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의 의미

by 유달리

사실 스테이블코인이 무엇인지,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정의는 아직 없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통하는 개념은 있는데, 특정 자산이나 통화에 연동해서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가상자산, 쉽게 말하면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코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나라마다, 기관마다 스테이블코인을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과연 가상자산이냐,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유럽연합은 비교적 명확하다.「암호자산시장에 관한 규정(MiCA)」에서 스테이블코인인 자산준거토큰과 전자화폐토큰을 암호자산(crypto assets)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양한 시각이 공존한다. 대통령 금융시장 실무그룹 보고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로 바꿀 수 있는 ‘환급성 가상통화(convertible virtual currency)’로 정의했고, 2022년에 나온 책임성을 갖춘 디지털자산 개발보장 행정명령(Ensuring Responsible development of Digital Assets Executive Order 14067)에서는 특정 통화나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거나, 알고리즘으로 공급량을 조절해서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암호통화(cryptocurrencies)라고 정의했다. 영국은 또 다른 시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설명한다.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 등 하나 이상의 자산을 참조해서 가치를 안정시키려는 '교환(exchange) 토큰'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다르게 본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발행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청구권을 담고 있는데, 비트코인 같은 암호자산에는 그런 청구권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금융청도 같은 시각이다. 특히 일본은 2022년 6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하면서 아예 스테이블코인을 암호자산이 아닌 '전자결제수단'이라는 별도 범주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발행자가 있는 가상자산과 없는 가상자산은 왜 다르게 봐야 할까?


발행자가 있는 가상자산은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질 주체가 있다.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발행자가 없는 가상자산은 이용자를 보호할 주체도, 가격 변동을 통제할 장치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발행자가 있거나 가격 안정 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가상자산과는 개념적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이나 자산 단위와 연동된 가치를 유지할 수 있고, 발행자에게 해당 자산의 가치를 청구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설명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스테이블코인이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1) 가격을 안정시키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2) 발행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 있어야 한다. (3)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서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최근 IMF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주요 특징을 가진다.



발행자 : 민간 주체

표시 단위 :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나 유로와 같은 기존 통화로 표시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회계 단위로 표시되기도 한다.

가치 :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은 해당 표시 단위로 표현된다.

안정성 메커니즘 : “준비자산(reserve)”에 의해 뒷받침되며, 이는 금융자산, 원자재 또는 기타 가상자산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일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시장에서 자사 스테이블코인을 매수 및 매도함으로써 가치를 유지하려 하며, 이를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한다.

보수(수익 지급) : 직접적으로는 없음

이전 가능성 : 개인 간(peer-to-peer) 및 중개기관을 통해 이전 가능

인프라 : 일반적으로 공공 블록체인이 스테이블코인의 소유권 기록 및 이전 결제에 사용된다. 스테이블코인은 흔히 “온체인 자산(on-chain assets)”이라고 불리지만, 많은 이전은 “오프체인(off-chain)”에서 이루어진다.



IMF에 따르면 무담보 가상자산(예: 비트코인)은 자체 단위로 평가되며 안정성 메커니즘이 없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온체인 결제수단 및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두 유형 모두 개인 간 및 중개기관을 통해 이전 가능하며, 온체인 상에 존재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토큰(digital tokens)이라고 불리며, 제삼자의 인증 및 결제 없이 개인 간(peer-to-peer) 이전을 가능하게 한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공공 블록체인에서 거래되지만, 독점적 블록체인(proprietary blockchains)과 기타 형태의 분산원장도 개발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에는 디지털 지갑, 거래소(중앙화 또는 탈중앙화), 자산 수탁기관, 블록체인 검증자가 포함된다. 발행자의 지배기구(governing body)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칙을 설정하고 이를 집행한다. 디지털 지갑은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에 접근하고, 이를 보유하며, 이전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이러한 지갑은 사용자가 직접 통제하는 경우(“비수탁형”)도 있고, 독립적인 지갑 회사나 가상자산 거래소와 같은 제삼자가 제공하는 경우(“수탁형”)도 있다. 중앙화 및 탈중앙화 거래소는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시장으로서,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거나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한다. 자산 수탁기관은 일반적으로 인가된 금융기관으로, 준비자산을 보관한다. 검증자(validators)는 블록체인 상의 합의 메커니즘을 지원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보유자에게 직접적으로 보수를 지급하지 않지만, 간접적인 보수는 가능할 수 있다. 규제가 존재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보유자에게 직접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 지갑 제공자나 탈중앙화 거래소는 때때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일부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의 약정의 일부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준비자산에서 얻는 수익과 매우 유사한 수준의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수요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mint)하며, 이를 액면가(par)로 상환할 것을 약속하지만, 이러한 상환이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는 발행자에게 자금을 송금하고, 발행자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여 구매자의 자금을 준비자산에 편입한다.


