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 덴마크와 오슬로, 그리고 북유럽
2013년 헬싱키와 스톡홀름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애엄마 또는 아줌마가 되기 전 2014년 코펜하겐 여행에 이어
2023년 아이들과 함께 코펜하겐과 오슬로, 세 번째 북유럽을 다녀왔다.
10년 이상 된 여행이라 가물가물 한 것들도 많지만
그 가물가물 함 속에서도 선명한 기억들과 내 생각들을 흔적으로 남겨 본다.
여행에서 "반드시, 꼭 무언가는 남겨야 해, 봐야 해"라는 정답은 없다.
그저 보고 싶었던 것을 보고 일상과 현실에서 느껴보지 못한 기분과 느낌, 새로움이라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나만 볼래 하며 끄적였던 메모들을 여행기 끝에 정리해 본다. 두서없는 주저리.
첫 번째 북유럽은 터키항공, 두 번째는 러시아항공, 세 번째는 직항이 가능한 핀에어.
아무리 직항이면 뭐 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핀에어 직항으로 헬싱키로 가는 소요시간이
3-4시간은 더 소요되고 있다. 빨리 종전선언이 되길.
13박 14일이었던 아이들과 북유럽 여행은 생각보다 쉬웠다. 겨울이라 짐이 조금 많은 것 빼고는 힘든 일이 거의 없었다. 휴양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북유럽의 눈 때문에 우리의 여행은 꽤나 성공적. 초등학생 정도면 아이 둘과도 유럽 여행 어렵지 않아요.
차라리 더운 여름의 지침보다 추운 겨울이 나을 수도 있다.
이제까지 겪었던 북유럽 공항들의 입국 심사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그다지 많이 묻지도 않고 수화물 검사도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웬만하면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모두 가능하니 졸지 않아도 된다.
내가 느낀 북유럽 물가는 서울 물가와 비슷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로 비교하고는 하는데 다만 한식을 먹을 때 기분상 더 비싸게 느껴질 뿐이었다. 서울 물가도 요즘은 꽤나 높아서 오슬로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는 것과 서울의 카페에서 먹는 샌드위치나 커피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메가커피나 컴포즈 커피는 해당사항 없다.
환전은 불필요하다. 오슬로와 코펜하겐으로 가기 전 50만 원 정도를 환전했는데 거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현금을 소진하느라 진땀 좀 흘렸다. 대부분 모바일 티켓이고 신용카드로 해결할 수 있다.
북유럽은 이미 환경에 대한 인식이 훨씬 앞서 있다.
카페나 식당에 PET 컵은 거의 없다. 재활용자재로 만들어진 종이컵을 대부분 사용한다.
샌드위치도 비닐에 포장하지 않고 대부분 종이백 포장하거나 얇은 종이 냅킨으로 테이크아웃 한다.
오슬로에서는 물을 사 먹지 않는다. 공공시설 화장실에서도 탭워터로 물을 마실 수 있다.
텀블러나 물통을 가지고 다닌다면 생수를 사 먹는 일은 없다. 식당에서도 물론 탭워터는 무료로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코펜하겐에서는 탭워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매우 존중하는 나라이기에 이방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도서관이나 상점, 공공시설에 갔을 때 사람에게 받는 안내나 텍스트로 받는 안내는 거의 없다. 스스로 찾고 스스로 누리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문화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필요한 사람이 말하겠지 마인드.
공동체 의식이라는 점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았다.
예를 들면,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합시다라던가
핸드타월은 한 장씩 이라던가
담배꽁초를 버리지 맙시다라던가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져 있는 당연한 인식이라서
표면적으로 나타내어 놓지 않은 것인지는 몰라도
"괜찮아, 도서관에서 너는 떠들고 싶으면 떠들어,
시끄럽다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면 받아들이고 조용히 하면 돼"라는 느낌
재미있는 문화적 차이인 것 같았다.
모든 행동의 책임은 개인의 몫
2013년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헬싱키 센트럴역 도로와 보도에 가득 차 있는 담배꽁초를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예전에 핀란드에 사셨던 한국분께 물어본 적이 있는데
국가는 당연히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담배꽁초를 치워준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0년 전이라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코펜하겐 거리에서는 담배를 피우면서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끄는 엄마도 보았다.
