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한 번에 몰리는 법
그간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하였다.
예전에는 스스로 반성이라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오랜만에 브런치 앱에 접속하여 통계를 봤더니,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브런치에 다녀갔었다.
새로 글을 쓴 것도 아닌데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검색어 유입도 있는 것 보니 새 학기에 많은 선생님들이 검색을 하다 내 브런치에 우연히 접속하신 것 같고,
아니면 감사하게도 브런치에서 내 글이 소개(?)됐던 것 같기도 했다.
이러나저러나 나의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나의 생활은 짧은 사이에 180도 바뀌었다.
나는 남자친구를 사귄 지 4개월 만에 웨딩홀을 계약하여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결혼 준비가 이렇게 힘들고 할 게 많은지 전혀 몰랐다.
내가 방학중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많기도 했고, 3월이 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아 결혼준비에 열을 올렸다.
그러고 약 일주일 뒤, 대망의 발령일이 다가왔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버스 타고 30분만 더 가면 개성이 나오는.. 파주 적성면에 있는 소규모 특성화고로 발령이 났다.
왜 내가 여기에 발령이 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교육청에 전화해서 인사발령에 대해 따져 묻고 싶었으나, 이미 신규 발령까지 모두 난 상태에서 상황이 뒤집힐 수 없었다.
발령이 하도 늦게 나는 바람에 학교에서 미리 전화가 왔다. 새 학교에서는 오늘.. 오시라고 했으나 그 시간에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갈 순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부모님 차를 타고 갔고, 양해를 구한 뒤 아예 내 짐을 학교에 두고 왔다.
차를 구입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머릿속에 원하는 차 목록이 있어서 모델 고르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시간이 너무 급했다. 처음에는 10년 장롱면허인 내가 새 차를 사려고 했으나, 다른 딜러분과 연결되며 3년 장기렌트를 하게 되었다. 급하게 적금을 깨서 보증금 1000만 원에 차를 구입(렌트)했고,
차가 나오기 전까지 아빠와 쏘카로 운전 연습을 했다.
명절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운전연습과 결혼준비로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러운 독립을 앞두고 아예 신혼집을 구해볼까 하여 하루 이틀정도 부모님과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학교에서 살짝 거리가 있는 곳의 원룸도 보러 다녔는데 이런 곳에서 살다 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아 관뒀다.
어디에 신혼집을 구할지도 문제였다.
이 학교는 지역점수가 있는 곳이고 교사 인원이 적어 탈출하는데 3년이 걸린다고 했다.
머리를 굴려 적정한 위치를 알아낸 뒤 신혼집으로 괜찮은 신축 아파트를 발견했으나, 당장 남자친구와 보러 다닐 여유도 없었고 대출문제와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이 많아 일단 교육청 관사에 들어가기 위해 서류를 준비했다.
그런데 관사 발표가 너무 늦게 나는 바람에 학교 내의 1층짜리 관사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내부를 볼 수 없었고 밤이 되면 주변이 너무 캄캄해서 너무 오기가 싫었다.
학교 워크숍도 다 끝났는데 관사 발표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집이 아무리 멀어도 연차가 높았던 나는 결국 교육청 관사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학교 관사도 협의할 것이 많았는지 발표가 나질 않았다. 빠른 발표를 요청해도 기다려달라는 답변뿐이었다. 난 혹시 그마저도 안될까 봐 계속 오피스텔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또 며칠 뒤, 학교 관사에 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말 들어가기 싫은 학교 관사였지만 너무 기뻤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배정받은 곳에서 살았던 선생님이 사정이 생기셨는지 짐을 빼지 않으셨다.
2월 28일까지 계약이니 이해해보려고 했는데,
3월 1일까지도 짐을 빼지 않아 일단 들어갔다.
참고로 그분은 아직도 짐을 빼지 않았다. 그분도 새로 발령이 났으니 아마 당분간은 못 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3월 3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폭풍 같던 2월이 지나가고 나니
다시 폭풍 같던 3월이 시작됐다.
소규모의 학교라 교사수가 적다 보니 업무량이 미친 듯이 많다. 일반 학교의 3배는 되는 것 같다.
고등학교임에도 담임과 업무를 같이 하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나마 관사에 살아서 출퇴근 시간이 세이브되고 평소보다 조금은 더 잘 수 있어서 그럭저럭 잘 버텨내고 있다.
이 학교는 밤에 너무 어두워서 야근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할 일이 너무 많아 이번 주 풀로 초과근무를 했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는데 두통이 심했다. 그래도 금요일에 부장님과 야근을 하고 9시에 지문을 찍고 나왔다.
관사에 이사오던 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아버지 차를 타고 왔었는데, 차를 두고 온 게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아직 초보운전인 나에게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관사에는 세탁기가 없다.
전자레인지도 없어 새 걸 사서 갔는데, 알고 보니 다른 관사에는 전자레인지가 다 있었다. 누가 들고 간 모양이다.
아무튼 난 빨랫감과 입었던 옷을 캐리어에 넣고, 또 새로운 옷과 수건 등을 담아와야 한다.
아직 겨울이라 괜찮은데 여름이 걱정이다.
당분간은 연재하던 쉼표를 쓰긴 어려울 것 같고, 조금 여유를 찾게 되면 조금씩 글을 써서 쉼표에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주말이라 군대의 대포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고라니 소리는 여전히 크게 들린다.
나갈 때 혹시 뱀이 있지는 않은지 잘 살피며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