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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외국계 법률시장, 보이지 않는 Trust 금맥

한국계 소형 로펌이 현지 대형 로펌을 앞서는 법

Vietnam’s unseen legal goldmine: Bridging the trust chasm for a billion-dollar opport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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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6년,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해외투자전문의 젊은 딜 아키텍트였다. 그해 베트남의 Vietin Bank,0 KDB, IFC와의 합작 법률협상을 맡으며 느꼈던 베트남은 그야말로 "스타트업 국가"였다. 도전과 가능성이 넘쳤지만 반면에 모든 게 미완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은 아시아의 투자 유망주가 됐다. 누적 한국 투자만 920억 달러, 일본과 중국 등 글로벌 자본까지 합치면 베트남의 시장은 상상 그 이상이다. 나 역시 글로벌 기업인 GE캐피탈 코리아의 기업금융을 총괄 운용해 보면서, 홍콩의 투자 은행가로서 베트남의 변화를 지켜봤다고 자부하지만, 한 가지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바로 베트남의 법률시장.

놀랍게도 베트남에는 한국식 소형 법률 사무소가 10여 곳이나 있다. 각각 1-2명의 한국 변호사만 있다. 왜 대기업도, 수십억 달러 투자금도 소형 로펌에 법률을 맡기는가? 비유를 하자만, 미쉘린 스타 레스토랑이 즐비한 호치민에서, 호치민에 있는 모든 한국인들이, 한국인이 운용하는 작은 동네 피자집에서 배달을 시키듯, 이 작은 법률사무소는 '언어', '관계', '기억'을 통해 고객이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결국 한국인들에 신뢰를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

파라독스: 왜 대형 현지 로펌이 작은 사무실에 밀릴까?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백억을 투자하는 한국 대기업이 왜 베트남 최고 대형 로펌이 아닌, 한국 로펌의 소형 현지 사무실로 부터 서비스를 받을까? 답은 같았다.

“언어가 통한다.”
“한국 HQ와 직접 연결된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현상은 단순한 법률시장 특이점이 아니었다. 외국법 시장의 가장 큰 숨은 기회이자, 구조적 맹점이었다.

기업 법무팀이 진짜 원하는 것은 "법률 의견" 그 자체라기보다 "우리 사업을 내 이야기처럼 해결해줄 사람"이필요한 것이다. 소형 로펌이 이기는 이유는 법률적 전문성의 우위가 아니라, '비즈니스 언어'와 '신뢰', '가시성' 때문이었다.

여기서 나는 깨달았다. 이건 법률 문제라기보다 "가시성과 신뢰의 결핍"이자, 시장의 비효율에 숨어있는 기회라는 걸.

신뢰의 금맥: 숫자로 본 시장 잠재력

한국계 투자만 1만 개 프로젝트, 920억 달러. 그중 연간 법률비용은 최소 4천만~7천만 불이다. 그런데 베트남의 Tier-1(대형) 로펌이 점유하는 비중은 15%를 넘지 않는다. 나머지는 서울 본사(오프쇼어), 한국 로펌의 베트남 소형 사무소들이다.

이는 "법률 역량 부족"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포지셔닝의 실패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법무팀은 단순히 한국말을 하는 변호사를 넘어서, "우리 언어, 문화, 신뢰"를 가진 파트너를 원하기 때문이다.

현지 대형 로펌이 흔히 생각할수 있는 대안(외국어 /한국어 가능 변호사 채용, 사업개발/마케팅 전문가 영입)만으로는 이 구조적 신뢰의 벽을 넘을 수 없다. 단기적 성장만 있을 뿐, 장기 신뢰와 시장 리더십은 불가능하다. 핵심은 진짜 ‘브릿지 카운슬(Bridge Counsel)’에 있다.

해법: 브릿지 카운슬 모델

내가 제시하는 ‘브릿지 카운슬’은 베트남 현지 소송역량, 한국식 비즈니스 감각, 고신뢰관계, 문화지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베트남 소송 및 자문 역량

외국인 비즈니스(우선은 한국) 문화 및 언어

고신뢰성 관계 설계와 유지

문화지능형 콘텐츠(뉴스레터, 링크드인, 법률 해설)

CEO, CFO, 법무담당 주기적 소통

시니어 한국인 고객 RM 담당자 1~2명, 베트남 바이링구얼 변호사, 다국어 법률 콘텐츠와 현지 법률이나 투자환경 관련한 정보의 공유를 위한 정기적인 행사 및 관계관리면 충분하다. 이 구조만 제대로 자리잡으면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FDI까지 확장 가능하다. 마켓 총액은 10억 불이 넘는다.

왜 2025년이 기회의 분기점인가?

2025년 노동법 개정(7월), 모든 외국계 회사가 대응 필요

한-베 EV 공급망 협력, 실시간 규제 해석·정책 조율 수요 급증

빈패스트의 듀얼 상장, SK 에코플랜트의 구조조정 등 주식스왑 거래 확대

이제 시장의 신뢰와 가시성을 설계해 최초의 브릿지 모델을 다진다면, 베트남 법률 시장의 ‘표준’을 바꿀 수 있다.

에필로그

혹시 지금 Bitexco 15층에서 이 글을 읽는 한국계 인하우스 변호사라면,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당신의 베트남 로펌 파트너가 노동법 제150조와 삼성 2024년 ESG 계약을 모두 언급한 리스크 보고서를 당신에게 보낸 적이 있나요?”
그 답이 ‘No’라면, 여전히 코너에 있는 작은 피자집이 한국인에게 왕인 이유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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