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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적 May 24. 2019

시는 그렇지 않다,

아는 사람의 강연에 참석하게 됐다.

억지로 참석하게 된 강연이라 강연자의 말소리가 시큰둥하게 들렸다. 게다가 그날이어서 내 정신은 조금 다른 곳에 집중된 상태기도 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말을 듣게 되었다. 수필은 되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쓰면 그만이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고. 특히 저런 수필은, 하고 강연자는 말을 하다가 재빨리 끊고서 시 속의 화자 또는 주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 독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날의 강연에서 내가 배운 거라고는 그것뿐이었다. 강연자가 말하는 저런 수필이란 어떤 수필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수필보다 뛰어난 것은 시,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불쾌한 기분이 든 건 아니었지만 조금은 반박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니, 구체적으로 저런 수필이란 어떤 수필을 말하는 건지 알고 싶었다. 수필을 쓰면서 단 한 번도 대충 써본 적 없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워드 창에 글자를 입력할 때마다 어떤 낱말을 넣어야 할지 한 시간 또는 몇 개월을 고민하며 쓴 적도 있다. 누구도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수필을 쓰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강연이 끝나고, 거리로 빠져나와 눈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가 이 글을 쓴다. 그리고 강연자가 썼다던 시집을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해 보았다. 독화살 같은 한 줄 평이 남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것으로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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