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에서의 성장 우선주의의 함정
데이빗 김의 이머징 마켓 인사이트 | 이미징마켓 편 #0003
동남아시아의 디지털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 시장을 황금어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일련의 테크 스캔들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테크 기업들은 디지털 경제의 모범사례로 각광받았습니다. GoTo Group(고젝-토코피디아), 부칼랍, 트래블로카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국가의 자랑"이라 불리며 국제 포럼에서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도약을 상징하는 기업들로 소개되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화려했던 헤드라인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스캔들 뉴스로 바뀌었습니다. eFishery, Investree, TaniHub, CROWDE, Octopus... 매달 새로운 이름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이중 장부", "자금세탁", "부정행위"로 인해 금융감독청(OJK)의 제재를 받는 기업들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죠.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났을까요? 핵심은 거버넌스의 실패입니다.
저금리 시대에 자금이 넘쳐나던 시절, 투자자들은 성급하게 딜을 성사시키려 했고, 스타트업들은 오직 성장만을 추구했습니다. 변호사들은 거의 뒷전이었고, 계약서를 가능한 한 빨리 작성하는 것만이 요구되었죠.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에 대한 조언은 "불필요한 지연"으로 치부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의 말처럼, "썰물이 빠져야 누가 헤엄복을 입지 않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술함: 독립이사들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권한은 없었습니다. 감사는 형식적이었고, 내부고발자 보호 시스템은 거의 전무했죠.
규제 체계의 복잡성: OJK,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각 부처별로 나뉜 감독 체계는 허점을 만들어냈고, 이는 부정행위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신뢰의 붕괴: 거버넌스가 무너지면 플랫폼이 붕괴하고, 투자자들이 떠나며, 규제 당국이 과도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성장 차트만큼 흥미롭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기업 지배구조는 지속가능한 혁신의 기초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할 때는 다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현지 규제 환경의 정확한 이해: 복잡하고 중첩된 규제 체계를 미리 파악하세요.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 성장 못지않게 투명성과 책임성에 투자하세요.
현지 파트너 선택의 신중함: 빠른 성장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하세요.
리스크 관리 체계: 호황기에도 위험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마세요.
Behind the Story: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동남아시아 전체 시장의 축소판입니다. 베트남의 VinFast 논란, 태국의 핀테크 규제 강화, 필리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분쟁들... 각국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분명 기회의 땅입니다. 하지만 "빨리빨리" 문화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속도에 매몰되어 기본기를 놓치는 것입니다.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빨리 달리는 기업이 아니라, 가장 오래 달릴 수 있는 기업입니다. 거버넌스야말로 그 지속가능성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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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Episode idea: 베트남 VinFast를 비롯해 동남아 스타트업의 구체적 성공·실패 사례를 통해 현지화와 거버넌스의 교차점을 살펴보겠습니다.
Your Voice: 동남아 시장에서 겪은 시행착오나 궁금한 점들을 자유롭게 공유해 주세요. 또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인사이트를 듣고 싶은 글로벌 사업가나 전문가가 있다면 추천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현장 경험이 다음 편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David Kim, 이머징 마켓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