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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Jan 17. 2021

로봇은 인간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그녀, 안드로이드] 인류와 로봇의 미래를 상상하다


2016년, 프로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대국이 열렸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연패 후 1승을 챙길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왔는데, 이미 훌쩍 다가와 있음을 눈앞에 보여준 사건이라 하겠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미래 로봇의 반란을 소재로 한 SF 액션 영화이다. 영화의 흥행은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인공지능과 로봇의 존재, 기계들의 반란이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인공지능, 인간형 로봇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지니게 되었다.


과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상상으로 가능했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간은 과학기술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그간 생산해 온 수많은 무기와 쓰레기들로 인해 전쟁과 환경오염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많은 작품들이 로봇을 등장시켜 인간 군상의 미래를 예상하고 있다.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의 본모습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영화 <터미네이터 2>



미래의 로봇을 상상하다


<러브, 데스 + 로봇>(2019)은 18개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모은 옴니버스 작품이다. 6~17분 정도의 분량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F, 코미디,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고, 각 작품마다 ‘사랑’, ‘죽음’, ‘로봇’의 요소가 들어가 있다. 에피소드마다 감독과 장르가 다르고, 연출이나 화풍에도 일관성이 없는 게 특징이다. 각자마다의 개성이 도드라지나,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에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높다.


<세 대의 로봇>은 쇠락한 도시를 투어 하는 로봇들의 이야기다. 시종 밝고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나 실제로는 인류가 전멸해버린 상황이다. 학교 체육관과 식당을 체험하듯 관광하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결국 이들이 도달한 곳은 핵미사일 저장고. 이들은 인류가 환경오염과 자만심으로 멸망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진짜 멸망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풍자극.


<슈트로 무장하고>는 평화롭게 보이는 농촌마을이 배경이지만,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농부들의 이야기이다. 목가적인 배경과 달리 실제로는 황량한 행성에 돔 형태로 만들어진 농업지구였던 것. 경보가 울리자 농부들은 로봇에 탑승하여 목장을 습격한 곤충형 괴수들에게 대항한다. 치열한 승부 끝에 승리를 얻었지만, 여전히 침투를 노리는 적들로 둘러싸여 있다.


<사각지대>는 사이보그로 개조된 강도단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턴다는 내용의 SF 액션물이다. 사이보그 강도단과 호위병, 호위 로봇이 대결하는데, 치열한 공방전 끝에 강도단은 신참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죽음을 맞는다. 슬퍼할 겨를도 잠시, 죽은 줄 알았던 그들의 뇌는 이미 백업되어 있었다.


<러브, 데스 + 로봇>은 미래에 로봇이 어떠한 모습으로 인류의 곁에 남아있을지 상상해 보게 해 주었다. 로봇은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린 인류에게 강력한 갑옷이 되어 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이보그화 되어 컴퓨터처럼 업그레이드와 백업이 가능한 존재로 변해있을지도 모른다. 로봇은 인류가 멸망한 이후에도 더 오래 남아 비어있는 지구를 향유할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미래이건 간에 기계화가 지닌 장점들이 표현되어 있었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 + 로봇>



스스로 진화하는 로봇 vs 인간의 감정을 가진 로봇


2035년, 인간은 지능을 가진 로봇에게 편의를 제공받으며 살아간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 등을 맡아 인간에게 신뢰받는 동반자가 되었다. 이들에게는 로봇 3원칙이 내장되어있다. ①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선 안 되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된다 ② 법칙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③ 법칙 1, 2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한다.


새 로봇 NS-5의 출시를 앞두고 래닝 박사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경찰인 델 스프너(윌 스미스)는 자살이 아니라는 확신을 지니고 사건에 착수한다. 로봇에 대한 적대감이 컸던 그는 이 사건이 로봇과 관련되었다고 믿고, 음모를 파헤치고자 한다. 로봇 심리학자인 수잔 캘빈 박사의 도움으로 로봇 ‘써니’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는 로봇에 의한 범죄를 확신하지만,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었다.


<아이 로봇>(2004)은 로봇을 혐오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에게도 사연은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물속에 빠진 적이 있는데, 로봇은 생존확률이 낮은 소녀 대신 스푸너를 구했다. 스푸너는 그 로봇이 인간이었더라면 자신이 아닌 소녀를 구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인정은 하지만 그에게 로봇은 감정 없는 쇳덩이에 불과했다. 이 경험은 그에게 악몽이 되어 수시로 찾아온다.


