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에 유튜브 영상 링크가 있습니다)
나는 레시피를 조금 복잡하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갑자기 캐러멜 소스와 사과 조림을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 이다음 다음에 이어지는 영상인 사과 캐러멜 치즈케이크에 넣기 위해서다. 이미 맛있는 치즈케이크에 왜 맛있는 소스와 맛있는 조림을 끼얹었는지는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이 치즈케이크가 약간 지구 정복이 가능한 수준으로 맛있게 완성되었는데, 그러는 중에 테스트용, 촬영용 두 판, 여기저기 나눠주기용 한 판을 구우면서 캐러멜 소스와 사과 조림도 만들고 또 만들었다.
처음에 레시피를 테스트하면서 캐러멜 소스를 만들고 사과를 조리고 치즈케이크를 굽는 모든 과정을 하루에 몰아서 했더니 만드는 내가 지쳤다. 그때 깨달았다. 아, 캐러멜 소스와 사과 조림은 그냥 다른 날에 만들어야겠구나. 그리고 영상도 분리해야겠다. 만드는 내가 지치면 보는 사람은 얼마나 지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모니터에서 단 냄새가 난다.
그래서 캐러멜 소스와 사과 조림이 따로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이 두 가지는 따로 대량으로 만들어 둘 만한 가치가 있다. 각기 활용도가 높아서 여기저기 다양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냉장고에는 캐러멜 소스 반 통이, 냉동고에는 사과 조림 절반 분량이 들어 있다. 그리고 어제 떡볶이 소스를 만드는 데에 설탕 대신 캐러멜 소스를 넣었다. 특유의 그야말로 ‘캐러멜화’된 풍미가 간단하게 깊은 맛을 내준다. 넣고 싶은 곳에 여기저기 넣어 보자.
캐러멜 소스와 사과 조림을 어디다 넣을 수 있는가 하면, 영상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사과 조림을 얹고 캐러멜 소스를 두르면 맛있다. 팬케이크를 부치고 캐러멜 소스를 두르고 사과 조림을 데워서 뿌린다면? 아니 팬케이크 반죽 자체에 사과 조림을 섞어서 부치고 캐러멜 소스를 둘러도 좋겠다. 크레페에도, 프렌치토스트에도 어울리는 것은 물론 구운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사과 조림과 캐러멜 소스를 얹거나 블루치즈와 함께 그릴 치즈 샌드위치를 만드는 등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단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메이플 시럽만큼이나 신나는 재료가 되어줄 것을 보장한다.
캐러멜 소스는 사실 어려울 것이 없다. 설탕만 넣어서 캐러멜을 만들면 색이 고르게 나기 전에 군데군데 타기 쉽고, 그걸 막으려고 휘젓다가 결정화되어버리면 돌이키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처음부터 물을 약간 섞으면 초심자급 난이도가 된다. 그렇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휘저어도 안전하게 완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한데… 불안하니까 어지간하면 설탕이 완전히 녹기 전까지는 그냥 냄비를 가볍게 돌리는 식으로 섞자. 나도 정신 놓고 만들다가 ‘이렇게 하면 망한다’의 모든 과정을 거친 적이 있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설탕과 물을 섞어서 천천히 전체적으로 완전히 녹이고, 그때부터 잘 관찰하면서 원하는 색이 될 때까지 계속 가열한다. 여기서 색을 낸 다음 크림을 부어서 농도를 조절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하는 색이 나면 크림을 붓는데, 바글바글 끓어오르므로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제 조리용 온도계를 꽂아서(냄비 바닥에 닿으면 온도가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으니 캐러멜 소스 한중간에 오도록 잘 조정해야 한다) 107℃가 될 때까지 가열한다.
설탕으로 시럽, 캐러멜을 만들 때는 눈으로 농도를 확인할 수 없고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쪽을 추천한다. 시럽은 하드 볼, 소프트 볼처럼 어떻게 손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캐러멜은, 과학을 믿자. 107℃는 그야말로 ‘소스’ 농도라서 여기저기 두르기 좋다. 조금 더 묽게 만들고 싶으면 104℃, 아이스크림에 두르면 꽤 단단하게 굳는 농도를 원한다면 110℃까지 가열한다. (기준 출처는 시리어스 잇Serious Eats)
107℃가 되면 냄비째로 불에서 내린 다음 미리 준비한 얼음물 볼에 담근다. 온도가 즉시 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완성이다. 라테에 섞든, 아이스크림에 두르든, 브라우니 반죽에 섞어서 스월 무늬를 내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사과 조림은 기본적으로 캐러멜을 만든 다음 버터와 크림을 넣고 사과를 더해서 조린다. 사과 캐러멜 콤포트, 사과 콤포트, 뭐든 원하는 이름으로 부르자. 우리나라 사과는 수분이 많은 편이라 즙이 빠져나왔다가 수분이 완전히 날아가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냥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저으면서 20~30분 정도 천천히 조리자. 완성하고 나면 사과파이 속 등으로 사용해도 좋다.
이 부재료로 어떻게 치즈케이크를 만드는지는 다다음 영상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커밍쑨.
캐러멜 소스
재료
물 50ml
설탕 200g
소금 2g
바닐라빈 1/4개 분량
크림 1컵
만드는 법
1 냄비에 물과 설탕, 소금을 담고 가볍게 섞은 다음 약한 불에 올린다. 되도록 건드리지 않은 채로 설탕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가열한다. 냄비를 가볍게 흔들면서 섞어도 좋으나 너무 휘두르면 냄비 벽에 시럽이 묻으면서 가장자리부터 빠르게 타니 주의한다.
2 바닐라 빈은 반으로 갈라서 안의 씨를 긁어내어 냄비에 더한다.
3 설탕이 완전히 녹으면 전체적으로 원하는 캐러멜 색이 날 때까지 가열한다. 볼에 얼음물을 담아서 준비한다.
4 캐러멜 색이 나면 크림을 붓는다. 조리용 온도계를 꽂아서 107℃가 될 때까지 가열한다.
5 107℃가 되면 냄비째로 불에서 내린 다음 얼음물에 담가 식힌다. 완성. 냉장 보관한다.
사과 조림
재료
사과 900g
황설탕 1/3컵
버터 85g
크림 2/3컵
시나몬 파우더 1/4작은술
시나몬 스틱 1개
만드는 법
1 사과는 껍질과 심을 제거하고 깍둑 썬다.
2 냄비에 설탕을 담아서 진한 캐러멜 색이 날 때까지 가열한다.
3 캐러멜 색이 나면 버터를 더해서 녹이며 잘 섞는다.
4 버터가 다 녹으면 크림을 부어서 잘 섞는다. 시나몬 파우더와 시나몬 스틱을 더한다.
5 사과를 더해서 골고루 섞는다. 중간 불에서 가볍게 끓으면 약한 불로 낮추고 사과에서 나온 수분이 거의 날아가고 사과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20~30분간 조린다.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한다.
[페퍼리의 쿠커리] 캐러멜 소스와 사과 조림 유튜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