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고도 무거운 마음에 대해
길을 걷다 느닷없이 온갖 연애팁을 풀어내던 오래된 예능과 잡지들이 떠올랐다. 그중 소개팅이나 마음에 드는 상대와의 약속을 잡을 때 등산을 가서 흔들 다리를 함께 건너라는 팁이 있었다.
왠지 얼굴에 물음표를 잔뜩 띄운 패널들이 떠오르는 팁이지만 원리는 이랬다. 흔들 다리를 건널 때 상승하는 심장박동수를 상대에 대한 호감 때문이라고 착각해 진짜로 나에 대한 호감을 높인다는 것이다. 심장박동수를 높일 수 있다면 공포영화나 테마파크의 롤러코스터 같은 것도 괜찮다고 했다.
길을 걷다 갑자기 이게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예전에는 온 나라가 연애에 꽂혀서 별 헛소리를 다하고 그랬네’ 싶었다. 그러다 궁금해서 “흔들 다리 연애 팁”이라고 검색을 해보니 세상에나, 이 팁은 아직까지도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은 고전처럼 여기저기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흔들 다리 효과”라는 이론이 있고 심리학적 용어로는 “귀인오류”라고 부른단다.
여기까지 검색하고 나니 흔들 다리나 공포영화 때문에 상승한 심장박동과 타인에 대한 호감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의 감각은 참 하찮구나 싶었다. “알통이 크면 진보적이다” 같은 영국 연구팀의 발표 같은 게 심리학적으로 나름 증명이 된 것이라니.
그런데 이런 하찮음으로도 시작될 수 있는 사랑이란 감정은 왜 이렇게 무거울까. 시작은 미약해도 그 끝은 창대 하다는 건 사람의 마음을 두고 한 말인 걸까. 그렇게 흔들흔들흔들대는 마음 안고 보낸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