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어느 날 나뭇가지에 나뭇잎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중년의 생애가 제일 아름답던 그 시절처럼 젊음의 혈기가 직접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 광경을 본 난 깊은 침묵 중에 감탄사를 쏟아내지도 못하고 오히려 숙연해진다. 자연의 놀라운 힘이여. 무엇이 저토록 병들고 세상 풍파에 지친 나의 마음에 생명을 더하는가. 밝고 생기 넘치던 의욕은 어디 가고 없고 모난 작은 조각들은 퍼즐처럼 흩어져 버렸다.
자아정체성을 잃고 다만 하늘을 바라본다. 연인도 잃고 나의 의지와 소유 기억과 지력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난 이젠 더 이상의 희망도 꿈도 지닐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 나는 있지만 내 안에 없는 그 무언가는 무엇인가. 그래 맞아. 죽음이야. 나에게 이제 남은 것은 다만, 죽음뿐이다. 나에게서 떨쳐 버리려고 해도 죽음의 생명은 너무 강렬하다. 몸부림을 쳐봐도 소용없었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일까? 죽음의 독침아, 너는 어디 갔느냐. 말해다오. 난 직장에서 고객들의 무응답에 죽고 냉혹한 거절에 죽고 약속을 어기는 고객들에게 죽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병들어 있었다. 인간과의 소통이 단절된 세계, 대화가 없는 세상 여기저기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불신과 가난, 고통으로 인간은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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