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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적 Mar 23. 2019

이 책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읽어보니 최근에는 접한 적 없는 독특한 문장 구조를 가진 책이었다. 그러니까 자물쇠로 잠겨있는 것을 풀어내는 듯한 기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알쏭달쏭, 아리송한 문체를 읽으며 해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데, 나조차도 독자들에게는 쉽게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니까, 글로나마 쉽게 마음을 여는 건 아닌지 해명하고 있다.

몇 페이지쯤 책을 읽다가 지난날을 상기했다. 그리고 이 작가님에게 받았던 메일의 한 문장을 떠올리며 어떤 글을 썼었는데,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누구에게나 의미 없는 글 같아 지워버렸다. 메일의 문장에서는 작가님은 저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잖아요. 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 긴 메일에서 오로지 이 문장만이 오래도록 내 머리와 가슴에 남아서 잠도 이루지 못하게 했다. 그 문장이 말하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혹시 인연이 있는 사람인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가, 싶었지만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 달 정도 지나 그 문장이 조금씩 섞여 흡수되고 아무렇지 않게 됐을 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장과 눈길을 끄는 문장들이 눈에 보였다. 먼 나라에서 인쇄했다는 책. 그 책이 먼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든 배를 타고 헤엄쳐왔든 그중에 한 권이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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