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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cycloperiod May 17. 2021

생리의 역사: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고대인들이 생리에 대한 다양한 미신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미신들이 반드시 부정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생 인류가 하나의 독립된 종으로 완성되기 전부터, 여성들은 이미 생리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가부장제가 정착한 이래 오랜 세월 동안 문자 기록의 주체는 주로 남성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생리라는 문제는 자연히 관심의 대상에서 밀려나곤 했다. 최근 들어 생리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자료는 극히 제한적이며, 그나마 알려진 내용들도 서양 역사에만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생리에 대한 고대 이집트, 그리스, 그리고 로마의 기록들은 각 사회가 공유했던 생리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고대인들이 생리에 대한 다양한 미신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미신들이 반드시 부정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서로 여겨지는 파피루스 에버스(Papyrus Ebers)에는 생리혈이 치유력을 지니는 약재로 등장하며, 정화 능력을 가지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명의 히포크라테스는 생리를 여성들의 건강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다. 여성은 생리를 통해 피를 정기적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피가 부패해 아프게 된다는 것이었다. 유명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리혈이 희생 제물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같다고 설명했다. 로마의 대(大) 플리니우스는 자신의 책 <<자연사>>에서 생리혈이 개를 미치게 만들고 식물을 죽이며, 우박과 회오리바람을 멈추게 하고, 생리 중인 여성은 무기를 녹슬게 하고 거울을 흐리게 만들며 벌을 죽게 만드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한편, 고대 세계의 기록들은 당시의 여성들이 생리혈을 처리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단서도 제공해준다. 고대 서양의 기록들은 여성들이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탐폰이나 패드 형태의 도구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탐폰 이야기이다. 앞서 언급한 파피루스 에버스에 따르면 적어도 기원전 15세기 경에는 이집트 여성들이 파피루스로 만든 탐폰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000년이 지난 뒤인 기원전 5세기에는 히포크라테스가 그리스 여성들이 나무 조각에 면직물을 감싸서 탐폰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을 남겼다는 이야기 역시 널리 퍼져 있다. 마찬가지로, 로마인들 역시 양모를 이용해서 패드형 생리대나 탐폰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들이 언제나 정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현대에 와서 탐폰 회사들이 체내에 삽입하는 생리용품인 탐폰에 대한 여성들의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고대 여성들의 탐폰 사용에 대한 서술을 동원하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불확실한 정보가 끼어들기도 했다. 일례로, 고전학자인 헬렌 킹(Helen King)은 히포크라테스의 저술에 의하면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여성들이 나무 조각에 면직물을 감싸서 탐폰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은 탐폰 회사인 Tampax가 원문을 곡해해 마케팅에 사용한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탐폰 역시 실제로는 피임을 위한 처방책이었을 뿐, 일상적으로 생리혈을 흡수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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