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6

by Hache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3월 넷째 주는 맑다. 남쪽 지방에는 벚꽃이 벌써 피었을 것이다. 어딜 가고 싶은지 몰라 부푼 마음만 안고 또 강남역을 향한다. 버스는 무심하게 질주한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탔지만 가고 싶지 않은 곳. 숫자 외에는 남지 않은 시간들. 시간들이 버려진다. 오늘도 똑같이 버려진다. 원하는 시간을 보내는지 아닌지는 상관없이 하루 더 늙어간다. 소중하게 쓰일 시간들도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봄 햇살도 서른의 마지막 시간도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다들 쓰레기통에 버리러 함께 버스를 탄다. 버리다 늙다 죽는 게 삶이었구나. 하늘이 파랗고 넓은데 콘크리트 더미 한편에서 죽어간다는 것. 길고 긴 고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2025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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