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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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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Jan 18. 2021

너에게 5

아주 아주 작은 네가 나에게 잠시 왔다 갔어. 심장이 뛰지 않은 네가 아직 내 배속에 있지만 너와 함께한 7주가 정말 행복했다. 오늘 첫 초음파를 통해 너의 심장소리, 네가 얼마나 컸을까 기대를 많이 했거든. 의사가 이리저리 너를 찾는데, 심장이 머진 네가 구석에 있더라. 우리는 7주 동안 너의 태명,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고 나의 작은 변화에도 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남편을 자주 시켜먹었는데 이제 그러지 못하겠네... 내 탓을 하지 말라는데 안 그럴 수가 없어. 네가 버틸 수 없었던 게 내 비루한 자궁 때문인지 내가 제시간에 약을 챙겨 먹지 못해서 그런 건지.. 네가 없어진 것도 슬프지만 다시 재 도전했을 때 병원을 다니고 다시 독한 호르몬 약과 유산방지약들이 너무 독해서 두렵다. 한두 달 쉴까 봐..


14개 중에 네가 첫 번째로 뽑혀서 잠시라도 나와 함께 머물 다가서 고마워요. 너의 아기집이 제법 크더라. 너도 어떻게 서든 살려고 노력했나 봐. 너를 지키지 못해 미안해. 아직도 네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금요일에 수술하기로 했어. 수술대도 너무 무섭고 싫다. 뭔가 명확하지 않은 시스템도 싫지만 두 번째에는 내가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정말 너무 힘들고 긴 하루일 것 같아.


아직은 내가 준비되지 않았나 봐. 진짜 네가 찾아왔을 땐 내가 좀 더 건강한 체력과 정신으로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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