코펜하겐 자유부인의 카리스마란.
북유럽 대부분 나라는 술 구매에 대한 제재가 있다. 판매시간을 제한하거나 도수에 따라 판매가 가능한
술을 지정하거나 술에 대한 세금을 높이거나 구매할 수 있는 양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북유럽 나라를 밤새 오가는 페리에서 면세로 술을 구입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북유럽 사람들이 페리를 이용한다.
이번 오슬로 여행에서 또 하나 놀랐던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화장실이 남녀 공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나누어져 있는 곳도 있지만 남자가 사용하든 여자가 사용하든 상관없다.
넷플릭스에서 본 [크리스마스 스톰]이라는 노르웨이 드라마에서 공용화장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재미있으면서도 아직까지는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적 인식이다.
좀 편한 점도 있는 듯 하지만.
아이들과 뚜벅이 여행을 하면서 궁이나 성, 역사적 흔적이 가득한 필수 코스들에 많이 방문하지 못했다.
체력과 시간의 한계였으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최대한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들을
보려고 노력했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또 가면 되니까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코펜하겐을 방문한 느낌은 오슬로보다 코펜하겐 사람들이 왠지 더 세련돼 보였음이다.
오슬로는 국가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러 많은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무언가 소박한 느낌이었다. 물론 비요르비카 지역의 현대 건축물들은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사회적 영향력을 주고 있었지만 뭔지 모를 소박함이 느껴졌다.
오슬로 사람들은 아침과 저녁에 러닝에 진심이다. 흑야 기간에는 거의 모든 러너들이 형광조끼를 입고 러닝을 한다. 조명이 반짝인다 하더라도 안전을 위한 형광조끼는 잊지 않는 듯.
서울의 여느 도시처럼 헬스장도 건물 곳곳에 보였다. 다들 운동과 관리를 잘하는 것 같았다.
정말 미남 미녀들이 많았다. 나와 남편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근처 직장인들이 우르르 점심을 먹으로 들어왔었는데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오징어가 된 느낌이었다.
오슬로와 코펜하겐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매우 진심이다. 시내 곳곳, 기차를 타고 센트럴로 가는 한적한 마을 집 한 채에도 크리스마스에 진심이 아닌 집들이 없었다. 겨울 크리스마스 마켓은 절대 잊히지 않는 북유럽 여행 코스 중 하나이리라. 아이들 방학 전에 여행을 감행한 이유도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새해까지는 대부분 현지 사람들이 휴가인지라 크리스마스 느낌이 안 날까 봐 그랬거든.
가구나 건축에 관심이 많다면 북유럽을 한번쯤 가보는 걸 추천한다. 다른 유럽이나 미국은 잘 모르겠지만
코펜하겐이나 오슬로는 장기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에 현대건축의 볼거리도 많을뿐더러 가구와 디자인의 역사와 야콥센, 알바알토, 핀율 같은 디자이너들을 흠모한다면 꼭 한 번은 가서 실물을 영접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사람마다 여행 취향에 대한 호불호가 있고 지역, 나라에 대한 호불호가 각양각색이다. 나는 유난히 왜 북유럽에 꽂혔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가구 공부를 할 대학교 때 알바알토를 알고 난 뒤였던 것 같다.
마냥 알바알토 집도 보고 싶었고 핀란드 호수를 보고 만들어졌다는 이딸라 꽃병이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도 궁금했다. 시장에 가득한 마리메코도 보고 싶었다.
희망으로 남겨 놓았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 사실이 많다.
왜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꽃무늬 패턴으로 이것저것 만들었을까.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그들만의 여가와 문화가 디자인과 아이콘이 되었으리라
왜 이 나라 사람들은 모듈이나 구조적으로 특이한 건축물들을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할까
어릴 적부터 받아왔던 기본 모듈에 대한 구조나 디자인 교육이 지금의 건축 디자인을 만들었으리라
왜 유명한 지휘자는 핀란드에 많을까
층간소음 따위 잊게 하는 호수 앞 바이올린 연주와
끝도 없이 펼쳐진 호수와 자작나무 숲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느꼈으리라
북유럽 나라들을 오가는 페리들이 있는 그중 나는 실야라인과 DFDS 타 보았다.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넘어갈 때와 오슬로에서 코펜하겐으로 넘어갈 때 이용했었다.
