 시작에, 그리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피칭이든 마케팅이든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처음 몇 초 안에 관심을 붙잡는 것. 피칭에서는 '후크', 마케팅에서는 크리에이티브의 헤드라인이나 영상의 첫 장면이 그 역할을 한다. 이 게임만의 '한 끗'을 가장 먼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3. 설명이 아닌 '경험'을 중심으로 말한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무엇을 하게 되는가"를 설명하지 않고, 기능과 시스템만 나열하는 피칭은 공감대를 만들기 어렵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건, 그 기능을 통해 유저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중심에 두는 것이다. "이 기능이 있습니다"보다, "이 게임을 하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4.'예쁜 디자인'보다 '의도 있는 콘텐츠'를 설계한다

피칭에서 '퀄리티 낮은 아트 여러 장'보다 의도가 분명한 이미지 한 장이 더 설득력 있게 작용하듯, 마케팅에서도 단순히 감각적인 비주얼보다 중요한 건 메시지의 명확한 전달이다. 콘텐츠를 디자인이 아닌 '설계'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5. 타겟마다 다르게 말한다 - 커뮤니케이션은 '맞춤형' 이 되어야 한다.

퍼블리셔와 투자자가 게임을 보는 기준이 다르듯, 유저, 언론, 내부 관계자도 모두 다른 시선과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를 먼저 정의한 뒤 시작해야 한다. 타겟이 바뀌면 메시지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한 콘텐츠로 모두에게 통한다'는 발상은 마케팅 메시지를 흐리게 만든다.


6. 콘텐츠보다 사람이 먼저다.

피칭에서 말투, 태도, 질문에 대한 반응 하나하나가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치듯, 마케팅도 결국 브랜드에 대한 인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서 시작한다. 정성 어린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쌓는데 있어 가장 오래 남는 자산이다. 제품이 아니라, 팀 전체, 브랜드 전체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7. 마케팅 전략도 하나의 '설계도'처럼 보여줘야 한다.

개발자가 프로젝트의 범위, 리스크, 인력, 비용 등을 사전에 계획하고 피칭하듯, 마케팅도 자원에 대한 현실적인 가정과 실행 로드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좋은 마케팅 기획서는 단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전략이 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문서여야 한다.


마무리 하며....

이번 발표 영상을 소화하며 게임을 전달하는 방식이 콘텐츠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설득의 구조를 조금 더 정교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앞으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설계하는 데도 실질적인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