액면가 상환이란 하나의 스테이블코인을 그에 연동된 가치로 교환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발행자는 종종 최소 금액을 설정하고 수수료를 부과하여 개인 투자자의 상환을 제한한다. 보유자는 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또는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매도할 수 있으나, 가격은 시장 요인에 따라 액면가와 다를 수 있다. 발행자가 2차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직접 개입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최근 연구는 차익거래자(arbitrageurs)가 페그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Yiming Ma, Yao Zeng, and Anthony Lee Zhang, "Stablecoin Runs and the Centralization of Arbitrage, " NBER Working Paper, 33882 (2025))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된 자산 및 전통적 자산 형태와 유사하며, 그 경제적 특성은 현재 토큰화된 정부 머니마켓펀드(MMF)와 가장 가깝다. 또한 일정 기준 순자산가치(constant net asset value)를 유지하는 머니마켓펀드와 같이, 스테이블코인은 알려진 통화에 대해 액면가(par value)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발행을 뒷받침한다. 정부 머니마켓펀드와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은 주권 국가가 발행한 단기 고품질 채무증서에 투자한다. 추가적으로, 머니마켓펀드와 유사하게, 기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상환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및 기타 전통적·토큰화 자산과 비교할 때 명확한 차이도 보이며, 결과적으로 자체적인 개념 범주를 필요로 한다.


CBDC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항상 명목가치 안정성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비수탁 지갑(unhosted wallets)에 보관될 수 있는데, 이는 금융 건전성 요구 때문에 CBDC 맥락에서는 널리 탐구되지 않은 기능이다. 은행 예금은 포괄적인 규제 및 정리체계, 예금보험 제도(존재하는 경우), 중앙은행 유동성 접근 등에 의해 가치 안정성이 뒷받침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이러한 안정화 장치 중 일부를 결여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액면가 상환을 기대하지만, 이는 모든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경우 보유자는 거래소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매도해야 하고, 이 경우 그 가격은 액면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전통적 및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 지분과 달리,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보유자에게 배당이나 이자를 직접 지급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스테이블코인은 머니마켓펀드나 ETF 같은 자산보다 훨씬 더 쉽게 개인 간 이전이 가능하며, 결제 수단으로써의 잠재력도 더 크다. 이는 발행자 자체에 대한 상환 압력과 유동성 위험을 줄일 수 있으나, 강력한 시장조성자가 없을 경우 2차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전자화폐(e-money)와 유사한 점을 가지지만, 전자화폐는 토큰화되어 있지 않으며 분산원장에 기반하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민간 주체에 의해 발행되고, 기존 통화로 표시되며, 신중한 준비자산 관리에 의해 안정적 가치를 목표로 한다. 두 경우 모두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활용 사례는 제한적이다), 전자화폐 규제는 일반적으로 명확한 계약 조건과 합리적인 수수료 하에서 언제든지 액면가로 상환할 것을 요구하며, 전자화폐는 자국 통화로 표시되고 대부분 동일 발행자의 고객 기반 내에서만 이전 가능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미국 달러나 유로와 같은 주요 기축통화에 연동되어 있으며 발행자의 중앙시스템에서만 거래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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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Yiming Ma, Yao Zeng, and Anthony Lee Zhang, "Stablecoin Runs and the Centralization of Arbitrage, " NBER Working Paper 3388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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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ias Adrian, Parma Bains, Marianne Bechara, Eugenio Cerutti, Stephanie Forte, Federico Grinberg, Alessandro Gullo, Martina Hengge, Agnija Jekabsone, Kathleen Kao, Tommaso Mancini Griffoli, Soledad Martinez Peria, Marcello Miccoli, Marco Reuter, and Nobuyasu Sugimoto, "Understanding Stablecoins", IMF departmental paper, 2025, p.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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