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대외비

by empty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서 통과를 하고, 안정적인 글을 다루는 플랫폼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며 여타 다른 귀중한 단어들을 표현해야 할 정도로 귀한 곳이라는 것을 안다. 어플에서 떠돌아다니며 글을 쓰고 살았었는데 그 어플이 사라지면 내 글이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글을 쓰면서도 불안해했다. 그런 부분에서는 브런치가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글을 쓸 것이냐, 내가 소속된 집단의 글을 쓸 것인가, 그 두 개의 카테고리를 번갈아가며 쓸 것이냐를 결정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브런치는 나의 글과 경험을 녹아내려고 시작했지만 이내 내 생활은 회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일주일의 80% 이상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이나 일들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렇게 글을 쓰면서도 조금씩 마음 한편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쓰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억압 아래 쓰는 것도 아니고 강요에 의한 글도 아니었다. 단순히 내가 겪고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표출하는 것이 글을 쓰는 이유이고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나의 글이 솔직해지고 내 성향을 나타내는 글이 써짐과 동시에 회사 글을 쓰다 보니 회사 사람들이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질 때도 있다. 하루에도 수 십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다니는데도 그것을 풀어내며 글을 쓸 수가 없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간을 조절하는 방법을 모른다. 중간을 지키는 법을 모르고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반대쪽으로 기울어질 수 없는 사람이다. 문제를 보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기보단 그 문제를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 어떤 감정으로 냈는지부터 생각하는 내가 이 지독한 사회에서 이겨내 헤쳐나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을 가지게 했고 그 의문점과 물음표가 나의 힘들었던 시기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다. 나는 누구보다도 협동심이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다. 30대의 삶을 살고 있지만 공동체라는 것은 나와 맞지 않았고 항상 늘 회피해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남들 몰래 검색을 해서 아는 척을 했고 "모르는데요"라는 말보다 누군가에게 실망시키기 싫어서였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바닥을,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그것이 예를 들어 외국어였더라면 외국어 자체를 공부해서 통달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필요한 순간에만 번역기를 이용한다던가 하는 모습으로 대체해버렸다. 사실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도 상당히 많아졌고 마음도 상당히 복잡해졌다. 핑크빛 미래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바닥으로 다시 향하는 시간들이 빠르게 다가올 줄 몰랐다. 그럼에도 괜찮은 척을 하며 웃음을 지어 보이는 내 모습이 조금은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이질감이 너무나도 많이 든다.


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나 자신을 내가 바라볼 땐 이대로 괜찮지 않다.

무조건 무너질 것이고 한 번의 강력한 파도는 나를 집어삼킬 수 있겠다는 생각과 느낌이 든다.



나는 누구보다도 예민한 신경을 가지고 있어서 상황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 빨간 불이 켜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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