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리 레시피 연구소] 마살라 차이 라떼 유튜브 영상
계절의 변화는 알레르기 인간의 기관지가 기가 막히게 안다. 똑같이 더운가 싶어도 선풍기 바람에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잠결에 눈이 간지럽다고 벅벅 비볐다가 새빨간 토끼눈이 되거나, 매일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등골이 서늘하니 오한이 든다.
요컨대 가을, 따뜻한 밀크티의 계절이 왔다는 뜻이다. 한겨울에도 패딩을 입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골수 아아메파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점만큼은 아침마다 달콤하고 향긋한 밀크티를 만드는 의식을 치르고 싶어진다.
평소 커피를 마시는 에너지 포션처럼 대하는 탓인지 홍차를 고르는 순간 이미 힐링 리추얼을 시작하는 기분이 된다. 오늘의 베이스 홍차는 잎차로 할 것인지 티백으로 할 것인지. 간단하게 티머그를 사용할 것인지 밀크팟을 가스레인지에 올리는 수고를 감수할 것인지. 우유를 데워서 잎차에 부을 것인지, 물로 먼저 홍차를 만들고 우유를 부을 것인지. 설탕은 얼마나 넣을 것인지.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다. 어떤 향신료를 넣을 것인지.
마살라 차이는 홍차에 우유를 넣는 밀크티에 향신료를 가미한 인도식 음료다. 마살라는 향신료, 차이는 차라는 뜻이니 말 그대로 향신료를 넣은 차가 된다.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홍차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영국 상인이 인도 국내 수요를 늘리기 위해 차를 소개했고, 향신료를 넣어 우리기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누구나 편하게 마시는 차라서 향신료 조합은 기본적으로 자기 마음대로라지만, 그래도 주로 사용하는 재료로는 카다몸, 검은 후추, 시나몬, 정향, 생강 등을 꼽는다. 향신료는 가루로 넣으면 이래저래 간단하겠지만 통향신료를 즉석에서 으깨 사용하는 쪽이 향은 제일 좋다.
어떤 조합으로 넣으면 가장 마음에 들지 알 수 없어서, 굉장히 좋아하는 인도 출신 푸드 에디터가 딱 카다몸 깍지 두 개만 으깨 넣어서 차이를 만들길래 카다몸과 검은 후추만 넣고 먼저 차이를 우려봤다. 그리고 저 위의 다섯 가지 향신료를 전부 넣고 포트넘 앤 메이슨의 웨딩 브렉퍼스트와 트와이닝 아쌈으로 하나씩 우렸다. 결과는? 베이스는 가장 볼드하게 강력한 향이 나는 아쌈(역시 밀크티는 아쌈), 향신료는 다섯 가지를 전부 넣는 쪽이 제일 잘 어울렸다.
카다몸은 감귤류 향이 두드러지는 화사한 느낌이 강해서, 밀크티에 카다몸만 넣으면 뭐랄까. 코 가까이, 입천장 근처에서 느껴지는 향 외의 부분이 비어 있어서 균형이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 아쌈으로 베이스를 탄탄하게 채우고 맵싸하고 알싸한 시나몬과 생강, 정향을 착착 쌓아주면 그제서야 안정적으로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설탕은 우유와 물, 즉 기름과 수분이 섞이지 않고 미묘하게 엇나가는 부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가감하면서 넣어준다. 마살라 차이는 홍차도 향신료도 존재감이 강력하도록 진하게 우리는 쪽이 맛있기 때문에 설탕도 평소보다 조금 더 넣는 쪽이 좋다.
조용히 물이 끓는 동안 향신료 통을 하나하나 열면서 정향은 두 톨을 넣을지, 세 톨을 넣을지 결정하고, 절구에 하나씩 차르르 담고. 절굿공이로 탕탕 내려쳐 으깬 다음 밀크팟에 싹싹 쓸어 넣고, 홍차를 넣고. 끓는 물을 붓고 불에 올려서 4분간 끓이고. 아주 한약재 달이듯이 짙은 색이 되면 설탕을 한 숟갈 붓고, 우유를 오늘 원하는 색감이 될 때까지 부어서 가볍게 데우고. 체에 걸러서 잔에 담는다.
방 안 가득 퍼지는 가을의 향기!
환절기를 따뜻하게 나는 가을의 모닝 리추얼, 마살라 차이 라떼다.
마살라 차이 라떼
재료(2잔)
카다몸 깍지 5~6개, 통후추 25~30알, 정향 2톨, 저민 생강 3조각, 시나몬 스틱 1/2개, 아쌈 티백 2개 또는 2작은술, 설탕 1큰술, 끓는 물 250ml, 우유 120ml
만드는 법
1. 절구에 카다몸, 통후추, 정향, 생강을 넣고 적당히 으깬다.
2. 냄비에 으깬 향신료와 시나몬 스틱, 홍차, 끓는 물을 넣고 불에 올린다. 4분간 끓인다.
3. 설탕을 넣고 녹으면 우유를 붓고 전체적으로 데운다.
4. 체에 걸러서 잔에 나누어 담는다.
*물과 우유의 비율은 취향에 따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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