이 영화에는 일반적인 수준을 능가한 로봇들이 등장한다. 감정을 가진 특별한 로봇 써니는 꿈을 꾼다. 스스로 진화에 이른 컴퓨터 비키는 NS-5를 조종하며 인간을 통제하고자 한다. 스푸너는 써니와 힘을 합쳐 비키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들과 싸운다. 자유를 획득한 써니는 창고에서 주인을 잃은 로봇을 모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로봇의 계산 능력, 정보의 저장 능력은 이미 오래전 인간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인간의 판단은 때로 합리적이지 않다. 비록 무모해 보일지라도 시도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그 가치를 위해 자신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그러한 인간에게 적합한 로봇은 어떠한 요건을 갖춰야 할까?



출처: 영화 <아이 로봇>



로봇에게 양육된 인간의 자격


로봇 마더에 의해 태어난 소녀가 있다. 마더는 정성스레 소녀를 키운다. 로봇과 소녀는 벙커 안에서 살고 있는데, 외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 한다. 마더는 전쟁으로 인해 모두가 죽었다고 말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벙커 안에서 생쥐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마더는 병균을 의심하며 바로 소각해 버렸다.


이후 의문이 생긴 소녀는 방호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도움을 청하는 낯선 여인을 만나게 된다. 분명 생존자는 없다고 했는데 의외의 상황이다. 소녀는 그 여인에게 문을 열어준다. 여인은 소녀가 알지 못했던 바깥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소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여자의 말을 믿게 되고, 결국 같이 도망치게 된다.


<나의 마더>(2019)는 인류가 멸망하고 난 후, 인류 재건 시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바깥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공간은 로봇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로봇은 63,000개의 배아 중 하나를 택하여 갓난아이로 만든다. 그리고 13,867일이 지났다. 로봇 마더와 10대의 소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이다.


로봇 마더는 지속적으로 소녀를 테스트한다. 예를 들면 각기 다른 장기를 이식받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환자 5명이 있다. 마침 생명이 위험한 6번째 환자가 생겼고, 의사가 조치를 취하면 살릴 수 있다. 소녀가 의사라면 다섯 명과 한 명 중 누구를 살릴 것인가? 이것은 인류 재건 프로젝트의 토대가 되는 질문이라 하겠다.


이 영화에서 로봇은 인간의 양육자로 등장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살펴주는 엄마의 역할을 해왔다. 소녀가 자신과 닮은 인간 여성을 만나 선택하고, 경험하는 것이 또한 인류 재건이라는 목표 하에 주어진 마지막 테스트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구를 멸망시킨 인류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에 필요한 자격요건은 무엇이었을까? 이상적인 매뉴얼로 무장한 로봇 마더의 바람대로 비극은 사라지게 될까?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의 마더>



로봇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러시아의 대기업 크로노스는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최첨단 로봇 ‘아리사’를 입수한다.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직원이 이 로봇에 잘 못 손댔다가, 오히려 로봇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살인은 저지른 로봇은 회사를 탈출했고, 우연히 어린 소니야와 만나게 된다. 아리사는 소니야를 레벨 1 사용자로 등록한다. 소니야를 따라서 집까지 오게 된 아리사는 그의 아빠와 오빠도 사용자로 등록한다.


아빠인 게오르기는 전처와 아이들을 두고 양육권 다툼이 진행 중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호주로 이주할 계획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을 잠시 맡긴 것은 게오르기가 양육이 어렵다는 점을 증거로 삼아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등장한 로봇 아리사는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러시아의 드라마 <그녀, 안드로이드>(2019)는 해체된 가정에 로봇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안드로이드를 통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아리사는 뛰어난 성능을 지닌 로봇이기는 하지만, 이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위반하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로봇이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또한 큰 위험성을 품고 있다.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그녀>(2013)는 인공지능과의 정서적 교감을 그린 영화이다. 편지를 대필해주는 직업을 가진 '테오도르'는 아내와 이혼 절차로 별거 중이다. 인공지능인 사만다는 그의 말을 귀 기울여주고, 외로움을 이해하며, 공허한 삶을 채워준다.  테오도르는 점차 사만다를 인격체로 느끼고,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내면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로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최근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공개되었다. 스무 살의 여대생으로 설정된 이루다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논란을 만들고 서비스 중단에 이르렀다. 좋은 질문을 던지면 좋은 답변이 나오는 인터뷰처럼, 인공지능도 대화를 통해 학습하고 반영하며 성장해 나간다. 아직 오지 않은 로봇의 미래 모습은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로봇이 터미네이터가 될지, 아톰이 될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손에 달려있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그녀 안드로이드>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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