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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rain 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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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Aug 15. 2021

부자와 가난한 자는 한 공간에서 두 개의 세계를 이룬다

메타버스와 다가올 디스토피아


얼마 전 인터넷에서 유현준 교수가 한 매체에 나와 인터뷰한 짤을 보게 되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공간을 나눠 생각해 보았을 때,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는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이들보다 가난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였다. 






해당 클립은 인터넷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MZ 세대 사이에서 분분한 의견 대립 및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흙수저 출신의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양육자들에게 '움직이면 돈이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기에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것 같다고도 했다. 


움직이면 돈이다. 
밖에 나가면 고생이다.


이 두 가지 표현은 어쩐지 씁쓰레한 뒷맛을 남긴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에. 

말마따나 건설적인 취미를 하나 가져보고자 해도 만만치 않은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 요새 세상이다.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선 소위 말하는 '장비 빨' 좀 받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하고, 생산적인 취미를 가지고자 하니 학원비 및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

아무리 시국이 시국인지라 오프라인 모임을 지양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돈은 그 물리적 배리어를 쉽게 허물어 버린다. 흔히 말하는 셀럽이나 부유한 집안의 2세들이 섬을 통째로 빌려 마스크 오프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인스타 피드에 줄줄이 올라오고, 육지를 떠나 요트를 빌려 망망대해 속에 둥실둥실 떠 다니며 바이러스 존에서 탈피한 모습을 연출한다. 육지에 남아 자의대로 생계 생활권을 벗어날 없는 근로자들에게는 꿈만도 같은 이야기다. 


뿐인가? 

누구네는 골프를 치며, 스킨 스쿠버 강의를 함께 들으며 버디(운동을 함께 하는 친구를 일컫는 말)를 만든다는데. 또 그들만 향유할 수 있는 고급 프리미엄 호텔 헬스장에서 친목을 다지며 저희들만의 리그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 조차 여의치 않은 이들은 집에서 유튜브를 튼 채 '홈트(홈 트레이닝의 줄임)'나 하며 댓글이나 끼적일 따름이다. 


취미 생활이 뭐예요? 

요새 하는 운동이 뭐예요?

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유튜브 보기요'

'넷플릭스 보기요'

가 전부인 사람들.

남들이 생활하는 것, 운동하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심지어 연애하고 반려동물 키우는 것까지 '훔쳐보는' 자리 이상을 넘볼 수 없는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점점 두 개의 세계로 갈라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현실다운 현실을 살아볼 기회와 엄두를 잃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떠오르는 가상공간 및 가상 세계. 

그를 단적으로 드러낸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결론적으로 영화 자체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현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그렇고 그런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눈여겨볼 장면이 있었다. 


 



바로 영화에 등장하는 컨테이너 시티 Container City이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할렘가, 빈민촌과 같은 개념의 도시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들이 모여 이룬 쪽방촌이다. 

그들의 유일한 낙은 VR 게임기를 쓰고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 접속하는 것. 그곳에서는 현실과 달리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현실이 말 그대로 '시궁창'인 사람들은 이 가상현실에 매달린다. 

주방에서 불이 나 아이가 울부짖는대도 나 몰라라 할 정도다. 뿐인가? 동거인이 이사 갈 돈이라며 차곡차곡 모아 놓은 돈을 훔쳐다가 새로운 게임 슈트를 질러 버린다. 

이제 그들에게는 오아시스가 '현실'이며, 게임 세트를 오프 한 시간들은 그저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잠을 잠으로써 다시 오아시스에서 힘을 낼 에너지를 비축하는 '재충전 시간'에 불과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상세계를 주무르는 것은?




바로, 자본가 계층이다.


영화 중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 놈들은 빚을 져서라도 우리 아이템을 사고 싶어 난리를 치게 될 거야.'

미래 세계판 대부업체가 따로 없다.

그러다가 빚을 갚지 못해 도산한다면? 

VR 게임기에 구속된 채 '코인 채굴장'에 유닛처럼 보내져 죽을 때까지 코인을 채집하고, 폭탄을 설치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게 된다. 





영화는 '현실의 중요성'을 깨닫는 해피엔딩으로 결론지어진다지만, 과연 우리의 미래도 그러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같은 행성을 공유하는 우리들은 과학과 기술이 점차 진보하고 발전할수록 더욱 분명한 양극화를 이루어 갈 것이라는 사실. 

점점 오프라인에서 '가난한 자'들을 마주할 기회가 적어질 거라는 사실. 

그리고 오프라인에 남은 자본가와 엘리트 계층들이 가난한 자들의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여 영영 그 안에 가둬놓은 채, 마치 우리에 갇힌 젖소 떼처럼, 그 자양분만 쏙쏙 뽑아내어 취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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