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7일. 프라하 제대로 즐겨보자고.
오늘은 숙소 바로 앞 바츨라프 광장에 있는 프라하 국립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프라하 국립박물관은 세계 10대 박물관 중 하나로, 주로 역사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세계 10대 박물관? 그럼 꼭 가봐야지ㅎ
박물관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 부지런히 일어나서 조식을 챙겨 먹고 바퀴 빠진 나의 캐리어를 대신 처리해 줄 수 있냐는 쪽지와 함께 팁을 올려놓고 나왔다. 엄마의 유럽여행 추억이 담긴 캐리어라서 그런지 괜히 아쉽지만.. 이만 헤어지기로.
박물관은 우리 숙소와 도보로 5분도 채 안 걸리는 위치에 있다 보니 마음이 여유롭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맑다. 기분이 좋다. 프라하 국립 박물관 계단에 올라서니 바츨라프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사진 곳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박물관이 바츨라프 광장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만 같았다.
박물관에 들어가니 내부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키오스크에서 표를 구매하고 박물관 안내 앱을 설치한다.
R과 나는 박물관, 미술관 등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다 보니 우리의 이번 여행의 컨셉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이렇게 프라하 국립 박물관을 시작으로 우리는 여행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시간을 박물관과 미술관에 쓰게 된다.)
사람들 틈 사이를 지나 박물관의 높은 천장을 바라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름답다 못해 화려했다. 전시를 보기도 전에 박물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틈에 서서 우리도 한두 장 찍어본다.
박물관에 왔으니 전시물을 봐야 하는데 건물 내부에 온통 마음이 빼앗겼다. 감동적인 순간이 끊이질 않는다.
약 2시간가량의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나중에 프라하에 또 오게 된다면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관람이 끝나고 우리는 트램을 타고 스트라호프 수도원 양조장에 가보기로 한다. 여기는 R이 기대하던 곳. 양조장에서 직접 만드는 맥주를 먹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점심도 먹어야 하니 기대가 된다.
트램에서 내려 수도원으로 걸어가는 길이 참 조용하고 한적하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녔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 이곳은 여유가 넘치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만 같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오니 따뜻함이 가득이다.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수도원 곳곳을 걸으며 산책하는 사람들. 초록의 자연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의 조화가 정말 아름답다.
사진 몇 장 남기고 우리는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간다. (원래의 목적지)
역시나 맛집 웨이팅은 세계 어느 곳에 가도 동일하다. 식당 내부는 만석. 외부에 있는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가득이다. 식당 직원에게 우리는 외부에 앉고 싶은데 자리가 있냐고 물으니 합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불편하고 생소한 합석이 외국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렇게 우리는 어떤 부부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유럽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담배 연기.
가게 안과 밖, 그리고 길거리까지 흡연자들로 가득하다 보니 밥을 먹다가도, 길을 지나다가도 코로 밀려들어오는 담배연기를 참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 식당도 마찬가지. 밥 한 숟갈에 담배 연기 한 모금ㅎㅎㅎ
어쨌든, 우리는 닭고기로 만든 어떤 음식.. 과 슈니첼을 주문했다. 양조장답게 정말 많은 종류의 맥주가 있었다. 신난 R의 모습이 귀엽다ㅎㅎㅎ 내가 고른 것은 멀티비타민 주스. 한국에서도 잘 안 챙겨 먹는 멀티비타민... 주문한 음식과 음료가 나온다. 슈니첼은 우리나라로 치면 돈가스 같은 음식인데 역시 튀긴 건 뭐든 맛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맛도리는 바로 나의 멀티비타민 주스. 그렇게 나는 멀티비타민 주스를 2잔이나 마셨다는 소문. 그리고 역시나 양조장에서 먹는 맥주는 역시 맛있다는 R. (3잔 마심)
나는 평소 한식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대체로 잘 먹는 사람이다 보니, 딱히 음식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어마 무시한 한식 러버인 아빠는 나에게 짜 먹는 고추장과 컵라면을 계속 가져가라고 했지만(ㅋㅋㅋㅋ) 필요한 짐 넣을 자리도 없는 내 캐리어에 그건 사치품에 불과했다. 그렇게 나는 호기롭게 유럽 음식에 맞서기 시작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바로 페트린 타워. 이 타워에 올라가면 프라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남산타워 같다고 할까.
내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주황색 지붕이 가득한 모습.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