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정말 천국일까?

좌충우돌 엄마의 진솔한 육아 분투기

by 오롯이

임신 중 주변 애 엄마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으면 꼭 '산후조리원' 이야기가 따라왔다. "꼭 가야 한다", "어디로 갈 거냐", "얼마나 있을 거냐" 등 많은 질문이 쏟아졌는데 모두가 입을 모아 천국 같은 곳이라며 필수 코스라고 했다.


여러 산후조리원을 다니며 투어를 하는 임산부들도 있다지만, 나는 일찍이 한 곳을 찜해 두었다. 살고 있는 아파트 후문에 조리원 하나가 있었는데, '집 앞이 최고지!' 하는 마음과 몇몇 지인 후기도 나쁘지 않아서 그곳으로 마음을 정했다.


태아 심장소리를 듣고 난 몇 주 후, 배우자와 함께 그곳을 찾았다. 어떤 곳인지 살펴볼 겸, 예약도 할 겸 해서였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는데, 오밀조밀 있을 건 다 있어 보였다. 상담을 받아보니 산부인과와 연계되어 정상가보다 저렴했고 당일 예약 추가 할인까지 해줬다. '이 정도면 합리적이지' 하는 생각과 함께 바로 계약을 결정했다.


출산 후 입성한 조리원의 방. 첫인상은 10점 만점에 8점이었다. 기대보다 방은 깔끔했고, 모션 베드도 널찍했다. 방 안 창이 활짝 열리지 않고 삐걱대는 것과 화장실에 욕조가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편하게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아기는 신생아실에 맡기고 방에서 마음껏 잠자고 쉴 수 있었다. 끼니때마다 잘 차려진 밥이 나왔고, 오후, 저녁 시간에 나오는 간식도 챙겨 먹었다. 출산 후 통증으로 좌욕이 절실했는데, 개인 화장실에서 마음껏 좌욕도 할 수 있었다.


라운지에는 공동으로 쓸 수 있는 골반 교정기, 파라핀 마사지가 있었는데, 이것도 하루 한 번 꼬박꼬박 받았다. 사실 방에서 쉬는 것 말고는 특별한 스케줄이 없어서, 나름 라운지에 나가서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 게 재밌기도 했다.


신생아 케어는 꼼꼼했다. 수유 현황, 체온, 황달 수치까지 매일 알려주었고, 원할 때 모유 수유를 하게끔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신생아실 케어는 사명감 있는 분들만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어찌나 아가들을 예뻐하시는지 보면서도 신기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점은 조리원에서 아기 황달 수치를 잘 캐치해 주신 것이다. 아기 얼굴이 살짝 노랗다 싶었는데, 황달 수치가 꽤 높게 나와 소아과에 다녀오라고 권유받았다.


소아과에서도 참 잘 캐치했다면서 대학병원으로 곧바로 가라고 했다. 황달 이슈로 며칠 마음고생해야 했지만 조리원에서 초기에 잘 알아봐 줘서 그래도 빠르게 호전될 수 있었다.


하지만 '천국'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젖몸살과 감기를 심하게 앓았던 터라, 조리원에 있던 15일 중 몸도 마음도 온전히 쉰 건 고작 5일 정도랄까. 밤새 얼음찜질을 하면서 젖몸살을 견뎠는데, 그나마 매끼 잘 나오는 식사와 간식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정말이지 '밥심으로 버티는 천국'이었으니, 씁쓸함이 밀려왔다.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니 가만히 방에서 쉬는 게 너무 지루하고 답답해졌다. 성격상 이것저것 하며 바빠야 하는데, 내게 주어진 단조로운 일상이 당황스럽고도 외로웠다.


특히 생전 처음으로 경험하는 유축을 할 때면 젖 짜는 소가 된 것 같다는 선배 맘들의 말이 공감되었다. 먹고 자고 젖을 짜내고 하는 이 루틴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돌이켜보면 출산 후 호르몬 영향을 심하게 받은 시기였다. 나 홀로 조리원 방 안에 있으니 외롭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축 외에 생산적인 활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당황스럽고 멍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가면 후회할 거란 생각에 기간을 채우려 했고, 배우자가 쉬는 일요일에 나가는 게 낫겠다는 핑계로 종료일 하루 전날 퇴소했다.


장단점이 분명했던 산후조리원. 사전에 알아볼 생각도 없이 너무 부족한 정보로 결정했던 것 같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정보만으로도 다 알 수는 없었겠지만, 다시 들어가게 된다면 내게 맞는 곳으로 열심히 찾아볼 것이다.


결국 '산후조리원이 천국'이라는 말은 나에게 맞는 곳일 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천국이었다. 인터넷에 흔한 광고성 후기나 겉만 번지르르한 시설 사진에 의존해 덜컥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방 컨디션, 아기 케어, 식단, 기타 서비스까지 직접 눈으로 보고 최대한 꼼꼼하게 확인할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했던 나처럼 막연하게 생각하는 예비맘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돈도 돈이지만, 출산 후 호르몬 변화와 체력 저하로 충분한 케어가 절실한 시기인 만큼 충분한 정보를 미리 알아본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에 그렇다.


소소한 내 경험이 '산후조리원은 무조건 천국일 거야'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모든 예비맘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진짜 천국'을 찾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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