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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선 Dec 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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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는 제일 떨어지는데 인기는 제일 높은 스피킹에 대해


영어 좀 할 줄 아네


이 표현을 들으면 바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 스피킹입니다. 요즘에는 발음이 꼭 유창하지 않더라도 맥락에 맞는 어휘를 사용해 완성한 정확한 문장을 자연스러운 속도로 발화할 수 있다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사실 스피킹은 가성비가 훌륭한 수업은 아닙니다. 우선 수능에서 포함되지 않은 영역이고, 교실을 벗어나면 실전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EFL(영어를 일본어나, 중국어처럼 외국어의 한 종류로 학습하는) 환경에서 실력 상승을 위한 꾸준한 훈련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학습을 시작하는 영유아, 유초등 영어 교육 커리큘럼에서 스피킹 수업은 거의 항상 포함돼있습니다. 바로 학습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죠.


한창 모방을 잘 하는 아이들은 모국어와 다른 신기한 언어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잘 따라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유창한 발음을 쉽게 터득하기도 합니다. 단어와 문법 지식이 부족한 저연령대의 경우 It’s a bus. Let’s go!와 같은 짧고 단순한 표현을 통째로 이해하고 발화하며, 초등 저학년으로 가면 문장 패턴을 활용해 4~5줄 대사로 구성된 짧은 대화를 진행합니다. 초등 고학년으로 가면 대화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점차 자기소개와 같은 독백(monolog)을 시도하게 됩니다. 


스피킹 수업을 하다보면 학습자의 자신감이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뻔한 소리 같지만요. 발음과 단어 선택, 문법 등이 아무리 틀려도 일단 자기 입으로 말을 내뱉지 않으면, 오류를 발견하고 교정할 기회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교사로서 최대한 긍정적이고 가벼운 분위기를 조성해 학습자의 정서적 요인을 최적화하려고 노력합니다. 


자신감을 키워줄 사람도, 분위기도, 대화 상대방도 마련되지 않은 성인 영어 학습자에게 제가 추천하는 스피킹 훈련은 바로 독백입니다. 그냥 혼자 이야기 하는 것이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말이 튀어나올 수 있냐고요? 콘텐츠는 머릿속에, 참고할 대본과 오디오는 AI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냥 혼자 이야기 하는 것이죠.


평소 쓰는 일기나 특정 주제에 대한 생각을 한글로 적고(많이 쓰지 마세요. 5~6줄 정도면 충분합니다), Chat GPT에 부탁해 영어로 바꿉니다. 그것이 우리의 대본이고요. 이제 이 대본을 TTS (Text to speech) 서비스에 돌려, 오디오로 바꿉니다. 그것이 우리가 듣고 따라하며, 외우게(?) 될 오디오입니다. 이것만큼 개인화된 맞춤형 자료가 또 있을까요? (참고로 Chat GPT, TTS 의 영어 실력은 영어교육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제 기준에 아주 훌륭합니다. 밑고 맡겨 주세요.)


스피킹 '수업'으로 다시 돌아가서, 학습 가성비가 가장 떨어지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스피킹에 대한 로망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영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해외 여행을 그렇게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직장 동료나 친구로 영어 원어민을 두는 사례도 많지 않을텐데, 도대체 스피킹이 주는 '쓸모'는 무엇일까요?


확실한 것은 '쓸모'를 계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스피킹은 매력적인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유창한 영어 말하기를 위한 학습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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