실야라인은 입구에서부터 객실 창문이 보이는 내부 구조가 눈을 사로잡고 DFDS는 평범한 입구를 가지고 있는 페리였다. 두 가지 페리 모두 면세점이나 수영장, 사우나, 레스토랑, 라이브카페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하룻밤을 보내며 쇼핑까지 하기에 좋은 아이템 중 하나인 것 같다.
4월에 실야라인을 탑승했을 때는 분위기가 적당히 조용하고 밤늦게까지 떠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성수기도 아니었던지라 더 그랬던 것 같다. 12월에 탔던 DFDS는 연말 시즌이라 분위기가 매우 핫했다. 술을 쟁이러 온 사람들과 뜨겁고 즐거운 연말을 보내기 위한 젊은 남녀들도 많았다.
딸아이의 멀미 때문에 우리는 일찍 객실로 들어가서 잤지만 그 9시부터 그들의 페리에서 밤은 시작.
아이들을 재우고 잠시 나와봤는데 라이브카페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바와 레스토랑은 인산인해였고 술에 취한 젊은이들은 서로서로 헌팅을 한다고 난리였다.
여행 전에 읽고 보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몇 년 전보다 북유럽에 대한 책이나 정보가 많아진 지금 시점에서
다녀왔던 곳에 대한 디자인이나 건축 관련 책을 읽으니 더 이해하기가 쉬운 것 같다.
최근 읽고 읽는 책 중에 [관계도시]라는 코펜하겐 도시계획과 건축, 디자인에 관해 써 놓은 책이 있는데
매우 흥미고로 코펜하겐 무대로 활동하고 계신 저자님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오슬로와 덴마크에서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에 좋았던 점 또 한 가지는 바로 놀이터 공간이다.
새로 생긴 신도시 개념의 공간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 시설이 항상 있었기에 우리는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은 놀이터 공간과 기구에서 노느라 여행이 지루한 줄 몰랐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간들이 아이들에게 열려있고 관대했고, 안전하다고 느꼈기에 불안함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완전 오리지널은 아닐 수 있지만 다양한 국가의 음식이나 디저트를 맛볼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 중에 음식에 대한 불편함이나 거리낌이 전혀 없었다. 마켓에서 아시안 음식도 언제든지 맛볼 수 있고 현지 음식들도 특별히 입에 맞지 않아 배를 곯은 적은 없었다.
다만, 세 번의 북유럽 여행이지만 아직까지 절대 먹을 수 없는 것은 청어절임과 까만 감초 젤리.
도전은 항상 실패했다.
[악어는 배가 고파요]라고 번역된 덴마크 어린이 동화를 한국에서 사서 본 적이 있다.
악어를 키우는 할머니와 그 악어에 관한 이야기인데, 책만 읽을 때는 참 신기한 발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코펜하겐을 다녀와 보니 코펜하겐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인식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리얼.
코펜하겐 아침 출근길 자전거 부대는 장관이다.
쭉 뻗은 자전거 도로가 한눈에 보이는 호텔에 묵으면 그걸 보는 재미도 코펜하겐을 느끼는 하나이다.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은 필수 착용이라고 했는데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쿨하고 터프한 데니쉬들.
야콥센, 핀율, 알바알톤, 폴 헤닝센 , 잉겔슨, 등등 외워도 봐도 매번 새로운 그 이름들.
곁에 두고 항상 책을 꺼내보았지만 실제로 보았을 때 가구와 건물들은 임펙트와 감정의 소용돌이가 어마어마 했다. 그것들을 보았을 때의 느낌과 생각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공부해야 한다.
2025년 여름 헬싱키와 스톡홀름 여행에서는 맑은 하늘아래 아이들과 더 많이 더 즐겁게 즐기고 싶다.
여름에는 처음 가보는 북유럽을 기대해 보며 끄적임은 이만.
생각나고 끄적인것들은 여기까지.
또 추가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